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페이크 퍼’ 전성시대

진짜보다 더 윤리적이고, 더 아름다운 ‘페이크 퍼’가 2025 F/W 런웨이를 점령했다.

겨울철 매혹의 소재인 페이크 퍼가 다시 한번 런웨이의 주인공이 되었다. 2025 F/W 시즌은 말 그대로 ‘페이크 퍼의 전방위적 전성기’라고 할 수 있다. 리얼 퍼에 대한 윤리적 문제 제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하이엔드 브랜드들이 잇따라 ‘퍼 프리(Fur-free)’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페이크 퍼는 단순한 대체제를 넘어 가장 고급스럽고 창의적인 실험의 소재로 재조명받으며 하나의 패션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번 시즌 페이크 퍼는 단지 코트에만 머물지 않는다. 재킷과 드레스, 스커트, 팬츠, 가방, 신발, 머플러, 헤드기어 등 온몸을 감싸는 듯한 압도적 스케일로 등장하며 트렌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알투자라는 투톤 컬러의 드레싱 가운 스타일 코트로 고전적 품격을 강조했고, 돌체앤가바나는 브라운 컬러의 하프 코트부터 퍼 머플러, 캡, 백까지 ‘퍼 온 퍼’의 정점을 보여주었다.
엘리 사브는 로열 분위기의 풀 렝스 퍼 코트와 케이프 스타일의 짧은 퍼 재킷을 함께 선보이며 우아함을 극대화했고, 마이클 코어스는 브라운 컬러 코트로 일상 속에서도 부담 없이 소화하는 실용적 페이크 퍼 룩을 제안했다. 가니는 리치한 텍스처와 오버사이즈 볼륨 실루엣으로 무심하게 툭 걸치면 좋을 그런지 룩을, 시몬 로샤는 브라운 퍼 셋업과 레이스 드레스를 믹스해 고딕과 로맨틱이 공존하는 스타일을 완성했다.

이처럼 다채롭게 확장된 페이크 퍼 트렌드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는 바로 컬러다. 이번 시즌 페이크 퍼는 브라운 계열의 컬러 팔레트에 집중된다. 진한 초콜릿 브라운, 따뜻한 밀크 카카오, 테디베어 같은 밝은 베이지 등 다양한 톤으로 표현되어 스타일링의 지속 가능성과 클래식함을 동시에 확보했다. 블랙보다 부드럽고, 그레이보다 따뜻한 브라운 컬러는 퍼 소재의 볼륨감을 자연스럽게 살려 실루엣 전체를 우아하게 완성한다.

물론 페이크 퍼를 둘러싼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환경단체는 합성섬유 기반의 페이크 퍼가 생분해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환경에 해롭다고 비판한다. 또 진짜 모피의 미학을 모방하고, 모피의 아름다움을 조장(?)할 수 있다는 윤리적 회의론도 있다. 하지만 패션계는 페이크 퍼를 단순한 이분법을 넘어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가브리엘라 허스트는 빈티지 리얼 퍼를 해체하고 재구성한 코트를 선보였으며, 스텔라 매카트니는 식물성 기반 바이오 퍼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번 시즌 페이크 퍼는 진짜 모피보다 윤리적이며, 아름다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또 자유로운 믹스앤매치 스타일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완벽한 선택이다. 스타일링에 활력을 불어넣을 포인트 아이템이 필요하다면, 가장 멋지고 따뜻한 선택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GORUN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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