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세련된 스트라이프, 어디서 사야 하냐면요.

일탈의 욕구와 함께 다시금 파도를 일으키는 세일러 스트라이프의 물결.

여름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스트라이프,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이번 시즌 런웨이를 장악한 건 단순한 스트라이프가 아닌, 바다의 낭만을 담은 세일러 스트라이프다. 단정한 줄무늬 속에 숨겨진 낭만과 자유, 그리고 항해의 서사를 입은 이 무늬는 도시에서 벗어나 자유를 갈망하는 우리의 마음을 완벽히 대변한다. 특히 무더위와 장마가 예고된 올여름, 스트라이프 한 줄에 담긴 ‘떠날 권리(?)’가 더 매혹적으로 느껴진다.

해군복에서 유래한 이 패턴은 해변의 백사장, 바다 위에 유유히 떠 있는 요트의 갑판, 또는 강변에 어울리는 이미지로 수십 년간 여름을 지배해왔다. 클래식하고도 경쾌한 느낌으로 패턴 중에서도 유독 특유의 절제미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얇고 촘촘한 패턴부터 굵고 대담한 블록 스트라이프까지, 여행지와 일상, 리조트와 도심을 유영하듯 넘나드는 세일러 스트라이프의 매력을 2025 S/S 컬렉션에서 포착해보자.

우선 랄프 로렌의 스트라이프는 브랜드 특유의 아메리칸 프레피와 지중해 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루스하게 떨어지는 블루 스트라이프 톱은 드롭 숄더와 흐르는 듯한 실루엣으로 여유롭고 여성스러운 무드를 강조하며, 허리를 감싼 빈티지한 가죽 벨트는 실루엣에 구조감을 더해 바캉스의 낭만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킨다. 디올은 전통적 세일러 스트라이프 보디슈트에 모던한 액세서리를 스타일링해, 도시적인 리듬을 더한 마린 시크의 정수를 보여주었고, 프라다는 굵은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오버사이즈 니트 톱과 프린지 장식의 스커트를 매치해 고전적인 코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그뿐 아니라 루이 비통은 전통적인 마린 무드를 과감하게 비틀며 특유의 실험성과 에너지 넘치는 시선을 담아냈다. 강렬한 블루와 레드의 컬러 블록 스트라이프 셔츠 드레스에 풍성한 소매와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볼륨감을 더해 1980년대풍 파워 드레싱과 마린 룩이 충돌한 듯한 신선함을 부여한 것. 마지막으로 듀란 랜팅크는 세일러 스트라이프를 유쾌하고 도발적인 방식으로 해석한 대표적 사례다. 엉덩이 라인을 따라 과장된 구조적 볼륨은 몸의 형태와 사회적 시선, 그리고 패션이 규정하는 미의 기준에 철학적 질문을 던지며, 단순한 패턴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선보였다.

세일러 스트라이프는 그 자체로 강한 패턴이기에 과도한 장식이나 다른 무늬와의 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넓은 줄무늬 톱에는 단색 쇼츠나 와이드 팬츠를, 가늘고 잔잔한 스트라이프 셔츠에는 과감한 액세서리나 독특한 텍스처의 아이템을 더해 포인트를 줄 수 있다. 또 네이비와 화이트 외에 레드, 크림, 그린 등 다양한 컬러가 믹스된 세일러 스트라이프를 시도해 다채로운 톤온톤 스타일링에 도전해보자. 반복되는 라인 속에 담긴 리듬감, 그 너머의 여유와 해방감, 그리고 항해 본능을 자극하는 세일러 스트라이프와 함께 올여름 일상 탈출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목적지가 어디든, 세일러 스트라이프는 언제나 여정 그 자체의 즐거움을 닮아 있을 테니까.

    아트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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