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으로 몸과 마음의 힐링을 찾은 사람들의 간증 스토리
아직도 이 운동 안 해봤다고? 같이 할 사람 여기 붙어라!

TENNIS
힘과 타이밍, 치유는 네트 너머로부터
– 이재윤(<얼루어> 피처 에디터)
넓은 코트를 빠르게 움직이며 라켓을 힘껏 휘두르는 모습에서는 우아함마저 느껴진다. 영화 <챌린저스>를 여러 번 보게 되는 이유다. 영화 속 티시(젠데이아 분)의 “테니스는 관계”라는 대사에서 테니스의 본질적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파트너와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공과 나 사이의 미묘한 타이밍까지 정교하게 조율해야 하는 스포츠가 바로 테니스다.
크로스핏이나 복싱처럼 격렬한 운동에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내가 운동량 많기로 소문난 테니스에 입문한 건 불과 6개월 전의 일이다. 3년 넘게 꾸준히 해오던 요가조차 불규칙한 출퇴근과 잦은 야근 앞에선 속수무책이었다. 일상의 모든 에너지를 업무에 쏟다 보니 운동은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렸고, 체력의 한계를 느끼게 되었다. 예전엔 가뿐하게 해내던 아사나가 버거워지자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했다.
그런 내게 테니스는 일종의 긴급 처방이었다. ‘뻥!’ 시원한 타구 소리와 함께 네트 너머로 공을 넘기면 쌓여 있던 스트레스가 순식간에 해소되는 것 같았다. 매섭게 날아오는 공을 쳐내기에 급급하던 레슨 초반과 달리, 이제는 실력이 조금씩 늘어 공이 날아오는 궤적을 끝까지 바라보는 여유가 생겼다. 공이 바닥에 튕겨 다시 떠오르기까지의 짧은 순간, 그 찰나를 기다리는 감각은 오직 코트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다. 날아오는 공의 움직임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온몸이 뻐근해진다.
이는 테니스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 효과를 동시에 제공하기 때문이다. 풀코트 랠리 한 번이면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덕분에 테니스를 시작한 이후 러닝 기록까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서브, 스매시, 발리 등 아직 배울 기술이 많지만, 유쾌한 타격감과 고도의 몰입감만으로도 테니스를 계속할 이유는 충분하다.
KRAV MAGA
빠르고 효율적으로 살아남는 기술
– 이대환(멘즈 뷰티 브랜드 BOHO 대표)
태권도, 킥복싱, 무에타이. 어릴 때부터 격투기라면 안 해본 운동이 없었다. 그만큼 내 몸을 다루는 데 자신이 있었다. 어디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최소한 나 자신은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이유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내와 함께한 여행에서 위협적 상황을 겪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위협은 늘 예고 없이 찾아오고 때로는 흉기나 다양한 변수까지 동반한다.
그 이후로 시작한 운동이 바로 ‘크라브마가’다. 처음 수업에 참여했을 때부터 느꼈지만, 크라브마가는 지금껏 내가 알던 무술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스라엘 특수부대와 경찰이 필수적으로 익히는 실전 호신술답게, 단순하지만 위험에서 빠르게 벗어나 생존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운동이다. 급소 공격, 눈 찌르기, 박치기 같은 동작도 허용된다. 3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더 이상 격렬한 타격보다는 짧고 효율적인 기술을 선호하게 됐는데, 그런 점에서 크라브마가는 지금의 나와 잘 맞았다. 복싱과 킥복싱처럼 타격 위주의 기술뿐 아니라 주짓수나 레슬링 기반의 그래플링도, 칼이나 총기 등 무기에 대처하는 훈련도 크라브마가에 포함된다. 말 그대로 ‘MMA(종합격투기)’에 실전성을 더욱 강화한 운동이다. 그래서일까? 다양한 격투 운동을 경험했음에도 크라브마가는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크라브마가는 단순한 신체 단련을 넘어, 가족과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는 자신감도 키워준다. 현실적 생존력을 기르고 싶거나, 새로운 자극을 찾는 사람에게 추천하는 운동이다. 진짜 위기 상황에서 나를 구해줄 뭔가가 필요하다면, 크라브마가는 단순한 체력 이상의 것을 가르쳐줄 것이다.
BOXING
가장 솔직한 나와 마주하는 시간
– 김지현(<얼루어> 뷰티 에디터)
에디터라는 직업의 특성상 끊임없이 사람을 만나 소통하고 그들의 감정을 세심히 읽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마감 직전의 밤이면 혼자 고요히 앉아 원고와 씨름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매달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나’와 ‘내면을 깊이 탐구하는 나’ 사이를 오간다. 외향적 성향과 동시에 내향적 면모를 지닌 내게 딱 맞는 운동을 찾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요가는 지나치게 정적이었고, 헬스장에서 반복하는 동작에는 금세 싫증이 났다. 여러 운동을 전전하던 중 우연히 시작한 복싱에서 나는 오랜만에 후련함을 느꼈다.
복싱은 단순히 ‘때리는 운동’이 아니다. 상대의 움직임을 읽고 중심을 잡아 무게를 실어야 하는 펀치 타이밍에는 세심한 집중력이 필요하다. 온몸의 감각을 일깨우며 순간에 몰입할 때, 땀과 함께 감정이 자연스럽게 흘러나간다. 미트에 꽂히는 펀치 한 방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담긴다. 고민이나 잡념을 억지로 정리하려 애쓰지 않아도 마음이 자연스럽게 정돈된다. 북적거리는 체육관에서도 집중의 기류가 흐르는 순간엔 오롯이 샌드백과 ‘나’만 존재한다. 복싱을 시작한 뒤부터 감정을 언어가 아닌 육체로 쏟아내는 방법을 배웠다.
요가 매트 위가 따분하고, 덤벨 몇 세트에도 금세 잡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특히 운동을 통해 뭔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복싱이 답이 될 수 있다. 복싱이 끝나면 마음이 텅 비는 듯한 기분이 든다. 때로는 그 간결함 속에서 상쾌함까지 느껴진다. 복싱은 단순한 타격을 넘어 땀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이해하게 하는 하나의 언어다.
SPINNING
페달을 돌리며 끌어올리는 에너지
– 안서연(<얼루어> 디지털 에디터)
한 가지 운동을 오래 지속하지 못했던 이유는 늘 똑같았다. 지루했기 때문이다. 같은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시간은 더디게 흘렀고 금세 흥미를 잃었다. 그러다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을 하나 발견했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자전거를 타고 춤을 추는 스피닝 강사와 땀에 젖은 채 활짝 웃는 사람들.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다를지도 모르겠다.’ 첫 수업에 참여한 날, 음악이 시작되자 신기하게도 페달 위에서 몸이 저절로 리듬을 탔다. 운동이라기보다는 페스티벌에 온 듯했다.
스피닝은 단순히 자전거 타기를 넘어 리듬감, 뜨거운 에너지, 그리고 팽팽한 긴장감이 한데 합쳐진 체험이다. 익숙한 음악이 흐르면 무의식적으로 흥얼거리고, 박자에 맞춰 페달을 밟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구호를 외친다. 전신을 격렬하게 사용하는 고강도 유산소운동임에도 정신은 맑아지고 어느새 환하게 웃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리듬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고, 변화에 민감하며, 반복적인 것을 쉽게 지루해하는 성향이라면 스피닝이 분명 잘 맞을 것이다. 적어도 내게 스피닝은 억압된 모든 것으로부터의 강력한 해방감을 주었다.
EMS TRAINING
단 20분, 저주파가 만든 운동의 밀도
– 조문주(<얼루어> 뷰티 에디터)
작년 겨울, 인생 첫 퇴사를 경험했다. 무기력이 온몸을 지배했고 마음마저 무거웠다. 일을 내려놓은 뒤 가장 먼저 다짐한 건 건강 회복. 그때 한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단 20분만 운동해도 보디라인이 달라진다’. 4분짜리 노래 5곡만 들으면 끝나는 운동이라니. 게다가 저주파로 평소 쓰지 않는 근육까지 자극할 수 있다니, 반신반의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놀라웠다. 반년 넘게 꾸준히 다녔더니 체지방이 눈에 띄게 줄었고, 지방이 빠진 자리엔 단단한 근육이 생겼다. 배를 눌러보면 예전엔 없던 단단한 감촉도 느껴진다.
운동 전후의 간결한 루틴도 매력이다. 속옷까지 모두 벗고 특수 운동복을 입은 뒤 전극 장비만 연결하면 준비 완료. 강사의 안내에 따라 스쿼트, 런지, 크런치 등 다양한 동작을 저주파 자극과 함께 수행한다. 동작 하나하나에 힘을 실을 때마다 일정한 리듬으로 밀려오는 전류에 근육이 반응한다. 짧지만 강렬한 20분은 운동의 성취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짧은 시간 안에 눈에 띄는 변화와 운동 만족감을 빠르게 경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더 이상 운동을 부담으로 느끼지 말고, 리듬처럼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운동의 첫 시작을 EMS와 함께해보면 어떨까?
BARRE
근육은 섬세하게, 리듬은 강렬하게
– 주현(플렉토 스튜디오 원장)
오랫동안 필라테스를 해왔고, 또 가르쳐왔다. 그런데 누워서 하는 필라테스에 익숙해질수록 몸은 더 역동적 운동을 갈망했다. ‘음악에 맞춰 리드미컬하게, 코어를 중심으로 움직일 수 있는 운동은 없을까?’ 나와 회원 모두 좀 더 신나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움직임을 바라고 있었다.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11년 전 뉴욕으로 향했다. 그곳의 많은 운동 스튜디오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했고, 그중에서 머리가 아닌 감각이 먼저 반응하는 운동을 발견했다. ‘바레’였다.
발레에서 영감을 받은 동작을 중심으로 필라테스, 요가, 피트니스 요소를 섬세하게 녹여낸 하이브리드 운동이다. 반복적 저강도 트레이닝을 통해 전신의 균형을 잡아준다. 특히 골반과 척추, 힙, 코어 등 자세 유지에 중요한 부위를 타깃으로 관절에 가해지는 부담은 최소화하고, 작은 근육을 정교하게 발달시킨다. 바레를 ‘자세 교정 운동’이라 설명하는 이유다. 힙합, 재즈, 팝, 라운지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바레는 춤을 전공한 내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내게 운동은 스스로를 깨워 움직이게 하는 생동감 넘치는 리듬과 같다. 바레는 그 리듬을 아름답고 정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게 타는 법을 알려준다. 지루한 운동에 지쳐 있다면, 바레가 답이다. 몸과 마음을 상쾌하게 되살리는 혁명과도 같은 경험에 푹 빠지게 될걸!
ROCK CLIMBING
바위를 오르며 단련하는 몸과 마음
– 유동석(영상 감독)
영화 속 클라이밍 장면에 이끌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나의 취미는, 자연 속 바위를 직접 오르는 리드 클라이밍이다. 클라이밍은 근력이나 유연성을 키우는 운동을 넘어, 사람 자체를 단련시킨다. 함께하는 사람과의 일정 조율부터 장비 준비, 장소 이동, 등반과 귀가까지. 어느 과정 하나라도 소홀히 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 관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운동이다.
클라이밍으로 단련된 집중력과 인내는 일상에서도 놀라운 힘을 발휘한다. 클라이밍을 시작한 뒤부터는 감정적으로 힘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겨도 예전보다 단단하게 버틸 수 있게 되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다르고, 이전에는 감당하기 어렵던 한계도 조금씩 극복해가는 것을 느낀다. 매번 무섭고 쉽지 않지만, 클라이밍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을 이겨낼 때마다 이전보다 더욱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단순한 체력 훈련을 넘어, 스스로를 한 단계씩 끌어올리는 과정을 통해 마음을 단단하게 단련하는 운동인 셈이다. 결과를 좇기보다는 그 과정을 묵묵히 견뎌내는 데서 깊은 희열을 느끼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다만,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면 조금 힘든 운동일 수 있다. 클라이밍은 ‘함께’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내가 매달린 로프를 잡아주는 ‘자일 파트너’는 생명의 끈을 쥔 존재나 다름없다. 자일 파트너와 나는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의 안전을 책임지며 함께 등반한다. 공동체성과 긴밀한 연결감 속에 클라이밍의 진솔한 매력이 담겨 있다.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거나, 자신과 깊이 마주하고 싶은 이들에게 클라이밍을 추천하는 이유다. 외로움을 느끼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복잡한 순간에도 미묘한 균형을 잡아줄 테니.
- 아트 디자이너
- 오신혜
- 포토그래퍼
- 정원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