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스케줄이 바빠 시간을 분초 단위로 쪼개야 하죠?
정신은 없지만 이 밀도로 일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MBTI 검사를 하면 ‘J(계획적)’가 100%에 가까운 성향이라 쉬는 날에도 비슷하게 보내요.
쉬는 날은 대체로 어떻게 흘러가요?
오전 5시부터 저녁 10시까지 시간표를 빼곡하게 짜요. 소속사 사무실로 출근해서 언어, 보컬, 안무 레슨을 받고, 운동을 가는 식이죠. 어머니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네가 하고 싶은 걸 정확히 자각하고,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뭔가를 공부하면서 스스로를 채우는 게 중요해요.
가장 오랜 시간, 꾸준히 배워온 건 뭔가요?
춤과 노래요. 배울수록 끝이 없어요. 수업 방식부터 내용까지 10년 전 제가 배운 것과 달라요. 계속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니까 오히려 지금 더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문득 그 시작이 궁금해져요. 처음 춤과 노래에 매료된 건 언제였어요?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어머니 기억으로는 말하기 시작하면서 노래를 자주 불렀대요. 여섯 살 무렵, 미술학원에서 ‘미래의 나’를 주제로 그림 전시를 열었는데, 그때도 ‘노래방 주인공’이라는 제목을 달고 무대 위에서 빵긋거리며 노래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하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느 박물관에서 10년 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는데, 잊고 있던 그 편지가 2021년에 집에 도착했거든요. 그 편지에도 10년 뒤 제 모습에 대해 ‘노래와 춤을 제일 잘하는 세계적인 톱스타’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말을 뗀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네요?
힘들고 지치는 순간에는 흔들렸다고 생각했는데, 곳곳에 제 꿈을 향한 애정이 깃들어 있더라고요. 저도 신기해요.
그 작은 점들이 차곡차곡 쌓여 솔로 앨범 <gonna love me, right?>가 탄생했네요.
맞아요! 솔로 데뷔를 해야만 했던 시기, 솔로 데뷔 때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솔로를 해야만 하는 시기’는 어떻게 찾아왔어요?
4년 전 예능 활동을 왕성하게 하던 때, 어느 날 문득 뭔가를 놓치고 살고 있다는 감정이 확 몰려오더라고요. 카메라 앞에서 여러 사람과 웃고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상한 공허함이 늘 찜찜했죠. 그게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노래와 춤을 추지 않는 나’로 귀결되더라고요. 그때부터 3년간 보컬과 춤을 기본기부터 다시 갈고닦았어요.
이번 앨범을 LA에서 작업했다고요. 왜 LA였어요?
‘나를 오롯이 보여주고 싶다. 이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결심이 선 순간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정식으로 보컬 레슨을 받고, 연습할 때 앨리샤 키스, 비욘세,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에이브릴 라빈과 같은 팝송만 불렀어요. 그러다 보니 노래할 때는 영어로 소리를 내는 데 더 익숙해졌죠. 그래서 솔로를 할 때도 제 음색과 가장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영어를 택한 것 같아요. 이왕 할 거면 본고장으로 가야겠다 싶어 LA를 택했죠. 회사에 두 달의 긴 연차를 내고 그곳에서 함께하고 싶은 스태프를 모으고, 우버 타고 스튜디오를 오가며 뜨겁게 작업했어요.
수록한 3곡 모두 그때 탄생한 건가요?
모두 미국에서 완성했어요. 돌아와서 회사에 완성된 곡을 들려주었더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는 피드백을 주셨죠. 그때부터 하나부터 열까지 제 손으로 앨범을 완성해갔어요. 진짜 재미있었어요!
지난번 우주소녀 활동으로 만났을 때 팀 내 트렌드 전략가로 통했잖아요. 별도의 프로모션을 진행하지 않은 것도 계획한 거였나요?
그럼요. 이 앨범의 첫 콘텐츠가 뮤직비디오이길 바랐어요. 사전 프로모션은 대부분 사진으로 진행하는데, 한 장의 사진으로는 그 ‘바이브’를 담을 수 없다고 판단했거든요. 그래서 사전 프로모션 없이 뮤직비디오 티저와 음악방송 무대를 보여주기로 했죠.
엄청난 양의 챌린지도 화제였죠.
약 90개의 챌린지를 미리 찍어놓았어요. 컴백 첫날 20개가량을 6시부터 10분 간격으로 공개했어요. 사전 프로모션이 없었으니 모든 알고리즘에 태워 노출량을 늘려야 했거든요. 노트북 엑셀 시트를 달고 살며 스케줄을 짜는데,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철저한 계획에서마저 ‘독기’가 보여요. 이렇게 스스로를 뜨겁게 달군 이유가 있었어요?
솔로 데뷔를 통해 ‘다영’이라는 사람을 리브랜딩하고 싶었어요. 2016년 데뷔해 지금까지 활동한 저도 좋지만, 솔로 활동으로 이전의 제 모습이 생각나지 않게 반전을 꾀하고 싶었거든요. 지금의 제 모습을 보고 과거의 제 모습이 궁금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 전략이 통했어요! 저 역시 ‘body’ 무대를 보다 <K팝스타>에 출연한 열두 살의 다영을 보게 됐거든요.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이 그 경로를 따라온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가장 신경 쓴 건 역시 무대였겠죠?
그럼요! 무대 위의 모습을 가장 꼼꼼하게 연구했어요. 무대를 신나게 꾸리면서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리지 않게 하려면 스프레이를 어느 방향으로 뿌릴지, 어떤 속눈썹을 쓸지, 어떤 표정과 애티튜드를 장착할지를요. 무대를 방방 뛰어다녔을 때 무겁게 느껴지지 않길 바라서 감량도 했고요.
탄탄한 몸과 눈빛, 에너지가 압도적이었죠.
‘마른 몸을 위해 다이어트를 해야겠다’는 건 아니었는데, 감량이 엄청 화제가 됐어요.(웃음) ‘body’의 2절에 허리를 꺾는 동작이 있는데, 그 동작을 했을 때 굴곡이 잘 보이기 위해 맞추다 보니 12kg까지 감량되어 있더라고요. 원하는 라인을 위해 찍은 모니터 영상만 300편이 넘어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감량 ‘꿀팁’을 좀 풀자면요?
11kg까지는 한 달에 최소 1kg, 최대 2kg을 목표로 잡고 운동을 꾸준히 했어요. 가장 효과가 좋은 건 공복 유산소였고, 식후 레몬을 먹는 것도 큰 도움이 됐어요. 또 하나, 아침에 잰 몸무게와 저녁에 잰 몸무게가 동일하거나, 0.4kg 오차를 벗어나지 않으면 무조건 빠져요! 마지막 1kg은 절식이에요. 컴백 전이나 중요한 일정이 있을 때는 일주일 정도 밤에 꼬르륵 소리를 들으면서 자요.
그렇게 치열하게 준비한 무대에 올랐을 때의 감정이 기억나요?
어떻게 잊겠어요. 무대에서 컨페티가 딱 터지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 같았어요. 첫 무대 끝나고 펑펑 울었어요.
그 무대를 본 사람들의 반응도 한마음이었어요. 진짜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해낸 사람이 주는 울림 같은 거요.
음악과 무대로 누군가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싶다는 꿈을 이룬 것 같아요. 댓글을 전부 다 봤는데, ‘요즘 실낱같은 희망에 의지해 살아가는데, 다영의 무대가 많은 생각과 감정을 들게 한다. 고맙다’는 식의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살아가면서 제가 음악을 통해 받은 위로와 기쁨을 이제 비로소 전할 수 있게 되어 기뻐요. 스스로를 자랑스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댓글을 보면서 저도 위로받았고요. 더 잘해야지, 싶더라고요.
데뷔와 동시에 음악방송 1위도 했죠. 미처 다 하지 못한 소감이 있나요?
이렇게 소감을 다시 말할 기회가 있었다면 고마운 분들의 이름을 다 써올 걸 그랬어요. 이번 활동을 하면서 정~말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어요. ‘온 우주가 나를 돕는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게 바로 지금이었어요. 뮤직비디오 감독님도 원하는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제게 투자해주셨고, <인기가요> <뮤직뱅크> <엠카운트다운> 피디님들 모두 사전녹화가 힘든 컨디션임에도 어떻게든 가능하게 도와주셨어요. 더 좋은 세트를 쓰고, 꽃가루도 펑펑 뿌리며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주셨죠.
어쩌면 모두가 다영 씨를 도울 기회를 엿보고 있던 건 아닐까요?
어떡하면 좋아. 정말 그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어요. 이번 앨범이 더 간절했던 이유 중 하나도 이런 분들의 도움 때문도 있었어요. 그분들 덕분에 이뤄낼 수 있었거든요. 제게는 1위의 의미가 정말 커요. 음악을 더 해야 할 이유가 생겼거든요.
처음 딛는 길이 불안할 땐 어떻게 했어요?
휴대폰 메모장에 일기를 적는 편인데, 1위 한 날 너무 행복해서 일기를 쓰다가 6개월 전 쓴 일기를 보게 됐어요. 엄청 희망찬 내용이 잔뜩 써 있는데 말하는 대로 됐어요. 솔로 앨범 준비를 하는 3년 동안 ‘할 수 있다’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 진짜 됐어요. 계속 뱉으면 되나 봐요. ‘하고 싶다, 하고 싶다’를 달고 살면 진짜 이루어지나 봐요.
늘 그런 에너지를 유지하는 비결이 있어요?
셀프 케어요. 퇴근 후 씻고 나와 1시간 반 동안 머리 팩부터 발끝까지 EMS 기기, 괄사, 콜라겐 팩 등으로 얼굴과 몸 전체를 어루만지면서 세세하게 관리하는데, 그동안 마음도 깨끗해져요. 출근할 때도 각종 기계를 칭칭 감고 나와요.(웃음) 에디터님이 아까 제 몸만 한 가방을 들고 다니는 걸 보고 놀라셨잖아요? 그게 제 최소한의 짐이에요. 그 안에 양배추즙, 효소, 히알루론산, 녹용, 콜라겐, 비타민 D 등 30여 가지가 들어 있어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걸 깨달은 요즘, 어떤 말을 달고 살아요?
‘꿈은 이루어진다’를 경험하고 나니 하고 싶은 걸 계속 말해요. 지금 가장 크게 바라보는 목표는 그래미 어워드요. 가능한 한 꿈을 크게 꾸려고 해요. 그래야 그 꿈이 깨졌을 때 파편도 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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