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시어 룩’을 ‘Chill’하게 입는 법

이번 시즌 시어 룩은 대놓고 드러내기보다는 넌지시 암시하기를 청한다. 

올여름, 시어 룩은 단순히 ‘속이 비치는 천’의 활용 그 이상이다. 이 얇고 투명한 직물은 자기표현의 새로운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저 드러내고 보여주기 위한 노출이 아닌, 시선의 흐름과 감추는 미학을 계산한 ‘의도된 투명함’이 이번 시즌 컬렉션을 관통하는 핵심이다. 관능적 매력을 드러내면서도, 궁극적으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2025 S/S 시즌, 디자이너들은 ‘속살을 드러내는 방식’을 새롭게 정의했다.

프라다는 빛의 움직임에 따라 실루엣이 은은하게 드러나는 시폰 드레스를 통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시몬 로샤는 꽃잎처럼 얇은 튤과 자수를 레이어링해 우아함과 낭만적 감성을 표현했다. 발렌티노는 절제된 커팅의 시어 블라우스를 스커트와 매치해 실용성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에르메스는 가죽과 시어 소재를 절묘하게 조합해 여름 룩의 우아함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번 시즌 시어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는 스타일링에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도구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드러내는 듯하면서도 감추고, 시선을 끌면서도 교묘히 피하는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전략. 몸의 윤곽을 선명히 드러내면서, 그 선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와 여백 속에 더욱 풍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는 노출이 아닌, 암시의 미학이다.

“몸은 한 번에 전부가 아니라, 조금씩 보여야 한다.” 코코 샤넬의 이 말은 2025년 시어 룩의 본질을 정확히 짚는다. 전부를 보여주기보다는 조금씩, 천천히 드러내는 것. 그 여백이 더 강렬한 이야기와 존재감을 만든다. 이런 시어 룩의 진가는 ‘2025 멧 갈라’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 두아 리파는 샤넬의 커스텀 드레스를 통해 시어 룩의 정수를 선보였다. 비즈와 오간자로 구성된 하이넥 톱은 메시 위에 정교한 장식을 덧대 피부와 장식 사이의 긴장감을 연출했고, 허리 아래로는 깃털 디테일과 완전히 비치는 스커트를 레이어링해 강한 존재감과 우아함을 동시에 발산했다. 팔 길이의 시어 글러브, 정돈된 헤어스타일까지. 그 어떤 과장 없이, ‘의도된 노출’의 개념을 정확하게 완성한 룩이었다. 카일리 제너는 페라가모의 커스텀 드레스로 시어의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상체는 시어한 소재의 코르셋으로 강조하고, 하체는 깊은 슬릿과 스트랩 디테일로 과감한 노출을 연출했다. 단순한 섹시함이 아닌, 자신이 주도하는 노출. 이 순간 시어 소재는 더 이상 수동적 장식이 아님을 분명히 증명했다.

한편, 스타일링에서는 ‘긴장감의 균형’이 핵심이다. 시어한 셔츠엔 톤온톤 슬리브리스로 자연스러운 레이어링을, 겹겹이 더한 시어 드레스나 스커트에는 구조적 백이나 플랫 슈즈로 시각적 무게를 조절하는 식이다. 피부가 드러나는 만큼 메이크업은 촉촉한 윤기를 강조한 내추럴한 스타일이 잘 어울리고, 헤어는 깔끔한 번이나 젖은 텍스처로 연출해 시어 소재 특유의 긴장감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시어 룩은 꾸미지 않은 듯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과장된 표현 없이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과도한 설명 없이도 자신만의 확고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시즌, 가장 얇고 투명한 옷이야말로 가장 풍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옷인지도 모른다.

    사진 출처
    COURTESY OF GORUNWAY
    아트 디자이너
    이청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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