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에 가면 럭셔리 워치 & 주얼리가 있고!

문화 허브로 거듭날 서울의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플래그십 스토어.

청담, 그 고요한 매력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갤러리아백화점을 기점으로 청담사거리로 이어지는 약 1.5km에 달하는 가로(街路)를 우리는 편의상 청담 명품 거리로 부른다. 한국은 유난히 하이엔드 플래그십 스토어가 청담동에 밀집해 있다. 1980년대 초 부유한 지역 소비자가 명동에서 강남으로 옮겨오면서, 고가의 브랜드는 프라이버시를 중요시 여기는 국내 정서에 부합하려고 쇼핑 중심지인 압구정 로데오와 인접하면서도 비교적 한산한 청담동에 터를 잡기 시작했다고.
강남구 역시 기존 주택의 용도를 바꿀 때는 우선적으로 지원하거나, 문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청담동을 특화 거리로 지정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는 데 일조했다. 하지만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거나 소비자의 관심에서 멀어진 브랜드들은 높은 임차료로 인한 막대한 매장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불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럭셔리 브랜드 또는 하이엔드 워치&주얼리 메종이 공백을 채우며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한국적 미감으로 변화하다

거리의 오래된 매장은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때로는 새롭게 단장하며 변화의 흐름을 거쳐왔다. 대표적으로 청담동 터줏대감 까르띠에 메종 청담은 2008년 아시아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문을 연 이후, 더 많은 이들과 교류하는 개방형 매장을 완성하고자 2016년, 2022년 두 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산수화의 유려한 라인부터 브랜드의 아이콘 팬더가 경복궁 향원정을 유유자적 즐기는 석고 부조 장식, 매화 잎을 손으로 세심하게 긁어낸 월페이퍼까지 디테일 하나하나에 담은 정성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는 곳. 까르띠에 메종 청담은 눈부신 주얼리 외에 한국적 정서를 토대로 한 장인들의 수공예 정신 ‘메티에 다르’를 접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4층과 5층을 연결한 ‘라 레지당스’ 공간에서는 종종 까르띠에가 주관하는 다양한 이벤트와 파티, 문화 커뮤니티가 열리는데, 그중 소규모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친교를 다루던 유럽의 살롱 문화를 접목한 프로그램이 인상적이다.

바로 지난해 ‘르 살롱 드 트리니티’에 이어 올 6월 운영한 ‘르 살롱 드 산토스’가 그것. 뇌과학자 장동선, 빈티지아이 콜렉터스클럽 대표 송인준, 시인 박준, 개그맨 송은이&김숙 등 문화계 유명인사를 섭외해 메종의 상징적인 에디션을 예상치 못한 이야깃거리로 발전시킨다.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장소로 거듭났다면, 2017년 청담 명품 거리에 입성한 리차드 밀은 ‘프라이빗’과 ‘쉼’을 키워드로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으로 변신했다. 지난해 7월 리차드 밀 서울 부티크가 장소 이전과 함께 대대적인 새 단장을 마쳤는데, 그 분위기가 극과 극. 2.5톤에 이르는 유리 구조물을 건물 전면에 배치한 지난날의 압도적인 비주얼과 달리 원목과 아이보리 톤을 사용한 부드러운 미관으로 방문객을 반기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만을 위한 디자인으로 높이 7m의 곧은 소나무부터 금속, 석재, 글라스, 플란넬(직물), 콘크리트에 이르기까지 소재를 소싱하는 과정에만 1년 넘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신소재와 최첨단 무브먼트 제작으로 유명한 리차드 밀의 DNA와는 반전되는 차분한 공간은 ‘복잡한 것은 워치 메커니즘만으로 충분하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시간의 예술을 품은 세계관

헤리티지 역사가 유구한 브랜드들은 기량을 뽐내듯 청담동 빈 건물을 공략해 각기 차별화되는 조용한 환대로 방문객을 맞는다. 그 예로 형형색색 젬스톤으로 자연을 빚는 반클리프 아펠은 부티크마저 자연을 품길 원했기에 메시 형태의 오픈워크 파사드를 건설했다. 거대한 갈대처럼 시선을 사로잡는 철제 구조물은 전통 건축양식인 ‘차경(借景)’을 도입해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깥 경계의 모호함을 즐길 수 있게 한다. 그뿐 아니라 철제 뼈대는 국내 도자 공방에서 강도와 색, 크기를 하나하나 계산해 구운 청자 세라믹 패널로 연결한 것이라고. 덕분에 날씨에 따라, 또 구름에 가린 태양의 크기에 따라 오묘하게 변하는 빛의 마법을 경험할 수 있다. 반클리프 아펠 서울 메종 안에서는 또 다른 자연이 펼쳐진다.

계절마다 옷을 갈아입는 호화로운 1층 정원은 한국 1대 조경가 정영선 교수가 이끄는 ‘서안’의 솜씨. 서울을 둘러싼 산 7개를 뿌리 삼아 암벽과 식물을 프랑스식으로 배치해 두 나라의 문화를 결합했다. 최근 몇 걸음의 차이를 두고 차례로 문을 연 오데마 피게와 바쉐론 콘스탄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개관한 오데마 피게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는 빗방울이 떨어지는 스위스 발레드주의 자연경관을 수직 형태의 멀리언(Mullion) 구조물로 표현해 경이로움을 선사한다. 이곳은 한 건물 내 부티크와 AP 하우스, 고객 서비스 센터를 모두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도시와 차별화된다. AP 하우스는 브랜드 

창립자 쥘 루이 오데마와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가 시계 제작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던 모습을 상상하며, 이를 현대로 옮겨온 메종의 독자적인 콘텐츠다. ‘시계를 파는 공간’이 아닌 ‘메종의 세계를 경험하는 집’으로 소개하는 서울의 AP 하우스는 한옥 마루에 앉아 있는 듯 고요하고 안락한 환경에서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펼쳐낸다. 시계 애호가부터 입문자까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때론 바이닐 스테이션에서 마크 론슨, 존 메이어 같은 아티스트의 한정판 비닐 레코드 컬렉션을 즐기거나, 마음 맞는 방문객끼리 커뮤니티를 조성할 수도 있다.

한편 창립 270주년을 맞은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 6월 전 세계 매장 중 규모가 큰 국내 최초의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 1755 서울’을 개관했다. 상징적인 ‘말테 크로스’로부터 무한 확장되는 예술적인 파사드로 들어서면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조형물 ‘빛의 별자리’(한국 작가 지니 서의 작품)가 먼저 반긴다. 벽지도 국가무형유산 자수장 보유자인 김영이와 그의 제자들이 한땀 한땀 수놓은 ‘시간의 입방체’로 장식했다. 이 외에 수많은 한국 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진 ‘메종 1755 서울’은 말 그대로 ‘아트 오브제’ 같은 장소다. 또 전속 워치메이커가 상주해 차별화된 하이 워치메이킹 서비스를 제공하고, 오는 10월까지는 방문 예약을 통해 ‘레 컬렉셔너’ 빈티지 타임피스 3개를 접할 수 있는 코리아 투어 일정을 진행한다. 

커밍 순, 롤렉스와 티파니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게 빵을 먹으며 티파니 쇼윈도를 응시하고, 치열한 오픈런을 거치지 않고 젠틀하게 롤렉스 시계를 마주할 순간이 머지않았다. 그것도 이곳 청담에서. LVMH 패밀리가 된 티파니는 세계 곳곳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 단장 중이다. 가장 먼저 변화를 꾀한 곳은 미국 뉴욕 맨해튼 5번가 부티크. 1940년 문을 연 이후 처음으로 4년간 리뉴얼을 거친 뒤 지금의 모습을 드러냈다. 상징적인 아틀라스 조각상과 시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크리스털 나선형 계단을 3층부터 8층까지 잇는 등 장소 고유의 특성과 최첨단 기술을 한데 구현했을 뿐 아니라 예술 작품이 가득해 쉽게 나올 수 없다는 후문. 덕분에 고객 체류 시간과 매출은 눈에 띄게 늘었다. 요즘 화제를 모으는 일본 도쿄 긴자 매장은 저 멀리 보이는 순간부터 환상적이다. 무채색 도시를 티파니 블루가 환히 밝히고 있으니까.

이쯤 되면 청담동 명품 거리에 터를 잡을 티파니 국내 첫 플래그십 스토어가 과연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은가? 뉴욕과 홍콩 매장처럼 ‘블루 박스’ 카페도 함께일지,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시선을 모을지. 여전히 스토어에 대한 정보와 오픈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설사 오래 걸린다 해도 그 기대감을 완벽하게 충족해줄 듯하다. 반면 재주 좋은 리셀러에게 적잖은 피해를 입은 롤렉스 마니아가 기뻐할 ‘익스클루시브 롤렉스 부티크’도 개장을 앞두고 있다. 롤렉스 직영이 아닌 해외 딜러사 규정을 따르며 다미아니 그룹이 운영하는 공식 딜러사 로카(Rocca)가 매장 관리를 맡는다. 정확한 개장일은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롤렉스 매장이 들어설 건물을 2034년까지 다미아니 그룹에서 장기 임차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롤렉스 추종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새로운 익스클루시브 롤렉스 부티크는 5층 내지 7층 규모의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로 오픈할 예정이며, VIP 전용 공간과 럭셔리 체험 서비스를 강화하고 대기 시스템도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명품 거리의 확장판

“판다들이 시간을 알려줘요.” 유니크한 타임피스로 <지미 팰런쇼> 진행자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배우 이병헌. 약 13억원에 달하는 그의 ‘아스트로노미아 아트 판다’ 워치는 제이콥앤코 제품. 취향 까다롭기로 소문난 GD부터 리한나, 퍼렐 윌리엄스, 호날두, 타일러 같은 초호화 셀럽 군단을 거느린 시계의 제왕, 제이콥 아라보가 창립한 제이콥앤코가 지난해 서울을 접수했다. 전통적인 스타일과는 다른 파격적인 디자인이나 착용자의 개성을 200% 반영한 커스텀 피스를 제작하는 브랜드여서일까. 청담이 아니라 강남 도산대로에 터를 잡았다.

이 또한 신선하게 느껴지는 ‘제이콥앤코 코리아’ 스토어는 아시아 최대 규모 매장으로 특유의 화려함과 현대적인 감각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꾸몄다. 브랜드 대표 컬렉션인 ‘아스트로노미아’를 비롯해 총 129.6캐럿, 714개의 다이아몬드를 빼곡히 세팅한 50억원 상당의 ‘빌리어네어’ 워치, 슈퍼카 부가티와 협업해 출시한 ‘부가티 투르비옹’ 한정판 모델까지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또 커스텀 워치 상담과 주문도 가능해 GD처럼 본인의 아이덴티티를 듬뿍 쏟은 창조물을 제이콥앤코의 노련함을 통해 완성할 수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정교함, 예술적인 면모까지 갖춘 하이엔드 럭셔리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방문해볼 것. 단, 사전 예약자에 한해서만 입장이 가능하다. 

    일러스트레이터
    GRAC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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