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에디터가 경험한 ‘페라리 그랜드 투어 재팬 2025’ 취재기

2025.11.29허윤선

도쿄에서 이세시마까지 1200km. 로마 스파이더와 함께 달린 ‘페라리 그랜드 투어 재팬 2025’의 완벽한 여정. 

페라리 그랜드 투어는 세심하게 구성한 코스에서 페라리의 뛰어난 주행 능력을 여행하듯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도쿄 아사쿠사 센소지에서 출발을 기다리는 모습.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다양한 지형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드라이브 코스.

‘Car No. 13.’ 이 호칭은 한동안 내 이름이 됐다. 도쿄 아사쿠사의 사찰 센소지에서 출발을 위해 도열한 14대의 페라리 중 13번을 단 셀레스테 트레비(Celeste Trevi) 컬러의 로마 스파이더가 투어 기간 동안 ‘나의 페라리’였다. “로마 스파이더는 편안한 주행 성능으로 여성분들이 선호하는 모델입니다”라는 설명 아래 만난 로마 스파이더는 터키석을 닮은 블루빛 유선형 몸체에 소프트톱을 탑재한 아름다움으로 단숨에 마음을 사로잡았다. 투어의 안전과 행운을 비는 전통 의식–긴 은발의 머리채로 사람들을 후려친다–을 마친 후 차량 14대가 차례로 아사쿠사를 빠져나갔다. 페라리를 몇 대씩 소유한 오너들 사이에 낀 나는 시작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당시에는 설렘보다 긴장감에 가까웠다. 우리나라와는 반대 방향인 도로가 조금 염려스러웠던 게 사실. 이 소리를 부르릉이라고 해야 하나, 부아앙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나를 격려하는 것 같은 로마 스파이더의 커다란 엔진음이 울려 퍼지고, 마침내 ‘그랜드 투어 재팬’이 시작됐다.

첫날은 무사했어요

‘고산지대의 도로, 유서 깊은 마을부터 엔진 교향곡을 마음껏 울릴 수 있는 해안도로에 이르기까지. 이것은 단순한 투어가 아닙니다. 움직임, 장인정신, 그리고 페라리의 영원한 정신에 대한 찬사입니다.’ 페라리가 보낸 초대장의 문구처럼 ‘페라리 투어’는 페라리가 추구하는 궁극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 체험과 주행을 동시에 즐기는 페라리만의 독특한 행사다. 작년에 고객 20여 명이 참여한 ‘페라리 투어 코리아’도 그중 하나. 남양주에서 출발해 강원도 양양, 경북 영덕과 경주를 거쳐 부산에 도착하는 코스로 진행된 행사는 지역문화와 어우러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일본에서 열린 ‘페라리 그랜드 투어 재팬 2025(Ferrari Grand Tour 2025)’는 아시아 고객과 함께 더욱 긴 여행을 떠난다. 5박 6일간 도쿄에서 이세시마까지 총 1200km 코스가 예정되어 있었다. 첫날은 도쿄 아사쿠사를 출발해 도쿄 시내를 한 바퀴 돈 뒤 스와호, 우스쿠시가하라 고원을 거쳐 가루이자와까지 가는 315km 여정. 워밍업 정도이지 않을까 했던 예상과 달리, 나는 어느덧 귀가 먹먹한 상태로 해발 2000m의 우스쿠시가하라 고원의 와인딩 코스 위에 있었다. 나가노현에 위치한 이곳은 ‘비너스 라인’으로 불리는 일본을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360도 웅대한 파노라마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맑고 청명한 하늘과 높이마다 달라지는 습생이 정말 아름다웠다. 급격한 와인딩 코스가 내내 이어지는데, 이때부터는 완전히 로마 스파이더를 믿고 의지했다. 평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뛰어난 성능이 그대로 느껴진 시간. 가루이자와에 도착한 후에는 디너와 휴식이 이어졌고, 별빛 아래 모닥불을 피운 채 하루의 경험을 나눴다. 

다음 날은 가루이자와를 떠나 눈 내리는 풍경으로 유명한 시라카와고로 향했다. 큰 눈을 버틸 수 있는 전통 가옥 형태를 그대로 보존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로 향하는 길은 호수와 산이 어우러져 사시사철 아름다움을 뽐낸다. 호숫가를 따라 달리면 산과 산 사이에 아늑하게 자리한 시라카와고 마을이 나온다.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직접 운전해 당도하니 첫 방문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 되었다. 이후에는 나기사 드라이브웨이로 향했다. 이시카와현 치리하마 해안의 이 드라이브웨이에서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파도가 밀려 오는 약 8km의 해변을 직접 달릴 수 있다. 단단한 모래 덕분에 드라이빙이 가능한데, 해안가의 도로만 떠올린 우리는 환호 속에 해변을 왕복했다. 로마 스파이더의 소프트톱을 열고 말 그대로 석양으로 붉게 물드는 해변 위를 파도와 함께 내달리는 경험은 다시 없을 황홀한 시간이었고, ‘그랜드 투어’라는 이름이 더없이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이렇듯 모든 일정은 특별히 선별한 드라이브 코스에서 극강의 주행을 만끽하도록 서포트하는 페라리 투어팀의 열정으로 채워졌다. 온전히 주행을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서포트가 내내 이어지며 출발전 걱정은 이미 날아간 지 오래. 때문에 각각 로마 스파이더, 포르토피노, 푸로산게, 296 모델에 탑승해 투어에 참여한 14팀은 일정 내내 강렬한 드라이빙 체험을 할 수 있었다. 전문 인스트럭터팀으로부터 그때그때 필요한 정보가 무전기를 통해 전해졌고, 1~2시간 주행 후에는 휴식을 취했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더 히라마츠 가루이자와 미요타, 아만네무 등 지역 최고의 호텔과 멋진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하루의 주행이 끝나면 최상의 차량 컨디션을 위해 전문 팀이 꼼꼼하게 체크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대비한 예비 차량은 물론, 정비 팀도 여정에 함께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작은 마을 시라카와고.
해변 위를 직접 달릴 수 있는 나기사 드라이브웨이.
매일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가 펼쳐졌다.

포르자! 페라리, 그리고 피날레

가나자와를 거쳐 이세시마로 향했다. 로마 스파이더의 독보적이면서도 우아한 주행 성능을 발판 삼아 매일 고속 주행과 와인딩 코스, 좁고 긴 터널 주행을 반복하며 로마 스파이더와의 동행이 익숙해졌다. 11월 단풍철을 맞은 일본의 가을 풍광도 한층 여유 있게 즐기게 되었다. 항공기를 타고 공항에 내려 기차와 버스를 타고 다니는 여행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매 순간 펼쳐졌다. 도쿄와 오사카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 소도시와 소도시를 이어가며 때로는 아기자기한 시골 마을이 나타났고, 때로는 고요한 대나무숲과 마주했다.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가 제각기 다른 모습이다. 길 위의 아름다움은 오직 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다.

매일 함께 달리고, 먹고 마시는 사이 투어에 참가한 이들도 가까워졌다. 주요 대화 주제는 역시 페라리. 페라리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대화든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있었다. 한국뿐 아니라 호주,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오직 이 투어만을 위해 모인 오너들은 말했다. “페라리는 페라리예요. 때로는 1년을 기다리지만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수 없죠.” 그쯤 되니 따로 묻지 않아도 왜 페라리가 이런 투어를 여는지 알 수 있었다. 도쿄에서 이세시마까지 함께 달리는 동안, 모두가 같은 경험을 매일 공유했다. 자동차에 담긴 철학과 문화도 고객에게 함께 전달해야 한다는 브랜드의 정신대로, 페라리는 오너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페라리의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지역에서 해마다 열리는 페라리 오너 전용 드라이빙 이벤트 ‘카발케이드(Cavalcade)’는 고객 체험 프로그램의 정점으로 불린다. 전 세계 페라리 고객이 이탈리아에 모여 자신의 차량으로 명소를 주행하는데, 페라리의 최신 모델부터 ‘엔초 페라리’와 ‘라페라리’ 등 한정판 모델에 이르는 수백 대가 아름다운 자연 속을 질주한다. 이탈리아 마라넬로에 위치한 페라리 소유의 피오라노 트랙을 경험하는 ‘코르소 필로타 페라리(Corso Pilota Ferrari)’, 페라리만의 레이싱 전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메이크 레이스 경주인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도 있다.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지만 만약 당신이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특별한 추억을 나누고 싶다면 이 ‘그랜드 투어’를 추천한다. 투어는 해마다 목적지를 바꾸어, 내년에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로마 스파이더의 제원을 꼼꼼히 확인했지만, 이번 그랜드 투어 후 남은 건 숫자가 아니다. 열정이고 낭만이다. 전설적 아이콘 엔초 페라리의 포부와 이를 충실히 계승하는 브랜드의 정신. 인간이 직접 타고 달리는 차를 만들고, 속도의 한계를 겨루는 모터스포츠의 열정. 작은 도로를 직접 달려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까지 매 순간 뜨겁고 낭만적이었다. 이세시마 해안을 달려 마지막 도착지 아만네무로 향할 때, 나는 숲과 바람과 더불어 ‘No. 13’과의 드라이빙을 온전히 만끽했다. 마지막 주행이 끝나고 로마 스파이더의 시동 버튼을 껐지만,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둥둥, 심장을 두드리는 그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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