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드라마 <프로보노> 정경호&소주연

너와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해 싸우는 <프로보노> 속 배우 정경호와 소주연의 용감한 팀워크.

소주연이 입은 레더 보머 재킷은 페라가모(Ferragamo). 정경호가 입은 재킷과 셔츠는 아미리(Amiri).

코르셋 포인트 롱 코트, 레이스 홀터넥 톱은 맥퀸(McQueen).

코트는 돌체앤가바나(Dolce&Gabbana). 숄칼라 레드 재킷과 플레어 팬츠는 김서룡(Kimseoryong). 터틀넥과 첼시부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소주연이 입은 레더 보머 재킷은 페라가모. 정경호가 입은 재킷과 셔츠는 아미리.

그레이 슈트 셋업은 MSGM. 셔츠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이스업 슈즈는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링은 크롬하츠(Chrome Hearts).

오버사이즈 핀스트라이프 블레이저, 레이스 디테일 블라우스는 이자벨마랑(Isabel Marant). 슬라우치 롱부츠는 페라가모.

정경호

영화 <보스>의 개봉,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에 이어 12월 6일 방영을 앞둔 tvN <프로보노>까지. 올해 정말 열심히 달리고 있네요? 
하,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너~무 열정적인 한 해네요. 

지금도 한창 촬영 중이죠? <구르미 그린 달빛> <이태원 클라쓰> 등을 연출한 김성윤 감독과 배우 정경호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요. 
열심히 찍는 중이에요. 이번 작품은 그야말로 피, 땀, 눈물이에요. 저는 속물 판사에서 공익 변호사가 된 ‘강다윗’이라는 인물을 연기해요. 철두철미한 감독님의 바짓가랑이를 잡으며, 무조건적인 믿음 속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어요. 

의사, 일타 강사, 노무사까지 경험한 베테랑에게 유독 도전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나 봐요?
본의 아니게 의사, 강사, 형사, 노무사에 이어 판사와 변호사까지 하게 됐는데, 대사의 양과 난이도로는 변호사가 ‘톱’인 것 같아요. 법률 용어가 어렵다 보니 습득하는 단계가 필요했고, 이걸 외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죠. 특히 법정 장면은 회당 20시간 가까이 촬영하기 때문에 집중력을 놓을 수가 없어요. 

소송에 얽히지 않는 이상 접할 수 없는 단어가 많죠?
정답이에요. 직접 얽히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용어가 가득해요. 특히 다윗은 ‘말발’이 중요한 인물이거든요. 궤변을 늘어놓지만 ‘어?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려면 일단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선과 악이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잘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어느 때보다 대본을 오래 들여다봤어요. 

시청자로서는 정경호표 특유의 ‘말맛’ 나는 대사를 잔뜩 들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되는 걸요?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예전에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할 때 1부 대사만 5시간가량이었는데, <프로보노>는 그 양을 뛰어넘어요. 계속 주절주절 떠들어요. 작가님이 전직 판사다 보니 시간 날 때마다 함께 대본 리딩을 했어요. 읽을수록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했고요. 

읽고 읽을수록 마음에 박힌 대사가 있나요? 
한 에피소드에 ‘법은 과거에 갇힌 화석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살아 숨 쉬는 생물이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어요. 유독 마음이 가더라고요. 

대사 외에 기대되는 포인트가 있나요? 
매회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특별 출연하는 배우들의 존재요. 시청자분들도 눈여겨보시길 바라요. 깜짝 놀랄 분들이 많이 나오거든요. 박기쁨(소주연 분), 장영실(윤나무 분) 등이 모인 프로보노 팀워크도 기대해도 좋고요.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한 소주연 씨와는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죠? 
네, 개인적으로 주연 씨가 데뷔 때 찍은 광고 이미지가 강렬해서 기억하고 있던 배우였어요. ‘저렇게 순수의 결정체 같은 친구가 있나’ 싶었는데 함께해보니 삶 자체가 정말 바른 친구더라고요. 박기쁨의 캐릭터를 보면 ‘이런 순수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싶은데 주연 씨가 표현하면 타당성이 생겨요. 그만큼 순수하고 강단 있는 친구예요. 제가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어떤 에너지를 얻나요?
30대 초만 해도 ‘배우는 여러 경험을 해봐야 한다’는 마인드였거든요. 그 경험을 통해 자유로운 표현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그렇지만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일단 나 자신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것에 맞게 연기하는 게 먼저더라고요. 자유로운 영혼에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요. 삶의 자세가 바른 주연 씨를 보며 확신이 들고요. 

완벽한 팀워크처럼 경호 씨 주변에 끈끈하게 의지하는 크루가 있나요? 
최정남 대표와 최태선 이사를 비롯한 저희 소속사 식구요. 최 대표와는 데뷔 때부터 23년째 함께하고 있어요. 그 누구보다 든든한 팀이죠. 

그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던 힘은 뭔가요? 
‘좋은 배우’. 그거 딱 하나예요. 어릴 때부터 저는 정말 좋은 배우가 되고 싶었고, 형은 좋은 배우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어요. 그 꿈 하나만 바라보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거죠. ‘좋다’는 의미를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그걸 찾는 게 남은 인생의 여정이라는 생각이 요즘 조심스럽게 들고 있어요. 

노무사에서 공익 변호사로 이어지는 흐름에 ‘직업적 정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 최근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달라졌나요? 
여러 요소가 작용하지만, 여전히 가장 큰 건 사람이에요.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이번 작품 역시 김성윤 감독님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고요. 20년 넘게 이 일을 하다 보니 결국 남는 건 사람이더라고요. 대본, 환경, 예산 등에 변수가 있을 수 있고, 스코어는 변할 수 있지만, 이 일을 하는 한 인연은 반복되거든요. 사람과 사람 간의 인연이 얽히고설켜 그 안에서 ‘좋은’ 사람과 함께하면 좋은 작품이라는 결과를 낳거든요. 그게 곧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완성해가는 과정임을 느껴요. 감독님과도 오랜 친분을 이어왔는데, 일단 사람 말을 너무 잘 들어줘요. 잘 듣고, 잘 웃어주는 밝은 사람이고, 현장에서는 듬직한 ‘캡틴’이에요. 

사람의 힘을 언제부터 믿었어요?
연기를 하며 축적돼온 것 같아요. 제가 혼자 있는 시간을 정말 사랑하는데, 그 외에는 촬영장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감사하게도 크게 쉬어본 적이 없어서 제 삶의 풍경 대부분이 혼자 아니면 촬영장이었어요. 에너지가 그 시간 속에서 채워진 것 같아요.  

1년에 한 작품 이상 꾸준히 20년을 일해온 비결도 결국 사람인가요? 
하고 싶은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을 때마다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이렇게 연이 잘 닿은 게 감사한 일이죠. 

일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에요?
사실, 스트레스와 화가 쌓일 틈이 없어요. 소리를 지르고, 욕하고, 우는 감정 표현을 일을 하면서 다 할 수 있으니까요. 배우 에단 호크가 쓴<완전한 구원> 속 “인생은 지루하게, 예술은 짜릿하게”라는 문구가 제 삶을 완벽하게 표현한 문장이에요. 정경호 인생은 ‘노잼’ 그 자체인데 대본에는 재미있는 일이 가득해요. 현장에서 이걸 다 풀어내고 집에 가서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아요. 

단순하지만 명쾌한 그 리듬이 부럽습니다.
썩 부러울 것도 없어요. 그렇게 정돈되어 있지도 않고요.(웃음) 

이 리듬 속에서 더 채우고 싶은 게 있어요?
2026년에는 인간 정경호를 좀 채워가고 싶어요. 지금까지 작품을 통해 저 자신을 벅차게 채웠어요. 감사한 시간이었지만 내년에는 여행이나 책을 통해서 채우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몸도 좀 키우고요. 저 자신을 채우고 작품을 통해 풀어내는 과정을 새롭게 경험하고 싶어요. 


소주연

오늘 현장의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아 소주연과 <프로보노>의 기쁨의 싱크로율이 100%라고 하네요. 동의하시나요? 
너무 과분한 칭찬인데요?(웃음) 감독님께 왜 저를 캐스팅했느냐고 여쭤본 적이 있는데, ‘진정성’이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래서 더더욱 진짜 감정을 표현하는 데 무게를 두고 열심히 했는데, 그 마음이 전달된 것 같아 기뻐요. 

개인적으로 탐나는 기쁨의 면모가 있어요?
오뚜기 같은 회복력요. 요즘 말로 ‘긁히는 게 없는 친구’예요. 지치고 실망하더라도 금방 털고 일어나 상황을 책임감 있게 끌고 가는 모습이 참 위대해요. 열정, 정의, 사명감, 공감 능력치가 100에 달하는 친구라 함께할수록 더 몰입됐어요. 

촬영하며 많이 울었다면서요?
울지 않은 날이 손에 꼽을 정도예요. 하도 우니까 요즘은 저만 보면 ‘오늘은 또 뭐가 그렇게 슬퍼?’라고 묻는 게 유행처럼 번졌어요. 매회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기쁨의 감정이 저 자신에게도 밀도 있게 다가왔고요. 작품 속 사건을 마주하며 점점 동기화된 것 같아요. 감독님과의 미팅에서 첫 질문이 요즘 관심사에 관한 것이었어요.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요즘 제 관심사는 동물권에 향해 있는데, 작품에도 동물권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해서 처음부터 흠뻑 빠져 작업할 수 있었죠. 모든 과정에서 뿌듯함이 많이 남는 현장이었어요. 

또 어떤 과정이 뿌듯했어요?
‘오케이’ 사인에 대한 무게가 남달랐어요. 감독님이 엄청난 완벽주의자예요. 어떤 날은 오케이 사인이 쉽게 떨어지고, 다른 날은 디렉팅을 세세하게 받고 날 때도 있는데, 마침내 그 한마디를 들을 때면 엄청난 기쁨으로 다가왔어요. 

<프로보노>와 함께한 시간을 생각하면 어떤 단어가 떠올라요?
‘다이내믹’요. 작품 안과 밖 모두를 아우르는 단어예요. 동시대의 문제를 다룬 공익 사건, 프로보노 팀 간의 성장 이야기 등 무게감 있는 동시에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작품이에요. 현장에서는 ‘갓경호’를 중심으로 함께하는 팀원이 너무 훌륭해서 치열한 동시에 재미있었고요. 

정경호 배우와 관련한 미담이 여럿 있죠. 또 하나 추가되는 건가요?
정경호 배우와 함께 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좋겠다!’는 말만 들었어요. 오빠에 대한 찬양이 엄청나더라고요. 연기를 하면서 ‘이건 좀 이상하지 않을까?’ 했던 부분인데, 촬영 끝나고 모니터 보면 오빠의 연기를 통해 그 장면이 살아나요. 현장의 모든 스태프 이름을 외우고,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존경심이 들어요. 함께한 사람들이 왜 그토록 찬양하는지 알겠더라고요. 

촬영 현장과 작품의 메시지를 듣다 보니 이렇게 추운 계절에 꼭 필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요. 
촬영할수록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단 한 사람만 그 마음을 알고 믿어준다면, 누군가의 세계가 바뀌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이런 다정함이 필요한 시대잖아요. 

올해 초,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연극’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이번 작품에 어떤 성장을 가져다주었나요? 
연극을 통해 배운 것들이 이번 작품에 큰 도움을 줬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법정 신이에요. 이 신은 다인원 앞에서 혼자 연기해야 하는데, 연극 무대 생각이 많이 나더라고요. 실제로 일인극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기도 했고요. 감독님이 감정 연결을 위해 원테이크로 찍으셨는데, 카메라와 동선 등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들어가 리허설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 과정도 연극과 비슷했어요. 연극무대에 서기 전까지 정말 무서웠는데 하기를 잘했다 싶었어요. 

여러 인터뷰에서 꾸준히, 천천히 성장하고 싶다는 말을 했어요. 연극도 그 과정의 일부였나요? 
맞아요. 느리더라도 천천히 꾸준히 성장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두렵더라도 하고 싶은 걸 용기 있게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게 제 일과 삶의 밸런스를 잘 지키며성장하는 방법이라고 믿어요. 연극과 SBS 드라마 단막극 <우리들의 초콜릿 순간>이 바로 그 선택이었어요. 우물쭈물 머뭇거려질 때 일단 마음이 끌리면 해봐야 직성이 풀리기도 하고요.(웃음)

뭐든 해봐야 한다는 쪽이군요? 
완전 행동파예요. ‘저스트 두 잇(Just do it)’의 인간화가 바로 저예요. 좋아하고 끌리는 건 일단 해야 후회가 없는 것 같아요. 

유독 많은 일이 벌어진 2025년이었네요. 가장 진한 기억은 뭔가요? 
드라마 <프로보노>요. 2025년 내내 준비했고 그 온도가 정말 뜨거웠어요. 올해의 문장을 꼽는다면 기쁨의 대사 중 하나인 “프로보노 빅토리!”가 될 거예요. 

2026년에는 어떤 분야에서 ‘빅토리’를 외치고 싶어요?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인데, 동물과 인간의 공존이 더 친절해지면 좋겠어요. 동물에 대한 인식과 제도적 변화가 개선되길 바라고요. 지금 몇몇 개인 활동가를 돕고 있는데, 더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싶어요.

    포토그래퍼
    황병문
    스타일리스트
    지상은(정경호), 홍은영(소주연)
    헤어
    유혜림(정경호), 혜나(소주연)
    메이크업
    정경화(정경호), 김수연(소주연)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