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쌀롱② 그 시절 ‘태혜지’의 태! 김태희의 예수님 시절 썰
남자들은 왜 김태희를 좋아할까? 포인트는 서울대가 아니다.
*<Y2K쌀롱>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고, 다시 우리를 설레게 하는 Y2K 스타와 콘텐츠에 관해 씁니다.
태티서(2012) 전에 ‘태혜지’가 있었다. 21세기 초 뭇 남성들의 이상형이던 80년대 생 배우 김태희(1980), 송혜교(1981), 전지현(1981)을 묶어 부르던 말. 2009년 방영된 MBC 시트콤 <태희혜교지현이>에는 세 사람 중 아무도 출연하지 않았는데, 우리 나라에 태희, 혜교, 지현이라는 이름이 ‘의외로’ 많다며 당시 MBC 예능국장이 아이디어를 낸 낚시용 제목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태희, 혜교, 지현이는 이름이 ‘빈’인 남자들만큼이나 고통 받았다.
얼마 전 <유퀴즈>에 출연해 할리우드 진출작 <버터플라이>의 캐스팅 비하인드를 공개한 김태희. 한국계 미국인 작가 스테프 차(Steph Cha)는 어린 시절 어머니 옆에서 <천국의 계단>(2003)을 보며 김태희를 알게 되었다. “서울대를 나온 훌륭한 배우”라 소개했던 김태희가 훗날 딸의 작품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무척 반가워 하셨다는 작가의 어머니. 그러고 보니 김태희는 21세기 초 많은 부모들이 칭송한 ‘엄친딸’이었다. 동시대 숱한 얼짱들에 치이던(?) 우리들은 끝판왕 같은 ‘서울대 여신’의 등장에 괴로워했다. 하다 하다 서울대라고?
서울대 여자 스키부 후배였던 이하늬의 증언에 따르면 대학 시절 김태희의 존재감은 ‘예수님’급이었다. “그의 옷자락만이라도 닿아도 병이 나을 것 같은” 인물. 김태희 떴다 하면 홍해 갈라지듯 사람들이 길을 텄고,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대 여신이 하버드 여신이 된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2004)가 방영하던 시기. 캠퍼스 벤치에 앉아 태혜지 가운데 누가 제일 예쁜지를 다투던 아주 쓸데 없는 대화가 기억난다. 김태희파는 아니었던 나는 지나가는 말처럼 서울대 후광도 있지 않냐 물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남자들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입을 모아 말했다. “서울대가 중요한 게 아니야!” 탈인간계의 초능력 미모에 학벌은 티끌만큼의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고 말이다. 졸지에 ‘김태희 질투하는 여자애들’이 된 나와 친구들. 김태희 사수대가 훗날 비와의 결혼 소식에 울부짖을 때, 우리는 마음껏 웃었다.
2009년 <닌자 어쌔신>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한 원조 K배우지만, 수많은 커리어보다 ‘국민 도둑’ 타이틀이 앞서는 비는 최근 내조로 바쁘다. <버터플라이> 뉴욕 프리미어 참석을 주저하는 김태희를 등 떠밀어 보냈고, 동영상 편집 방법을 몰라 그냥 올린다는 SNS 게시물에 “제가 알려드릴게요. 저희 집으로 오세요”라며 주접 댓글을 달았다.
비와 김태희의 첫 만남이 광고 촬영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한데, 당시 광고주는 쿠팡이었다(사람들이 비는 평생 쿠팡만 써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다). 소셜커머스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기업이 자체 OTT 채널을 가진 거대 기업이 되는 동안 두 사람은 결혼했고 사람들이 아빠 엄마를 하나씩 닮아 ‘일희일비’ 할 것이라 추측하는 두 딸의 부모가 되었다. 그 사이 태혜지의 태, 김태희는 작품에서 만나기 힘든 배우가 되었다.
<유퀴즈>에서 김태희는 육아를 하며 뒤늦게 ‘사십춘기’를 겪었다며 눈물을 보였다. 헌신적인 나머지 기준이 엄격한 엄마와 전에 없던 갈등도 겪었다고 한다. 한동안 육아에 자신을 갈아 넣었던 그가 요즘 열망하는 건 하나. 작품으로 하얗게 불태우는 것이다. <버터플라이> 홍보를 위해 오랜만에 찾은 뉴욕에서 “20년 전 첫 광고를 찍었던 브루클린 브리지는 여전히 아름답다며 감탄”한 김태희. 숨겨도 소용 없이 눈에 확 띄는, 트윙클 트윙클 김태희 역시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