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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 ON THE FLASH / 채종협

채종협은 자꾸 새롭게 데뷔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일을 이어가는 게 너무 좋아서.

니트는 토즈(Tod’s). 팬츠는 렉토(Recto). 네크리스는 톰우드(Tom Wood).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코트는 YCH.

레더 칼라 재킷과 팬츠는 웰던(We11done). 더비 슈즈는 질 샌더 (Jil Sander). 네크리스는 톰우드.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베스트는 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 팬츠는 디올(Dior). 브레이슬릿과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블라우스, 벨벳 팬츠는 발렌티노(Valentino). 로퍼는 질 샌더. 링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재킷, 테이퍼드 팬츠는 아더에러(Ader Error). 롱부츠는 프라다(Prada). 펀칭 슬리브리스,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인도의 디바> 오픈 전에 만나고 2년 만입니다. 
제가 정말 좋아한 드라마기도 하고, 한국에서 찍은 마지막 작품이기도 해서 작품도, 그때 했던 화보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만큼 배우들과도 친해요. 

그때보다 많이 밝아진 것 같아요. 배우 중에 내향인이지만 그땐 수줍음이 많은 ‘찐’내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맞습니다. 특히 그때는 방송 전이라 더 긴장해서 그런 것 같아요. 그동안 시간도 흘렀고요. 그간 여러 가지 일이 있으면서 인간으로서 크게 변한 것 같아요.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성장한 느낌이랄까. 다른 나라 가서 일도 해봤고, 최근 회사도 옮겼고, 여러 변화가 있었네요. 

일본에서 낯선 언어로 촬영하면서 적응력도 길러졌나요?
맞아요. 새 작품에서 한국어로 대사를 하는 것도, 지금 한국어로 인터뷰하는 것도 신기할 정도죠. 한국에서 촬영하는 게 2년 만이라 다시 적응 중입니다. 

이번 작품도 로맨스를 선택했어요. 로맨스에 끌리나요?
본의 아니게 자꾸 로맨스를.(웃음) 저는 새로운 장르를 계속 경험해야 한다는 것보다, 뭐라도 제 것 하나를 완벽하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더 커요. 로맨스라서가 아니라 결국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을 계속 고른 것 같아요. 특히 캐릭터를 많이 봐요. 사람은 누구나 다 아픔을 가지고 있잖아요. 그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그 사람의 중심이 잘 서 있는지. 그런 면을 좀더 중요하게 본 것 같아요.  

돌아보니 <무인도의 디바>도 <아이 러브 유>도 그런 작품과 캐릭터였죠.  지금도 촬영 중인 <찬란한 너의 계절에>도 그런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캐릭터가 너무 불쌍했어요. 저랑 비슷했거든요. 어떤 한 시절을 살고 있던 채종협이랑 되게 비슷했어요. 현실적으로 맘에 와닿은 캐릭터라 끌린 것 같아요. 이번에는 단어로 빗댄다면 제가 봤을 때, 서로 스며드는 로맨스 장르인 것 같아요. 실제로는 평범하고 현실적인 로맨스물을 좋아하고, 그래서 뭘 볼 때도 현실적인 걸 좋아해요. 오늘도 아침에 <이혼숙려캠프>를 보고 왔어요.

하하. 그건 좀 계열이 다르지 않나요?
묘하게 끌림이 있더라고요. ‘연프’ 잘 안 보는데 그것만 봐요. 정말 현실이라서 보는 것도 있고요. 제가 본의 아니게 로맨스물을 자주 하지만, 그럴 때마다 계속 아쉬움이 남고, 계속 ‘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예요. 작품을 보면서 저런 사람이 진짜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그런 지점을 만드는 연기를 하고 있나요? 
이번 작품도 그렇고, 매 작품 그런 부분을 조금씩 넣으려고 했어요. 감독님이 편집을 하시다가 너무 현실적인 것 같다고 하실 때는 기쁘죠. 

그러고 보니 한국 시청자도 종협 씨를 한동안 못 봤네요. 
방송에 나온 건 <우연일까?>가 마지막인데, 촬영은 <무인도의 디바>가 마지막이었어요. 시청자분들에게는 제가 2년 만에 복귀하는 거니, 걱정이 많이 돼요. 

우리는 종협 씨가 일본에서 인기 있다는 소식을 워낙 많이 들어서 괜찮아요. 일본 활동으로 바빴구나 할 거예요.  
그렇다면 정말 다행인데요. 그런 쉼을 가져본 게 데뷔하고 처음이거든요. 1년, 거의 2년을 쉬다가 복귀 아닌 복귀를 한 건데, 그러다 보니 너무 떨리는 거죠.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보시는 분들이 어색할 것 같기도 하고요. 그전까지는 다음에는 딥하게, 다음에는 좀 더 진정성 느껴지게, 더 몰입해서 설득력 있게 하자 이런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정말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에요. 새롭게 시작하는 느낌. 

쉼을 길게 가져가보니 어때요?
안 맞습니다. 하하. 때로는 이런 시간이 필요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너무 길었어요. 그래서 적응하기 힘들었죠.

방학이라면 언제까지가 딱 적당했을 것 같아요?
너무 바쁠 때는 일주일만 쉬고 싶다고 했죠. 그런데 2년이 될 줄은 몰랐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여행 한번 다녀오고, 저한텐 오로지 그게 다였어요.

이제는 함부로 쉬고 싶다는 얘기 안 하겠네요.
하면 안 되죠!

작품을 선택할 때는 의견을 많이 듣나요? 스스로의 느낌을 따르나요?
작품 선택이 쉬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느낌을 믿고 따르려고 하지만, 여태까지 그걸 내비치거나 의견을 말하지는 않았어요. 계속 의견을 묻고 따라간 것 같아서, 이제부터 그렇게 해볼까 합니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어려워요?
이걸 할 수 있을까? 내가 표현할 수 있을까? 매번 그거였던 것 같아요. 내가 이 옷을 입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해요.

그렇게 선택한 작품이 하나둘 쌓여 필모그래피가 꽤 길어졌어요. 작품 목록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해나가고는 있구나. 퇴보하거나 제자리걸음이 아니었구나. 그게 딱 맞는 것 같아요. 다들 그러잖아요. 퇴보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발악 같은 발버둥을 치는 건데.

필모그래피가 ‘발버둥의 리스트’ 같은 겁니까?
왜냐하면 저는 오기로 시작했으니까. 연기 이전에 모델이라는 직업을 택했을 때도 계속 떨어져서 오기로 될 때까지 해본다. 그냥 패션쇼 한 번만이라도 서본다. 딱 한 번이라도 ‘합격’, 그것만이라도 듣고 쿨하게 떠난다.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거든요. 

그렇다면 좋은 오기였네요. 꿈을 이루게 해주었으니까. 
자꾸 ‘안 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모델 일도 한국에서 다시 시작한 거였고, 마찬가지로 연기도 욕심이 생겼어요. 계속 오디션 볼 때도 안 된다, 안 된다 하니까 한 번만 붙어보자는 오기로 왔고, 오디션에 붙으니까 또 욕심이 생겼어요. 

그전까지는 아무리 두드려도 열리지 않을 것 같던 문이 한 번 열리면, 또 다른 기회가 오죠. 그 ‘오기’가 사라졌을 지금은 그 자리에 뭐가 있나요? 
지금은 보답인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하고 싶은 것, 보여드리고 싶은 연기를 해온 것 같아요. 문득 돌아봤을 때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도, 믿어주시는 분들이 생긴 걸 보면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분들한테 조금이나마 보답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인간 채종협보다 연기하는 채종협을 보고 좋아해주신 거니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어요. 

언제쯤 자신만 생각할 수 있게 될 것 같아요? 
연기보다 더 재미있는 게 생기면? 아직은 연기보다 재미있는 게 없어요. 비록 오기로 시작한 거지만, 사실 옷이 좋아서 모델을 시작한 것도 있어요. 그다음에는 연기가 좋아져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고요. 연기보다 더 재밌고, 더 흥미 있고, 더 끌리는 일이 생긴다면 과감히 다른 일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아직도 패션을 좋아해요?
지금은 그냥 제가 좋은 옷, 그냥 편한 옷을 입는 편이에요. 평상시에만 제가 입고 싶은 대로 입고, 웬만하면 주시는 대로 다 입어요. 그러고 보니 옷에 대한 사랑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네요. 연기할 때도 그 캐릭터에 맞는 비슷한 옷 중 뭐가 더 잘 어울릴지 고민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좋아하는 옷은 평소에 입고요. 

옷장은 어떤 옷으로 채워져 있어요?
지금은 편한 옷밖에 없어요. 추리닝이 제일 많죠. 다 박스 티에, 허리띠 안 하면 그냥 흘러내리는 바지들. 예전부터 걸어가다가 ‘어?’ 할 것 같은 옷이나 스타일을 좋아했어요. 거의 빈티지나 스트리트 브랜드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크로스백까지 룩의 완성이라 계속 매고 있는 거죠? 일본에서 산 느낌? 
가방이 나름 포인트이긴 했습니다.(웃음) 맞습니다. 일본에서 촬영할 때 현장 가방으로 쓰려고 샀죠. 예전에는 칫솔, 패드. 그게 끝이었는데, 요즘은 건강식품이랑 약이 조금 늘었어요. 카메라도 들고 다니는 편이라 가방이 필요해요.

카메라는 어떤 기종을 쓰나요?
소니, 라이카요. 여행 다닐 때는 필름 카메라를 들었고요. 근데 필카는 현상을 맡겨야 하니 바로 백업할 수가 없잖아요. 현장에서 제가 팬분들과 공유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싶어 또 디지털카메라 작은 거를 하나 구입해서 들고 다니죠. 그냥 그때그때 아무 거나 찍어요. 오늘의 저를 찍고, 영상 하나 찍고, 

인스타그램에도 거의 안 올라오는데. 그냥 모아만 두는 중인가요?
아직 저의 실력이 검증이 안 되었다 보니, 아직은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모아두고 있어요. 사람보다는 풍경 위주로 찍거든요. 남극 촬영을 갔을 때 사진을 열심히 찍었어요.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겠죠?  

좋아하는 걸 얘기하니 얼굴이 좀 붉어지는 것 같은데요? 
제 얘기를 하는 건 좀 부끄러워요. 워낙 부끄러움이 많아서요.(웃음)

오늘도 뭔가를 찍을 건가요? 
가방 안에 카메라 있는데, 어떻게 아셨죠? 오늘도 혹시 뭔가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그 조그마한 건 웬만하면 거의 들고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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