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유산을 해체하고, 현재의 감각으로 다시 쌓아 올리는 디자이너들. 지금, 패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CHANEL by MATTHIEU BLAZY
샤넬의 마티유 블라지는 ‘사랑과 자유’라는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는 단 한 명이 아닌 모든 세대의 여성에게 열려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의지로 읽힌다. 그의 컬렉션은 새로운 보편적 드레스를 제안하며, 세대를 아우르는 실루엣과 스타일의 믹스매치를 통해 그 신념을 구현했다.
프랑스의 유서 깊은 셔츠 메이커인 샤르베와 협업한 셔츠, 밑단을 풀거나 허리선을 낮춰 비율을 재해석한 트위드 등은 실용적이면서도 오랜 시간 눈길을 사로잡을 만큼 매력적이다. 또 구겨진 듯 자연스러운 형태의 2.55 백은 세대를 아우르며 사랑받은 흔적과 함께 ‘클래식의 해체’라는 중의적 메시지를 드러내기도. 새로운 직조기법과 다양한 실루엣, 플로럴 모티프, 유리 행성, 진주, 에나멜 체인으로 탐스럽게 장식한 액세서리에서도 그의 섬세한 고민과 실험 정신이 엿보였다. 마지막으로, 그랑팔레를 형형색색의 빛나는 행성으로 연출한 무대는 새로운 샤넬 유니버스의 탄생을 상징했는데, 몽환적 조명과 음악이 어우러져 완벽한 연출이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GUCCI by DEMNA GVASALIA
구찌의 뎀나 바잘리아는 첫 쇼의 형식부터 달랐다. 그는 런웨이 대신 프리미어 영화라는 방식을 택했고, 그 결과물은 단편영화 〈더 타이거(The Tiger)〉로 완성됐다. 스파이크 존즈와 할리나 레인이 공동 연출한 이 작품은 데미 무어, 켄달 제너, 알렉스 콘사니 등 다양한 얼굴이 등장해 “당신이 호랑이와 함께 방 안에 있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 모두는 구찌의 ‘라 파밀리아(La Famiglia)’ 컬렉션을 입고 등장한다.
이번 컬렉션의 룩은 구찌가 새롭게 정의하는 미학을 드러낸다. 베이지 톤의 GG 모노그램 코트와 롱스커트는 하우스의 전통 코드 위에 현대적 비율을 입혔고, 실크 블라우스에는 메탈릭 디테일을 더해 섬세한 긴장감을 만들었다. 벨벳 롱드레스는 자수의 빛을 머금으며 부드럽게 흐르고, 진주 장식의 액세서리와 스카프 디테일은 시선을 마무리한다. 이번 영화와 컬렉션은 뎀나가 새롭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옷이 단순히 입는 대상이 아니라, 내면의 감각과 관계를 촉발하는 매개가 될 수 있는지. 조용하지만 확신에 찬 시작, 구찌의 변화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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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그래퍼
- COURTESY OF GORUNWAY
- 사진 출처
- GETTY IMAGE, INSTAGRAM(JEAN PAUL GAULTIER, MASION MARGIELA, VERSA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