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후 첫 화보라는 말이 무색하게 능수능란했어요. 회사 스태프도 입을 다물지 못하더군요. 비결이 있었나요?
자칫하면 너무 멋있는 척하는 것처럼 느껴질까 봐 아내(김연아)에게 코칭을 요청했어요. 애초에 잘하는 건 어려울 것 같아서 “뭘 하지 말까?”라고요.(웃음)
어떤 조언이 돌아왔나요?
저도 몰랐던 저만의 습관이 있더라고요. 목을 자꾸 뒤로 빼거나, 눈을 치켜뜨거나, 입에 힘을 주는 부분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하면 더 자연스러울지 자세한 설명을 들었죠.
명확하고 정확한 조언이 통했네요! 제대 후 벌써 2개월이 지난 지금, 요즘 고우림의 리듬은 어때요?
퀸(Queen)의 노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처럼 복합적이에요. ‘이건 현실일까? 환상일까?(Is this the real life? Is this just fantasy?)’라는 노래 가사처럼 믿기지 않는 순간이 많아요. 너무 좋다가 불쑥 걱정이 몰려오기도 하고요. 긴 꿈에서 막 깬 것 같아요.
지금 이 순간이 환상처럼 느껴지는 때는 언제예요?
포레스텔라로 무대를 준비할 때요. 공연을 정말 간절히 기다렸어요.
제대와 동시에 ‘제2의 음악 인생’을 선언했어요. 1막과 2막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2막에서 더 자유로워질 거예요. 올해 30대를 맞이하며 군대에서 지난 20대의 시간을 세심히 들여다봤어요. 그때는 유독 성숙하고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더라고요. 완벽하게 하지 못할 바에는 애초에 시도를 안 하기도 했고, 원칙을 따랐어요. 이제는 그 강박에서 벗어나 내가 느끼는 감정, 표현하려는 바를 좀 더 선명하게 하고 싶다고 다짐했어요. 미래 계획을 세울 때마다 걱정하던 입대 문제도 완벽히 해결됐으니, 더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는 후련한 마음도 있고요.
원칙주의, 완벽주의 고우림이 20대에 포레스텔라가 된 건 운명 같은 일이었네요?
지금 돌아봐도 어느 날, 도대체 왜 <팬텀싱어>에 나갈 용기가 솟았는지 모르겠어요. 당시의 저는 클래식 성악을 고집했고, 안정된 길을 가려고 했거든요. 오디션 프로그램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어느 날 ‘이것 역시 내 양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어요. 이렇게까지 큰 변화가 몰아칠 줄은 몰랐죠.
‘계속 클래식을 했다면’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어요?
종종 상상하죠. 신기한 건 매번 그 상상의 끝은 ‘그래도 크로스오버 그룹 포레스텔라로 걸어온 길이 더 만족스럽다’라는 확신이에요.
어떤 면에서 확신을 얻었나요?
여러 장르의 음악을 경험하며 소화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순간이 재미있어요. 멤버들과 합심해서 완성한 곡을 많은 분이 좋아하고 기억하는 걸 보며 ‘내게 이런 능력이 있었구나’ 하며 자존감도 솟고요. 한 팀에 테너, 소프라노, 베이스 보컬이 함께하니 한 곡에 많은 드라마가 담길 수 있고, 다이내믹하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7월 26일 서울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완전체가 되어 전국 투어에 나서요. 어떤 점이 가장 기대돼요?
사중창의 매력, 기존의 포레스텔라를 뛰어넘는 완성도 높은 퀄리티를 얼른 보여드리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느끼는 팬의 호응, 만족스러운 무대 뒤에 몰려오는 카타르시스가 무척 그리웠어요. 곧 발매를 앞둔 싱글 앨범 ‘Everything’도 무대에서 들려드리고 싶고요. 제 보컬의 새로운 면을 볼 수 있는 곡이에요. 변함없는 사랑으로 완전체를 기다려준 팬들의 사랑에 대한 저희의 세레나데기도 하고요.
‘만족스러운 무대’는 어떤 순간을 의미해요?
제 목소리는 베이스 중에서도 가장 낮은 음역인 ‘바소 프로폰도(Basso Profondo)’예요. 특이하고 아이덴티티가 강해요. 조금만 과하면 곡이 느끼하고, 부족하면 느슨해지죠. 그래서 저희 네 명 목소리의 균형이 잘 맞고, 제 개인 파트가 한 곡 안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았을 때 뿌듯해요.
독보적인 음색에도 나름의 애로 사항이 있네요. 아무나 가질 수 없는 목소리인 만큼 본격적으로 대한민국 저음 가수의 계보를 이어보는 건 어때요?
욕심나는데요! ‘대한민국 저음 가수’를 생각할 때 제 이름이 탁 떠오르는 미래를 상상해봅니다.(웃음)
앞으로 또 쟁취하고 싶은 타이틀은 뭔가요?
더 멋지고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요. 해가 갈수록 이 부분에 더 무게를 느끼는 것 같아요. 멋진 사람, 멋진 어른에 대한 정의는 없지만 ‘나’를 더 잘 알고 싶어요. 그래야 타인을 대할 때 더 솔직하고 진실될 수 있고요. 좀 더 욕심을 내서 주변을 잘 챙기는 사람이 되고 싶고요. 아직은 내 앞에 놓인 걸 해결하는 데만 급급한데, 빠른 시일 내에 가까운 사람이 내게 편히 기댈 수 있는 여유도 갖추고 싶어요. 스스로 아직 많은 점수를 주지는 못해요. 갈 길이 머네요.
더 멀리 오래 달릴 것 같네요. 일과 삶의 균형을 잡기 위해 지키는 루틴이 있나요?
일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없어 늘 아쉬웠는데, 군대에서 핸드드립 커피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요즘은 출근 전에 직접 만든 핸드드립 커피를 꼭 마셔요. 원두를 갈고 물을 끓이고 커피를 내릴 때는 온전히 그 향과 맛에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그 일련의 과정이 명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과거부터 현재까지,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순수한 욕망은 뭔가요?
위트요. 마음속에 늘 남들을 웃기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어요. 어릴 때부터 유머 감각 있는 사람을 선망했어요. 타고난 센스와 기운으로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에너지를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죠. 무대 위에서도 웃기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고요.
문득 궁금해지는데, 최근 너무 행복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실실 새어 나온 적이 있어요?
제대 후 프랑스 파리로 여행을 가서 베르사유궁전 안에 있는 호수에서 배를 탔어요. 직접 노를 젓는 나룻배였는데, 풍경과 날씨, 분위기 모든 게 아름답고 행복했어요.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노트북>인데, 영화의 오프닝에서 남녀 주인공이 함께 배를 타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고, 그 기분을 그대로 가져가서 얼른 음악 작업을 하고 싶었죠.
고우림의 삶에서 가장 달콤한 순간은 언제예요?
열심히 준비한 무대를 끝마친 다음 날, 아무 일정이 없을 때요. ‘잘 끝냈고, 오늘은 쉬어도 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아내와 맛있는 밥을 먹을 때 너무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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