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뇌과학, 장동선 박사 인터뷰

잠이 오지 않는다. 내 탓일까? 뇌 탓일까? 프랑스 파리 ‘20킬로미터 드 파리’ 러닝 대회 전날 열린 삼성의 웰니스 포럼 ‘헬스 이머전(Health Immersion)’에서 만난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에게 물었다.

‘Everyday Wellness’ ’Better Run, Better Sleep’. 사흘 동안 파리 곳곳에서 만난 문구다. 에펠탑 앞에서 출발해 센강,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지나는 20km 러닝 대회 ‘20킬로미터 드 파리(20 Kilome′tres de Paris)’ 개최를 앞둔 파리는 도시 전체가 ‘웰니스 위크’에 돌입한 것 같았다. 테니스 대회로 유명한 롤랑가로스에선 삼성 갤럭시가 후원하는 ‘SLS(스트리트 리그 스케이트보딩)’ 대회가, 에펠탑을 이웃한 풀만 호텔에서는 글로벌 헬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건강에 대한 최신 정보를 공유하는 ‘헬스 이머전(Health Immersion)’ 행사가 열렸고, 3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러닝 대회 ‘20킬로미터 드 파리’가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 모든 곳에서 삼성과 ‘삼성 헬스(Samsung Health)’를 만날 수 있었다. 건강하고 더 나은 삶을 주창하는 ‘웰니스’가 파리마저 점령한 것! 그중에서도 중심이 된 주제는 단연 ‘수면’이다. 임상심리학 교수인 줄리 스미스가 수면과 멘탈 건강을, 영양사이자 크리에이터인 니샤 멜바니가 수면과 영양을, 그리고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가 수면과 뇌과학 분야의 연사로 등장해 ‘헬스 이머전’ 포럼을 이끌었다. 손목에 ‘갤럭시 워치8’을 차고 등장한 장동선 박사는 방송과 유튜브로 익히 알려진 것처럼 대중에게 뇌와 수면, 러닝의 상관관계를 알리는 데 열정적이고, 이는 파리에서도 이어졌다. 수면은 뇌 정화, 회복 및 기억 강화에 필수적이며, 러닝은 BDNF(뇌유래 신경영양인자) 생성을 촉진해 인지 기능을 향상시킨다. “또한 러닝은 최고의 스트레스 백신입니다.” 장동선 박사의 말이다. “저도 내일 20km를 달릴 예정입니다. 저는 항상 갤럭시 워치8과 삼성 헬스 앱으로 제 데이터를 확인하고, 이를 활용해 운동 강도와 시간을 결정합니다. 항상 도움을 받죠.” 포럼이 끝난 후 <얼루어 코리아>와 장동선 박사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우리가 더욱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며, 기술은 어떤 부분에서 도움이 될까?

오늘 ‘헬스 이머전’에 많은 유럽 미디어들이 참석했습니다. 가장 전달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이었나요?
러닝하고 운동하는 것의 효과가 뇌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 수면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가. 운동이 건강에 좋은 건 잘 알지만 뇌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잘 모르죠. 좀 더 심도 있게 브리핑하려고 했습니다.

뇌과학 쪽에서도 특히 수면과 러닝에 집중하는 이유는?
수면과 러닝은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는 주제예요. 제 유튜브 채널에서도 그냥 틀어놓고 주무시라고 만든 영상의 조회수가 매우 높습니다. 러닝도 마찬가지인데, 운동이 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다들 호기심이 많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뇌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짚어보니, 수면과 러닝, 이 2가지 키워드로 좁혀졌습니다.

AI 같은 다양한 신기술이나 디바이스에도 관심이 많고, 매일의 일상을 ‘갤럭시 워치8’과 함께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도움이 될까요?
큰 그림에서 말씀드리면. 제가 뇌과학 석박사를 한 독일의 막스 플랑크 바이오사이버네틱스 연구소는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신기술을 먼저 써보고 연구하는 전통 있는 곳이에요. 스마트 글라스, 아이트래킹, 뇌 영상 등을 이미 20년 전부터 연구해왔기에 일찌감치 미래의 기술을 볼 기회가 많았죠. 특히 AI와 관련된 구글 머신러닝 워크숍에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교수나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같은 유명한 분들이 와서 한 달씩 계시곤 했으니,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AI 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지?’에 관심이 많고요.
갤럭시 워치를 포함한 스마트 워치, 그리고 모든 웨어러블 기기는 궁극적으로 일종의 데이터 게이트웨이 역할을 한다고 봐요. 어떤 선택과 판단을 할지, 무엇에 관심을 가질지 인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모든 산업에는 고객을 예측할 수 있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결국은 헬스 데이터죠. 그런 의미로 갤럭시 워치8 등은 인간을 더 잘 예측해 더욱 필요한 서비스를 만드는 루프를 확보하기 위해 잘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누구나 스스로의 데이터를 많이 수집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하고 사용하는지는 다시 인간의 몫이 될텐데요,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나를 알아가는 학습 도구로 이용해보세요. 제가 사용하는 갤럭시 워치8을 예로 들면, 단순히 잠을 못 잤다고만 알려주는 게 아니에요. “어제 야식을 먹었기 때문에 자는 동안 심박수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자기 전에 야식을 먹거나 카페인,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수면의 질을 낮출 수 있습니다” “자기 전에 유튜브를 보느라고 늦게 잠든 것 같습니다. 침대에 눕자마자 5분 안에 잠드는 것이 더 건강합니다”라는 형태의 팁을 함께 주거든요. 어제 야식 먹고 잔 걸 어떻게 알았지?(웃음) 정말 흥미롭죠. 깜짝 놀랄 정도로 진단이 정확해요. 단순히 ‘안 좋다’ ‘못 잤다’는 수치를 내는 게 아니라 왜 안 좋았는지, 어떻게 해야 좋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팁을 알려주는 게 갤럭시 워치8과 ‘삼성 헬스’ 업데이트 버전의 좋은 점입니다.

뇌를 움직이는 건 행동이라는 걸 항상 설파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이 더 나은 방향으로 행동하는 데 도움을 주나요?
그렇죠. 행동 지침이 구체적이에요. 수면뿐 아니라 식사나 운동에 관한 팁도 주죠. 한 3시간 운동하고 자면 “중고강도의 운동은 오히려 에너지 레벨을 낮추기 때문에 이보다는 운동량을 줄이고 쉬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건강합니다”라고 해요. 개인화 인사이트 기능이 강화되었으니 한결 도움이 됩니다.

개인적으로 잠이 오지 않을 때 어떤 방법을 취하나요?
제게도 몇 가지 루틴이 있어요. 따뜻한 물로 샤워나 목욕을 하면 나른해지거든요. 물이 닿는 순간 자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교감신경이 자동으로 활성화하면서 몸이 이완되고 심박수가 떨어지는, ‘다이빙 리플렉스(Diving Reflex)’라는 포유류가 가진 반사작용이 일어나요.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면 어려워서 엄두가 안 나던 책을 보면 금방 와요. 공부도 되고 잠도 오죠.(웃음)

한국에서도 불면증 환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걱정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 불면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죠. 이럴 때는 어떤 방법이 도움이 되나요?
현대인이 스트레스로 잠을 못 자는 경우는, 일종의 불안 증상으로 잠이 안 오는 거라고 봅니다. 불안할 때 뇌를 보면 두 개의 회로가 있어요. 하나는 실제로 닥친 걱정스러운 일 때문에 불안한 거예요. 다른 하나는 불안할 수 있는 상황이 과거의 경험이나 상상을 통해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되면서 불안한 거예요. 후자라면, 불안이 일어날 수 있는 회로에서 벗어나, 다른 쪽에 집중하는 게 중요해요. 일종의 ‘인지 재구성’을 통하는 건데, 이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운동’입니다. 운동을 하면, 뇌는 다치지 않으면서 운동을 해내는 것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죠. 제가 항상 뇌세포 생성과 건강을 위해 뛰라고 말씀드리는데, 불안을 없앨 때도 러닝이 좋습니다. 수영도 좋고, 개인적으로는 춤추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춤출 때 복합적으로 뇌를 사용해야 하거든요.

다음 갤럭시 워치에는 춤추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네요.(웃음) “지금 잠시 일어나서 5분 동안 춤을 추세요.”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우리 움직임 자체가 뇌가 생긴 이유라고도 해요. 동물만 뇌가 있잖아요. 식물이나 미생물이나 스스로 움직여서 뭔가를 할 필요가 없다면, 뇌가 없어도 돼요. 스스로 움직여서 세상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존재만 뇌가 필요한 거예요. 그러다 보니 뇌와 행동, 뇌와 운동의 상관관계는 사실 뇌라는 기관이 진화하는 단계부터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결국 스스로 변화를 만들고 운동하는 존재에게 뇌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뇌는 사용하지 않는 모드가 되는 거죠.

더 스마트해지고 더 잘 자려면 뛰어라. 오늘 브리핑의 주제였던 것 같습니다. 뇌 건강을 위해서는 최소 20~30분 동안의 러닝이 최고라고 강조했는데, 걸으면 안 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으시죠?
연구 결과상 느리게라도 뛰는 게 걷는 것보다 압도적으로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뇌를 바꾸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행동이고, 행동은 뇌를 바꿉니다. 행동을 취하면, 뇌는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업데이트해요. ‘아, 이것도 되네. 이것도 할 수 있네’ 하고 업데이트된 정보를 기반으로 또 바뀌게 되죠. 뇌가 세상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업데이트할 수 있는 상황은 결국은 운동을 통해서입니다. 그중에서 러닝을 추천해요.

요즘은 모두가 헬스케어, 웰니스에 집중하는 시대입니다. 그중 수면을 다루는 기술에 유독 관심이 높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간의 건강과 행복에 있어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단일 팩터를 찾아보라고 하면 수면이에요. 수면의 질이 안 좋아지는 순간, 불면증이 생기는 순간, 불안장애 유병률도 올라가고 자살률도 급격하게 증가해요. 저도 우울하고 불안한 순간이 있거든요. 제일 좋은 솔루션은 일주일 동안 잘 자는 거예요. 잘 자고 나면 ‘왜 이렇게 우울했지? 왜 이렇게 불안했지? 뭐, 그냥 해보자.’ 마음의 근육이랄까, 행동할 수 있는 힘이 다시 생겨요. 그런데 그 잠이 잘 오게 만드는 조건 중 하나가 운동이에요. 결국 삶의 질에서 수면이 정말 중요한데, 수면에는 운동도 영향을 미치니까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 치료기 등이 이 2가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큽니다.

뇌과학자로서 얼루어 오디언스에게 수면을 위한 단순한 실천 하나를 조언한다면?
침대를 자는 공간으로만 뇌에 각인시켜라. 침대에 들어가서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하면, 뇌도 그걸 선택합니다. 유튜브 보고 뒹굴뒹굴하는 건 소파에서 하거나, 공간이 부족하다면 바닥에서 하세요. 침대는 잠만 자는 공간이라는 걸 뇌에 학습시키면 수면의 질이 정말 좋아집니다.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다 싶은 순간에 침대로 가면 바로 잠이 올 거예요. 만약 이미 침대에서 다양한 행동을 한 후라면 뇌가 이미 학습한 상태이니, 침대를 바꾸거나 위치를 변경해보세요. 뇌에게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겁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준 첸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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