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변화가 있는 여름이군요. 이 얘기부터 하지 않을 수 없는데, SM엔터테인먼트를 떠난 가장 큰 동력은 뭐였어요?
가장 큰 이유는 연기를 하고 싶다는 거였어요. 레드벨벳 활동만큼 연기도 잘하고 싶었어요. ‘그러려면 그런 회사에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요. 사실 지금 회사는 가장 마지막으로 미팅한 회사였어요.
마음이 잘 맞았나 봐요. 무슨 얘기를 했어요?
“회사, 어떻게 선택해야 돼요?” 주변에 많이 물어봤어요. 다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니 대화가 잘되고 마음이 통하는 데가 있을 거라고 했거든요. 진짜 그렇더라고요. 제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잖아요. ‘난 이직 스트레스 이런 거 없겠지~’ 했는데 엄청 부담감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회사 나간다는 기사도 많이 뜨고, 보는 눈도 많고. 내 선택에 따라서 어쨌든 내 미래가 좌우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너무 부담되고. 그래서 막걸리 마시면서 울고….(웃음)
왜 하필 막걸리예요?(웃음)
그냥 달아서.(웃음) 그때는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시간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15년간 다닌 회사면 거의 가족이잖아요. 용기가 필요했을 거 같아요. 멤버들과도 많이 대화했을 테고요.
맞아요. 제가 2010년, 열한 살에 SM에 입사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진짜 저한테 박수쳐주고 싶어요. 초등학생 때 들어와서 연습을 시작했어요. 춤을, 이렇게 손가락 꺾기부터 배웠거든요? 조금 나이 먹은 지금 그 10년을 되돌아봤을 때 ‘잘했다’ 싶더라고요. 또 멤버들한테도 진짜 고맙고요. 오히려 멤버들은 각자의 마음과 생각을 잘 아니까 서로 대화도 많이 하고 응원해줬어요. 이제 저도 적은 나이가 아니죠. 맨날 막내였는데. 이런 얘기하면 언니들이 웃어요.
광야를 떠나서 새로운 광야로 향했네요. 마지막 출근일은 어땠어요?
마지막 날 서류상으로 계약 해지서에 사인을 해요. 기분이 되게 묘하더라고요. 다들 아쉽다는 인사를 나눴죠. 진짜 시원섭섭했어요. 매니지먼트랑 헤어지는 것도 너무 아쉬웠고요. 처음에 SM과 계약할 때는 미성년자여서 엄마가 사인했어요. 손도장 찍은 기억도 나요. 마지막 날에도 엄마가 계셨는데, 이제는 제가 너무 커져 있는 거죠. 초등학생이던 애가 지금 스물여섯이 되어 다시 지장 찍고 있으니까.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게 느껴지고 정말 기분이 묘했어요.
또 열심히 촬영해둔 작품이 나오잖아요. <청담국제고등학교2>(<청담고2>)와 영화 <강령: 귀신놀이>(<강령>). 이제 영화 배우 김예림!
으아~!(웃음) 내부 시사회와 GV를 했는데, 엄청 큰 스크린 안에서 제 얼굴이 나온다는 게…. 옛날부터 갖고 있던 꿈이 이루어진 것 같았어요. 저 못 보겠던데요. 스크린에 나오는 제 모습에서 뭔가 좀 부족한 면만 보이더라고요.
보여지는 일을 그렇게 오래 했는데도요?
근데 달라요. 스크린에서 제가 저를 봤을 때, 저기서 더 무서워할걸. 표정 연기도 아쉽고, 대사를 칠 때도 나 왜 저기서 톤 저렇게 했지? 그런 생각만 들어요. ‘다시 후시 녹음을 할 수는 없을까?’(웃음)
아무래도 연기는 다른 사람이 돼야 하고. 그걸 보는 사람을 설득해야 하니까요.
진짜 그런 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제 부족한 점을 하나씩 마주하는 느낌. 지금 방영하는 드라마도 그렇고, 영화를 미리 봤을 때도 그렇고. 너무 부족하다. 나 왜 저러지? 이런 생각들.
하하, 좋은 말도 많이 듣지 않아요?
자주 듣죠. 감독님도 좋은 말 많이 해주시는데 제 성격, 남이 칭찬하면 좀 이렇게 100% 진짜 좋다고 느낄 줄 알아야 하는데. 저 자신의 부족한 면이 먼저 보이다 보니까. 칭찬을 잘 이렇게 못 담아요.
어떤 칭찬이 제일 기뻤어요?
“연기 잘한다”죠. 순위에 연연하지는 않지만, 지금 넷플릭스에서 <청담고2>가 톱 4인 거예요. 그 앞에 있는 드라마들이 <오징어 게임3>, 박보영 선배님의 <미지의 서울>, 이제훈 선배님의 <모범택시>, 그다음이 제가 출연한 작품인 거예요! 와, 내 얼굴이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웃음)
무서운 영화에 맞춰 화보 콘셉트도 서늘하게 잡았는데요. 예전부터 장르물을 좋아한다고 했죠? <강령>이 더욱 반가웠겠어요.
작년에 대본을 봤는데 ‘호러’였어요.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장르였죠. 그리고 하이틴 호러니까, 이건 지금 아니면 못하잖아요? 저랑 같은 반 친구들이 강령술을 하려고 동굴 같은 곳에 들어가서 벌어지는 일인데요.
그러니까 어릴 때 ‘분신사바’ 놀이하던 것처럼.
맞아요! 저는 공포영화를 되게 잘 봐요. 영화 속에서 제가 아주 무서우면 좋겠어요. 제 동생들이 지금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데, 방학 동안 친구들과 많이 보면 좋겠어요. 그런 영화예요.
이제 2회분 공개된 <청담고2>도 죽는 장면으로 시작해요.
이상하게 작품을 하면 항상 피 분장을 해요. 멜랑콜리한 작품, 청춘 로맨스 같은 걸 찍어본 적이 없어요. 그런 것도 하고 싶거든요. 반짝반짝, 청춘, 로맨스. 근데 다 한 번씩 피가 나온 드라마밖에 없었어요.
잘 지워지기는 해요?
가짜 피는 물엿이랑 이렇게 섞어서 만드는데, 달아서 파리랑 모기 같은 게 막 꼬여요.(웃음) 현장은 매번 재미있어요. 특히 두 작품 다 또래 배우들과 찍으니까 현장 분위기도 친구 같고요.
예리 씨가 본 가장 무서운 영화는 뭐예요?
<헤레틱>. 저는 귀신이나 유령 나오는 건 잘 보거든요. 그냥 진짜 이러고 봐요. 휴 그랜트 아저씨 나오는데, 심리적으로 정말 무서운 영화예요. 너무 무서웠어요.
그럼 예리가 가장 무서워하는 건 뭐예요?
많은 피가 나오는 장면 같은 거요. 갑작스럽게 피가 나는 상황… 그때 좀 너무 무서워요. 그런 공포증이 있나 봐요.
저런, 피 분장은 괜찮아요?
걘 물엿이니까! 막 돌발 상황에 일어나는 일, 그런 거 진짜 무서워해요. 저는 그래서 공포영화를 늘 자주 보는데, <살인의 추억> 같은 걸 더 못 봐요. 실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범죄나 피 같은 걸 무서워하거든요.
<강령>으로는 어떤 반응을 듣고 싶어요?
“레드벨벳 예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는 말. 저를 못 알아보는 분들이 있는 것처럼요. <청담고> 백제나 때도 외국 팬분들이 “저 사람 예리 닮았다”는 댓글 써주시는 분들이 있었어요. 기분 좋더라고요.
무대 설 때와 연기할 때 어떻게 달라지는 것 같아요?
집중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아요. 무대에 설 때는 내가 어떻게 퍼포먼스로 표현해야 할지. 어떻게 들리게 녹음해야 하는지에 집중한다면, 연기는 대본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대본을 보고, 또 보고, 또 봐요.
배우로서는 또 어떤 목표를 세우고 있어요?
일단 다작. 다양한 작품을 하고 싶어요. 아직 목말라요. 여러 현장을 뛰면서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러면서 성장하고 싶고요.
완전히 신인 배우의 마음이네요. 레드벨벳이 12년 차인데요.
무대는 그렇지만 연기로는 완전 ‘생신입’이죠! 얼마 전 차기작 회식을 다녀왔는데, 너무 대단한 선배님들이 많이 계시는 거예요. 그 오라가 엄청나요! 저는 이제 첫발을 내디딘 사람이니까요.
지난번 화보 촬영은 매우 급하게 진행됐죠. 음악 활동과 연기 활동을 함께하느라 늘 스케줄이 많았잖아요? 오늘은 한결 여유롭네요.
이런 시간이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데뷔 후 처음 맞는 시간이에요. 예전이라면 조급하고 불안해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정말 좋아요.
이때라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죠.
그래서 가족과 함께 강릉 여행 가요! 대가족이에요. 여섯 명에 강아지까지 있으니까. 평범하게 바다 보고, 맛집 웨이팅하고, 커피 마시고 오려고요. 저는 어디든 진짜 서서 기다리거든요. 맛집은 기다려야죠.
차가운 예리, 따듯한 예리. 요즘 예리의 온도는 어때요?
미지근한 예리!(웃음) 아주 평온한 날을 보내고 있어요. 좀 많이 고민하고 그런 시간이 지나면서, 조용하고 평안해졌어요. 이러다 해이해지면 안 되겠지만, 뭔가 주위에서 저를 되게 평온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느낌이에요. 그러다가 바빠지면, 다시 뜨거워지겠죠?
- 포토그래퍼
- 김선혜
- 스타일리스트
-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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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연
- 메이크업
- 정수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