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Y2K쌀롱⑬ 제니도 따라한 이 언니, 20세기 말 ‘000’이 곧 유행이었다!

2025.11.24김가혜

김희선김희선

김희선이 했다 하면 모두가 따라 하던 90년대가 있었다.

05학번 김희선 IS BACK?

김희선
인스타그램@tvchosun_drama

<다음 생은 없으니까>를 보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김희선 ‘언니’를 보고 자란 80년대 생으로서 05학번이란 설정 앞에 주춤하지만, 보다 보면 ‘김희선 이즈 뭔들’이다. 경단, 난임, 그리고 결혼 ‘할말’로 고민하는 세 친구의 나이는 ‘불혹’ 마흔. 2003년 영화 <싱글즈>에서 맘 같지 않은 연애와 직장 문제로 머리를 쥐어뜯던 세 주인공은 고작 스물아홉이었는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인생 2막을 위한 막차는 마흔인가 보다. 어쨌거나 보고 있으면 드는 생각. 나이는 나만 먹었지, 아무렴!

과거 잘 나가는 쇼호스트였던 ‘조나정’은 6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하려고 고군분투 하는 ‘맘포티’다. 실제로 김희선이 출산 후 작품을 쉰 시간 역시 6년. 집에서 TV를 보며 질투도 하고 남편도 원망했었다고 한다. 결혼을 안 하고 아기를 안 낳았다면, 저 역할을 맡아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하고.

이 대목에서 많은 엄마들이 울컥하겠지만, 눈물은 넣어두길 바란다. 김희선의 복귀작은 2012년 드라마 <신의>. 상대 배우는 이민호였다.  

그 시절 우리의 추구미, 김희선

두툼한 핑크색 헤어 밴드에 핑크색 카디건. 지난해 <아파트 404>에서 1998년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에서 그 시절 김희선을 재현한 제니다.

20세기 말, 김희선이 드라마에서 착용한 아이템은 며칠 뒤 거리에 깔렸다. 생각해 보면 당시 동대문을 비롯한 K마켓 패션은 현재 중국 패션 브랜드 ‘쉬인’만큼 빨랐다. 김희선의 캐릭터 패션은 곧 우리의 추구미였다. 머리띠를 하면 머리띠를 했고, 곱창밴드를 하면 곱창밴드를 했으며, 집에서 방울 토마토를 키우고 걸어 다니면서 요요도 했다.

김희선
인스타그램@youquizontheblock

김희선이 워너비라 팬카페 활동도 한 친구 C. 학창 시절 유일하게 따라 하지 못한 것은 <웨딩드레스>(1997-1998)의 ‘폭탄 머리’였다. 그래서 세 달에 한 번 이대 앞에서 머리 스타일을 바꾸던 우리들의 2000년대에, 하루는 빠글빠글한 펌을 하고 캠퍼스에 나타났다. 그날의 반응은?

김희선
KBS <웨딩드레스>

여자 친구들이 C의 얼굴이 작고 예뻐서 “이런 머리까지 어울린다”며 걸스토크를 이어 나갈 때, 남자 친구들은 박장대소하며 김희선이 아닌 누군가의 이름을 외쳤다. 때는 하필 2002년 월드컵. 세네갈 감독 ‘브루노 메추’였다.

어른이 되면 하고 싶었던 김희선 펌은 그렇게 C의 흑역사가 되었다.  

인스타그램@fifaworldcup

안 본다고? 김희선인데!

다시 일하기 위해 두 아이와 남편은 물론 주변 사람 모두에게 미안해야 하는 나정, 아이를 갖고 싶지만 알 수 없는 남편의 속사정 때문에 분통이 터지는 주영(한혜진), 잘 생긴 연하남과 짜릿하게 연애했지만 남은 건 명품 할부금뿐인 일리(진서연). <다음 생은 없으니까>의 세 주인공 김희선, 한혜진, 진서연은 이 드라마를 <섹스 앤 더 시티> 한국판, <술꾼도시처녀들> 40대 버전이라 소개했다. 그만큼 저마다 공감 가는 포인트가 있고, 친구들의 우정에 울고 웃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 드라마를 위해 <웨딩드레스> 속 X세대 오렌지족 ‘두나’와는 180도 다른, 스타일보다는 오래 풀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 엄마들의 가성비 ‘빠마’를 한 김희선. 역할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았다고 말했다가 그만 ‘망언’ 연예인이 되었다. 예쁘기만 한데 어딜 내려놓았다는 건지 당최 납득이 안 된다는 반응.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려놓아도 김희선인 걸?

김희선
인스타그램@tvchosun_drama

90년대에도 2000년대에도 우리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 시절 우리가 따라 했던 김희선이 나 같고, 내 친구 같은 경단녀를 연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는. 예상해 보건대, 이번 연말 모임에 C는 ‘조나정’ 펌을 하고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20년 넘는 친구로서 이렇게 말해야지. “야, 김희선! 너 빨리 안 다녀?”

김희선
인스타그램@jtbcbro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