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가 몸에게 보내는 크고 작은 부정적인 시그널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 몸은 조용히 신호를 보낸다.

추위가 불러온 낯선 증상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었다. 여느 때와 똑같이 일상을 보냈을 뿐인데, 원인 모를 두드러기가 얼굴을 포함해 온몸에 솟아났다. 특히 오른쪽 뺨과 눈두덩은 마치 복싱 선수처럼 흠뻑 두들겨 맞은 듯 퉁퉁 부어올랐다. 총 3곳의 피부과와 알레르기 내과, 한의원 등 병원 진료와 치료에 쓴 비용은 어마어마했다. 양약과 한약을 병행하며 평소 모습으로 돌아오기까지 무려 45일이나 걸렸다. 결국 원인은 찾지 못했고, 의사는 대부분 떨어진 면역력을 지적했다. 스트레스, 수면 부족, 불규칙한 생활 습관 등 면역력 저하 원인은 여러 가지겠지만, 그럼에도 가장 의심스러운 건 날씨였다. 푹푹 찌던 여름을 지나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쏟아진 비로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극심한 일교차가 발생한 시기였고, 처음 방문한 피부과에서도 ‘한랭 두드러기’를 의심했기 때문이다. 만약 맞다면, 다가올 겨울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면역력이 또다시 떨어지면 피부가 아닌 다른 부위에서 ‘한랭 질환’ 증상이 발현될 수도 있으니까.
우리 몸은 겨울이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문을 걸어 잠근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에 닿는 순간 혈관이 수축되고,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내부의 열을 움켜쥐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방어 반응이 지나치게 과민할 때다. 추위에 노출된 순간 두드러기가 올라오거나, 손끝이 하얗게 질리며 감각을 잃기도 한다. 그저 ‘춥다’는 감각을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이 스스로를 공격하듯 반응한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증상이 비정상적으로 오래가거나 강하게 나타난다.
피부, 한겨울의 전초기지
대표적 예가 바로 위에 언급한 ‘한랭 두드러기’다. 피부의 온도가 떨어질 만큼 차가운 공기나 추운 환경에 노출되면 언제든지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혈압 저하나 호흡곤란 등 전신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추위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겨울 외출 시 얼굴, 목, 귀, 손까지 보온을 확실히 하세요. 찬물에서 수영하거나 얼음물에 노출되는 것은 절대 삼가고요. 한랭 두드러기는 겨울철에만 발생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여름철 샤워 시에도 미지근한 물로 시작해 온도를 천천히 조절해야 합니다.” 미파문피부과 문득곤 원장의 말이다.
좀 더 친숙한 질환으로는 ‘동상’과 ‘동창’이 있다. 두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르다. 동상은 영하의 온도에 피부조직 내 수분이 얼어 세포까지 손상되는 질환이다. 통증과 감각 소실, 수포나 괴사의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반면 동창은 비교적 약한 추위와 습기에 노출될 때 혈관이 수축되며 생기는 순환장애 증상으로, 붉어짐이나 손발 부기, 따가움,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또 다른 한랭 질환인 침수병과 침족병은 젖은 상태에서 압박과 저온 상태가 유지될 때 발생한다. 지속적인 혈류가 차단되면서 산소와 영양 공급에 문제가 생긴 탓이다. 네 가지 증상 모두 발생 시엔 40°C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사용해 그 부위를 천천히 데워 녹여야 한다. 부위가 파랗거나 검게 변했다면 바로 응급실에 가야 한다. 문득곤 원장은 양말이나 장갑이 젖었을 때는 즉시 갈아입고, 겨울철에 실외 활동 시 여벌의 옷과 신발, 장갑을 챙기길 추천했다.
따듯해서 발생하는 증상도 있다. 온열 매트, 핫팩, 난방기 등의 사용으로 인한 ‘저온 화상’이다. 저온 화상은 표면은 멀쩡해 보이지만 피부 속 조직이 깊게 손상될 수 있어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평소와 달리 약한 쓰라림이나 붉은 반점, 피부가 계속 따뜻하거나 단단한 느낌이 든다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이때 얼음찜질을 하면 혈관을 수축시켜 더 심각한 손상을 야기할 수 있다. 감자팩, 알로에 등을 활용하는 민간요법 역시 감염의 우려가 있으니 삼가야 한다. 올바른 응급처치는 원인이 되는 열원을 곧장 제거하고 실온의 물로 20분 정도 식히는 것이다. 저온 화상으로 수포가 올라왔다면 절대 터뜨리지 말고 즉시 피부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병원에 갈 때는 깨끗한 천이나 거즈로 화상 부위를 부드럽게 감싸는 게 좋다.
하얗게 질린 손끝의 경고
반면 한파가 아니어도 손발이 얼음장처럼 차다면, 이는 단순한 ‘수족냉증’이 아닌 ‘레이노병’의 신호일 수 있다. 레이노병은 신체 말단 부위에 수축이 찾아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병이 진행되면 손가락과 발가락에서 창백, 청색증, 홍반의 색소 변화가 순차적으로 나타난다. “말초의 작은 동맥이나 모세혈관에서 혈관 연축이 일어나 혈류가 급격히 감소하면 무감각하거나 바늘로 찌르는 듯한 저린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혈류가 다시 증가할 때는 간질거림이나 욱신거림, 쓰라림 등 다양한 형태의 통증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류마내과의원 대전점 신동우 원장의 설명이다.
발병했다면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나 불필요한 한랭 노출은 피하는 게 좋다. 생활 습관 관리에도 힘써야 한다. 니코틴은 혈관 수축을 유발하므로 금연은 필수이며, 과도한 카페인과 알코올 섭취 역시 주의한다. 신동우 원장은 가능한 한 손발을 따뜻하게 해줄 것을 권했다. “팔을 크게 원을 그리며 흔들거나 손가락, 발가락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촉진해보세요. 찜질팩 등으로 열원을 직접적으로 데우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무감각 상태일 수 있어 화상 위험이 있어요.”
냉기가 부르는 잦은 고통
추위는 피부를 넘어 방광에도 영향을 준다. 낮은 기온은 신경계와 혈류를 자극해 배뇨 반사를 더 예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겨울에 소변이 더 자주 마렵거나 화장실 가는 빈도가 늘어나는 이유다. 최상산부인과 엄정민 원장은 “체온이 떨어지면 교감신경이 활성화해 방광 근육이 수축하고, 혈류 감소로 점막 면역이 약화돼 세균 감염이 쉽게 일어납니다”라며, 이 시기 과민성 방광과 급성 방광염으로 내원하는 환자가 늘어난다면서, 겨울철 방광 건강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과민성 방광과 급성 방광염은 모두 겨울철에 심화하는 문제적 배뇨 증상이다. ‘소변이 자주 마렵다’는 공통 증상과 함께 빈번하게 재발하며, 만성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물을 적게 마셔야 소변이 덜 마렵다는 오해가 많은데, 오히려 탈수로 인해 소변이 농축돼 세균이 잘 자라게 되니 물은 너무 많이도 적게도 아니고 ‘적당히’ 마시는 게 중요하다. 네오유여성비뇨기과의원 김주남 대표원장은 “생식기 안정화와 감염 예방, 배뇨 증상 완화를 위해 좌욕이나 반신욕을 추천하며, 잦은 음주와 만성 항히스타민제의 복용 등 배뇨 및 생식기를 강하게 자극하는 요인을 피해야 합니다”라고 첨언했다.
마음의 온도도 낮아진다
해가 짧아지면서 뇌 속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분비 균형이 깨져 무기력함과 우울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 결과 평소보다 피로감을 더 느끼거나 잠이 많아지고, 집중력과 의욕이 떨어지는 증상이 빈번해진다. 이른바 ‘동곤증’ 또는 ‘계절성 우울증’이다. 실제로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가 계절적 요인에 기인하며, 이런 현상을 일컫는 ‘계절성 정서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SAD)’라는 공식 용어도 있을 정도다. 이는 일조량이 줄면서 체온이나 각성 상태 등 몸의 생리적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시상하부 기능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조성우 원장은 “실제로 영국 의료 이용 통계에 따르면, 신규 우울증 환자가 가을부터 증가하고 항우울제 처방이 12월에 정점을 찍는 걸로 확인됩니다. 캐나다와 한국의 연구 결과에서도 여름보다 겨울에 우울감이 악화될 확률이 더 높다고 나옵니다”라는 설명과 함께 ‘자연스러운 생체반응’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심리적 요인도 빼놓을 수 없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신체 활동이 줄고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사회적 교류 횟수가 줄면 기분이 더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조성우 원장은 규칙적인 생활 습관 유지가 필수라며, 다음의 관리 수칙을 권했다. “햇빛을 충분히 쬐고,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운동은 일주일에 3~4번, 30분 이상, 가볍게 숨이 찰 정도로 하세요.” 그는 타인과 만나 가벼운 대화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몸의 언어를 듣는 계절
겨울은 누구나 느려지고, 또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계절이다. 우리 몸은 이 시기에 가장 예민하고 빠르게 경계 신호를 드러낸다. 피부가 붉어지고 방광이 조급해지며 손끝과 마음이 동시에 차갑게 식기도 한다. 결국 모든 겨울철 질환의 공통점은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를 얼마나 빨리 알아차리느냐’에 달려 있다. 어쩌면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옷을 껴입는 행위보다 더 따뜻한 행위는 몸의 언어를 알아듣는 일이 아닐까? 나는 여전히 병원에 다니고 있다. 그러니 몸이 보내는 신호를 감사히 여길 것. 병원비와 고생을 덜 수 있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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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곤(미파문피부과 원장), 조성우(같은마음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신동우(류마내과의원 대전점 원장), 엄정민(최상산부인과 원장), 김주남(네오유여성비뇨기과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