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ERTAINMENT

이혜영 vs. 이영애, 총을 든 여자 ‘헤다 가블러’

2025.05.30김가혜

두 배우가 같은 시기, 같은 작품으로 다른 무대에 선 이유. 왜 지금 헤다 가블러인가?

입센의 문제작 <헤다 가블러>
“이해불가”.
1891년 헨릭 입센의 <헤다 가블러>가 초연됐을 당시 리뷰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였습니다. 주인공 헤다에 대해서는 ‘악녀’, ‘변종’이라고 말했죠. 그런데 이후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세계적인 연출가들은 이 작품을 끊임없이 재해석했고, 매기 스미스, 이자벨 위페르, 아네트 베닝, 케이트 블란쳇 등 당대 최고 배우들이 헤다가 되었습니다. 최근 이혼한 릴리 알렌이 이 연극으로 복귀할 것이라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죠.

<헤다 가블러>는 어떤 이야기?
입센은 대표작 <인형의 집>을 비롯해 가부정적 사회와 시스템에 문제 의식을 드러냈는데요. 특히 ‘헤다’는 ‘여성 햄릿’으로 불리는 문제적 인물입니다. 부유한 장군의 딸로 학자 테스만과 결혼하지만, 고지식한 남자와의 결혼 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끼던 헤다. 어느 날 그의 학문적으로 성공한 옛 연인이 나타나며 걷잡을 수 없는 질투와 혼란에 빠집니다. 늘 총을 들고 다닌다는 소문의 여자, 이야기의 끝이 궁금해지죠?     

원조 헤다 이혜영

60대 여성 킬러를 맡은 <파과>로 전 세계를 홀린 이혜영. 2012년 국내 초연 당시 헤다를 맡은 원조 헤다인데요. 당시 모든 회차 매진을 기록한 박정희 연출가와 다시 의기투합했습니다. 1970년대, 새하얀 소파에 화이트 드레스를 입고 몸을 기댄 금발의 헤다. 기자간담회에서 이혜영은 “초연을 생각하니 너무 부족했었던 것 같다”며 “완성을 위해 다시 한 번 도전”했다 말했습니다.  6월 1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 6월 7~8일 고양 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

보랏빛 헤다 이영애

32년만의 연극 무대. 헤다 가블러는 50대 여성으로서, 배우로서 다양한 감정을 쏟아낼 수 있는 캐릭터라며 “지금이 아니면 안 됐다” 말했습니다. “기존에 알던 헤다의 색깔을 바꿔보고 싶다” 밝힌 이영애. 환하게 웃다가 차갑게 돌변하는 표정이 보랏빛 드레스처럼 서늘합니다. 6월 8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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