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 사이에서 핫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아세요?
아시아 대표 도서전으로 꼽히는 ‘서울국제도서전’이 한층 유쾌해졌다. 책과 독자가 연결되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샘솟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생긴 일.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1947년 해방 직후 교육박람회에서 도서 전시를 연 것이 시작이니 그 뿌리가 제법 깊다. 1995년부터 국제적 행사로 자리매김했고, 나 역시 도서전을 드나든 지는 꽤 되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 ‘서울국제도서전’(이하 ‘도서전’)은 완전히 달라졌다. ‘오픈런’ ‘피케팅’은 물론, 입장을 위해 길게 늘어선 줄, ’굿즈’ ‘품절’ 같은 용어가 가득한 이곳은, 새로운 생동감과 열기로 가득하다. 6월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된 행사의 올해 방문객은 공동 주최인 대한출판문화협회와 (주)서울국제도서전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약 15만 명에 이른다고.
또 하나의 굿즈 대전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만든 굿즈는 ‘도서전’의 놓칠 수 없는 재미다. 총 17개국에서 출판사와 출판 관련 단체 535개가 참여한 만큼 눈에 띄는 굿즈를 만들기 위해 아이디어가 총동원됐다. 굿즈 사러 방문했다가 책까지 사고, 책 사러 갔다가 굿즈도 산다. 굿즈는 이 현장을 기억하는 기념품이자 미끼 상품이기도 한 것. 작년 볼캡을 선보여 품절은 물론, 현장 예약 판매까지 진행한 푸른숲은 올해 모자 등을 ‘온라인 선판매’하며 단단히 대비한 느낌이다. 김영사가 준비한 ‘독서 붐은 온다’ ‘충격! 독자 진짜 계심’ ‘나는야 출판계의 빛과 소금’ 등 독서 관련 밈 키 링 10종도 매일 오전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였다.
유어마인드가 선보인 이옥토 작가의 과일 모티프 책갈피 역시 대표 품절템. 품귀 현상을 빚은 덕에, ‘도서전’에 입장한 이들은 앞다퉈 유어마인드 부스를 향해 뛰었다. 책을 담을 수 있는 에코백은 가장 인기 있는 굿즈 중 하나다. 유선사는 보타라보의 생화로 장식한 부스에서 자사 책을 3권 이상 구매하면 툴프레스와 협업한 라벤더 컬러의 일러스트 에코백을 증정했고, 영화감독 박지완, 이경미와 이석원 등 주요 저자들이 직접 부스를 찾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안온은 아예 부스를 마트 콘셉트로 꾸몄다. 북 바코드를 응용한 티셔츠, 코스터 등 다양한 굿즈로 도서전 내내 북적였다.
그래도 책
“도서전이 성수동 팝업으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의 소리도 나오지만, 그럼에도 ‘도서전’은 책과 독자가 주인공인 자리다. 문학과지성사가 만든 ‘종이로 만든 집’에는 문학과지성사를 대표하는 책이 가득 진열되어 있었다. 환경을 고려해 종이로 만든 부스 안에서 평소 관심 있는 작가는 물론 새로운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도서전’의 상징적인 부스 중 하나였다. 인플루엔셜의 문학 브랜드 래빗홀에서는 ‘도서전’에 맞춰 새로운 책 <다시, 몸으로>를 선보였다. 한국과 중국의 여성 SF 소설가 여섯 명이 ‘신체성’이라는 주제에 각자의 개성을 담아낸 단편소설집으로, 한국에서는 김초엽, 김청귤, 천선란이 참여하고, 중국에서는 양대 SF 문학상인 성운상과 은하상을 모두 석권한 청징보, 왕칸위, 저우원 작가가 참여했다.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전 기간 동안 가장 많은 독자가 찾은 책이라고. 책과 독자가 주인공이기에, 참여할 수 있는 층이 제한되었다는 부분은 아쉬운 점으로 남았다.
도서전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사전 예고 없이 ‘얼리버드 티켓’만을 판매하게 되었고, 어린이와 장애인, 노년층처럼 온라인 예매보다 현장 구매를 선호하는 ‘디지털 약자층’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 것. 때문에 모두가 북적이는 부스 속에서 아동 문학을 선보이는 출판사의 부스는 유독 한가로웠고, 급기야 “아이가 있으세요?”라며 호객에 나서기도 했다. 어린이와 10대 관람객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번 도서전이 남긴 숙제다. 올해 주제인 ‘믿을 구석’처럼, ‘도서전’은 책을 좋아하는 모든 이에게 믿음을 주어야 하기에.
타이완에서 온 작가들
올해 ‘도서전’의 주빈은 타이완. ‘대만감성’이라는 주제 아래 ‘문학’ ‘라이프스타일’ ‘비주얼’ ‘자연과 여행’ ‘음식과 엔터테인먼트’ ‘역사’의 여섯 가지로 타이완의 문화를 전했고, 현재 타이완 문학을 이끄는 두 젊은 작가가 방문했다. 드라마화되기도 한 <마천대루>와 <악녀서>의 작가 천쉐, <귀신들의 땅>과 <천산갑>의 작가 천쓰홍 등이 방문해 한국의 독자와 교류했다. 천쉐 작가는 “이날을 오래 기다렸다. 예전에 영화 <살인의 추억>과 <올드보이>를 보고 한국 영화를 사랑하게 되었다. 기회가 되면 내 작품도 한국어로 번역해 한국에서 출판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2020년 <마천대루> 드라마가 한국에서 방영된 적이 있다. 그때 저는 정말로 ‘이 작품으로 한국에 올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실제 이날이 오다니 정말 설레고 감동이다.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인증 대란
원래도 북적이는 ‘도서전’이지만, 그중에서도 인산인해, 통행마비 상황이 벌어진 부스가 있었으니 문재인 전 대통령의 평산책방과 배우 박정민의 무제였다. 박정민은 무제의 대표로 말 그대로 출판사 대표로 듣는 소설 <첫여름, 완주>를 소개했다. 많은 부스를 방문해 책을 구입하며 ‘박정민 픽’을 남기는 등 비공식 홍보 대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책’ 시상식의 시상자이기도 했던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는 ‘도서전’을 이틀간 방문해 직접 앞치마를 두르고 독자를 만났다. 이세돌 등 다양한 인사의 방문도 이어졋다. 애서가이자, 소설 <테레즈 라캥>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작품을 만든 박찬욱 감독 역시 ‘각색’이라는 주제로 ‘도서전’을 찾았다. 유명인이 나타난 자리에는 어김없이 인증 사진을 위해 휴대폰을 높이 치켜든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 일러스트레이터
- 신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