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들에게 유행하고 있는 ‘사우나’ 문화에 대해

나 자신과의 연결, 세계의 연결을 경험하는 소셜 사우나의 세계로, 지금 뛰어들 때다.

영화와 드라마 등에서 사우나가 등장하는 모습은 대부분 몇 가지로 정해져 있다. 회원권을 끊고 자신만의 바구니를 샴푸와 샤워젤로 채운, 동네의 대소사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중요한 일처럼 나누는 여사님들이 그려내는 풍경. 뜨거운 탕이나 습식 사우나 안에서 누가 오래 버티는지 묘한 기싸움을 하는 아저씨들. 또는 전날 마신 술에서 깨려고 노력하는 샐러리맨도 있다. 이런 ‘사우나 문화’에 젠지세대가 뛰어들며 변화가 시작되었다. 사우나에서 친구들과 쿨하고, 자유로운 웰니스 체험을 즐기면서 ‘소셜 사우나’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

친구들과 사우나를 함께 즐기다니, 온천이나 사우나가 있는 호텔에 머물면서도 순차적으로 사우나를 다녀오던 내 또래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엄마와도 목욕탕에 가본 적 없는 우리는 부끄러움에 서로 마주치지 않게 순서를 정해 온천을 즐기곤 했던 것. 일부 수영복과 가운을 착용해야 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사우나의 룰은 ‘나체’다. 이 상태로 친구의 얼굴을 마주 보다니, 보통 용기가 필요한 게 아니다. 그런데 소셜 사우나는 바로 이것을 친구들과의 웰니스 체험, 일종의 파티로 즐기는 것이다. 다른 말로는 ‘커뮤니티 사우나(Community Sauna)’ ‘스웨트 소셜(Sweat Social)’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함께’라는 점이다.

웰니스 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컨퍼런스 ‘글로벌 웰니스 서밋(GWS)’이 가장 큰 웰니스 트렌드로 지목한 것도 이 점이다. GWS 리포트에 따르면, 웰니스의 형태는 개인의 체험과 건강에 집중하던 형태에서 ‘소셜 웰니스’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웰니스의 미래는 개더링’이라고 말할 정도로 웰니스 체험이 사회적 연결과 소속감을 느끼는 방식으로 변화되고, 이는 ‘멘탈 웰니스 산업’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혼자 보내는 시간도 행복하지만, 여럿이 연결되면 더욱 충만하다는 걸 사람들이 점점 깨닫고 있다는 것.

그 중심에 사우나가 있다. 목욕탕과 온천을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한국과 일본에서 소셜 사우나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유럽 등지에서 소셜 사우나는 핫한 웰니스 체험이다. 따뜻한 욕탕과 스팀 사우나, 건식 사우나를 함께 체험하고, 뷰티 루틴을 공유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눈다. 절친과 즐겨도 좋지만,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몇 시간일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또는 1주일을 보내기도 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시작해 현재는 미국 뉴욕에 두 매장을 추가로 오픈한 ‘아더십(Othership)’은 콜드 플런지와 호흡 클래스, 명상 같은 다양한 사우나 경험을 세련되게 전하며, 몸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웰니스 피플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맨해튼과 브루클린에 위치한 ‘배스하우스(Bathhouse)’ 역시 소셜 사우나의 트렌드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1930년대에 지은 오래된 공장을 목욕탕으로 바꾼 배스하우스 브루클린점은 최신 시설을 갖춘 탕과 사우나를 통해 회복에 집중하는 것이 메인 콘셉트다. 스포츠의학 전문가가 상주해 각자 자신에게 맞는 웰니스 처방을 받을 수 있으며, 특별히 제작한 로브를 걸치고 공간 내 위치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디너를 즐기는 것도 독특한 경험으로 인기를 끌었다.

한편, 리치몬드에 위치한 ‘굿 핫(Good Hot)’은 어떤 차별도 없는 웰니스 공간. ‘인종차별, 동성애 혐오, 트랜스젠더 혐오, 비만 혐오, 장애인 차별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증오 발언이나 괴롭힘 금지, 개인에 대한 추측 자제’라는 가이드처럼, 이곳은 모두를 환영한다. 소득이 장애물이 되지 않는 웰니스 경험을 위해 LGBTQ 방문객에게는 50% 할인 쿠폰을 제공할 정도로 진정성이 있다. 런던에 자리한 ‘사우나 소셜 클럽’은 말 그대로 사우나와 냉탕을 갖춘 공간에서 DJ가 주도하는 세션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사귀고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하필 ‘사우나’일까? 소셜 사우나의 근원은 고대 로마시대의 목욕탕이다. 당시 목욕탕은 로마인의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로, 몸을 씻는 장소만이 아닌 사교의 공간이었다. 팬데믹 이후 타인과 연결되는 경험이 중요해지며 오래전 사라진 이 문화가 되살아났다. 개인적으로 하던 목욕이 함께 즐기는 방식이 됐다. 콜드 플런지에 대한 인기도 있지만, 또 소셜 사우나가 의미를 갖는 건 그 시간만큼 디지털 세상에서 멀어진다는 것이다. 폰을 갖고 들어갈 수 없어 디지털 디톡스를 할 수 있으며, 그만큼 나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나 자신과의 연결, 세계의 연결을 경험하는 소셜 사우나의 세계로, 지금 뛰어들 때다.

    포토그래퍼
    BEN STOCKLEY, HANNAH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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