기술과 감정이 만나 따뜻한 교류의 장을 만든 2025년의 키워드들.

BEAUTY FROM THE PHARMACY
화려한 패키지와 황홀한 향보다 실질적인 피부 개선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가 눈을 돌린 곳은 약국이다. ‘바르는 리쥬란’으로 불리며 품절 대란을 일으킨 리쥬비넥스, 좁쌀 여드름과 모공 관리에 특화된 에크린 겔, 피부 재생을 돕고 염증을 줄이는 D-판테놀 등이 대표적이다. 백화점이나 드러그스토어에는 없는, 오직 약국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연고가 뷰티 필수템으로 떠오른 것. “리쥬비넥스를 실제로 사용하고 있어요. 피부과 시술 후나 니들샷 같은 피부 자극적인 홈케어 후에 재생용으로 쓰죠. 화장품만큼 발림성이 좋지는 않아 크림에 섞어 바르기도 해요.” 유튜버 약사슴 TV로 활동 중인 박혜지 약사의 설명이다. 약사까지 사용할 정도로 신뢰받는 K-연고, 약이기에 효과가 이미 입증됐음에도 가격은 고기능성 화장품에 비해 합리적이다. 그래서인지 한국을 방문한 여행객에게 K-약국은 필수 방문 코스가 되었다. 그들이 자주 찾는 지역에는 일본의 돈키호테나 프랑스 몽쥬 약국처럼 드러그스토어를 방불케 하는 대형 약국이 들어섰고, 매대에는 일본어, 중국어, 영어 등 다양한 언어로 연고의 이름과 효능 설명이 빼곡히 적혀 있다.
ONE & ONLY
2024년 틱톡에서 바이럴된 립스틱 메이크업 챌린지를 시작으로 한 개의 제품으로 풀 메이크업을 완성하는 방식이 실용적인 메이크업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이런 흐름에 맞춰 연출을 더 쉽게 도와주는 특화 제품이 다수 출시되기도 했다. 틱톡에서 #5minutemakeup #multiuseproduct 등의 키워드로 다양한 튜토리얼을 찾아볼 수 있다. SNS에서 특히 눈에 띈 제품은 나스의 멀티플 스틱, 메이크업포에버의 아티스트 컬러 크레용, 림멜런던의 젤리 스틱, 쥬디돌의 멀티 프로포즈 컬러밤, 퓌의 푸딩 팟 등이 있다.

BLUSH LUSH
블러셔에 대한 애정, 블러셔를 바르는 범위가 모두 확장된 한 해였다. 볼과 광대에서 눈가로, 콧등으로 영역이 넓어지더니 올여름엔 전통적인 블러셔 영역의 한계를 넘어 코와 볼 전체, 심지어 쇄골과 어깨에까지 안착하는 선번 메이크업 룩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여름이 지나도 블러셔 사랑은 식지 않았다. F/W 시즌에는 핫 핑크나 레드처럼 강렬한 컬러로 볼을 과장되게 물들이는 오버 블러싱(Over Blushing) 룩이 유행을 이끌었다. 이에 디올 뷰티, 입생로랑 뷰티 같은 백화점 브랜드부터 인디 신생 브랜드 아이쁘까지. 거의 모든 색조 브랜드에서 새로운 제형이나 컬러를 추가한 신제품 블러셔를 앞다퉈 출시했다.

ROAD OF THE K- BEAUTY
2025년, K-뷰티의 성장세는 역사에 남을 기록을 세웠다. 3분기 국내 중소기업 수출액이 305억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가운데 화장품 수출액이 22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K-뷰티의 약진이 이 성장을 이끌었다. 2024년은 일본이었다면 2025년은 미국이 주요 무대. 조선미녀, 코스알엑스, 메디큐브 같은 인디 브랜드가 아마존이나 틱톡샵 같은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과거 유통과 공급망 부족으로 겪은 미국 시장 진출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K-뷰티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 변화도 한몫했다. 무스나 젤리 제형 같은 재미 요소,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에서 이젠 효과적인 고품질 성분을 담은 합리적인 가격의 화장품이라고 인정받게 된 것. 품질에 타협하지 않고 가격에 민감한 해외 소비자들이 K-뷰티에 열광했고, 이는 스킨1004, 아누아, 믹순, 라운드랩 등 더 다양한 K-브랜드의 미국 시장 진출과 성공의 배경이 되었다. 또 성장세는 스킨케어에만 국한되지 않고 메이크업 카테고리까지 아우른다는 점에서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유럽과 중동에서의 확장세도 심상치 않다. K-뷰티, 그야말로 세계로 쭉쭉 뻗어 나가는 중이다.
- 포토그래퍼
- 허윤선, 이정혜, 최정윤, 김정현
- 일러스트레이터
- UNIQUI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