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아르켜주는 환경영화 현주소 (2)

상영작 77편 중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사무국이 추천한 작품 12편을 소개한다.

DOCUMENTARY

<소리의 촉감> 

기후변화, 젠트리피케이션, 전쟁 등의 위기 앞에서 인간의 기본적 가치를 위협받는 사람들. 영화는 이들이 듣고 만드는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담아낸다. 7.1채널 3D 입체음향으로 제작된 몰입형 사운드 시네마는 그 소리로 하여금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내는 장치다. 광주, 진도, 이스탄불, 몽골 토그체치에서 펼쳐지는 옴니버스 형식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정착과 유랑, 기억과 망각의 경계에 서 있는 이들의 소리에 집중해보자.

<우리는 섬으로 갔다>

‘혹시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적이 있나요?’ 30대 부부 도원과 명철은 익숙하고 편리한 도시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멀리 떨어진 낯선 곳, ‘청산도’로 발길을 옮긴다. 60대도 청년 대접을 받는 이곳에서 이들의 등장은 놀라운 일이었다. 일자리를 꾸리며 섬에서의 삶을 새롭게 개척해가는 이들의 모습. 느림의 미학을 실천하는 슬로시티 청산도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도원과 명철에게 과연 섬은 꿈의 공간으로 거듭날까?

<종이 울리는 순간>

조선시대부터 왕의 숲으로 지정되어 보호받은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은 환호와 응원이 가득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속에 머물러 있다. 3일간 열리는 알파인스키 경기장으로 사용된 뒤, 지금까지 복원되지 않은 것.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단합을 위해 고안된 스포츠 행사는 어느덧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지속 가능성을 주요 키워드로 내세운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도 이와 유사한 궤적을 그린다.

<콘크리트 녹색섬>

재건축아파트가 곧 자산인 한국에서 30년 동안 아파트 단지를 지키던 아름드리나무는 한낱 방해꾼에 불과하다. 재건축이 진행될 때마다 무참히 베어지는 수만 그루의 존재를 알게 된 감독 이성민은 사라질 공간과 나무에 대한 기억을 모으는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사람들이 그곳을 보고, 말하고, 부르며 새로운 시선을 가지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경제 논리에 힘없이 희생되는 나무를 보존하는 방법을 모색할 때다.

<불타오르다>

얼마 전,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을 기억하나.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불에 타고 남은 새까만 재와 지역민의 상처만이 남는다. 이런 상황 속에서 산불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을 뒤흔드는 영화가 등장했다. 꿀벌의 비행 경로와 비상하는 물수리의 시선을 빌려 계절의 변화를 리드미컬하게 담아낸 이 영화는 생존과 적응의 놀랍고 신비한 여정을 보여준다. 산불이 불러온 파괴는 그에 이은 재생 과정을 통해 치유된다. 

<곰과의 위험한 공존>

자연 보전과 인간 안전은 양립할 수 있을까? 불곰은 유럽 최대 규모의 곰 야생 복귀 프로젝트에 힘입어 이탈리아 알프스 지역에 무사히 정착했다. 하지만 곰이 인간을 습격하는 사건이 반복되자 지역민은 점차 두려움에 휩싸인다. 영화는 야생 곰의 위용을 담은 예술적 영상과 그를 둘러싼 현장 관리원, 지역민의 인터뷰를 교차 편집해 곰의 귀환이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인지 짚어줌과 동시에 인간과 곰의 공존을 고민하게 한다.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그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역사 속 아카이브 자료로만 이뤄진 이 다큐멘터리는 1988~92년의 부시 정권 시절을 살핀다. 당시 미국은 지구온난화의 현실을 인지하기 시작한 시기였으나, 부시는 이를 막기 위해 ‘화이트 하우스 효과’ 이용을 선언했다. 산업계 인사와 기후학자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던 부시의 결정과 오늘날 우리 사회가 직면한 기후변화 사이 인과관계를 정교하게 추적한다.

<미래위원회>

아이 8명이 바이오연료로 달리는 스쿨버스에 탑승했다. 이 버스를 타고 유럽을 가로지르는 아이들은 지구 위기를 체험하고 해결책을 탐색하며 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계 최대 오염 기업의 회의실로 옮기려는 시도를 한다. 긴 여정 끝에 아이들이 ‘미래위원회’를 결성한 것. 감독 데이먼 게모는 오늘날 지구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는 아이들의 마음을 통해 더 밝은 미래를 상상하는 용기와 성장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익을 위한 먹을거리>

축산 관련 탐사 보도로 유명한 줄리아 이노첸치와 다큐멘터리 제작에 힘쏟는 파블로 담브로시가 5년간 준비한 작품. 동물 학대와 환경오염, 팬데믹 위험을 조장하는 집약적 농업과 권력층 간의 연결 고리를 유럽 전역에 걸쳐 집요하게 추적했다. 제작진은 농장에 직접 잠입해 우수한 유럽 낙농업의 부정적 이면과 로비 활동 관계성을 폭로한다. 수십억의 세금이 투입되는 육류업의 농장주와 기업, 정치인에 정면으로 맞선다.


FICTION

<CAN I GET A WITNESS?>

인간의 수명을 50세로 제한하자 기후변화는 줄어들고 빈곤은 사라졌으며 지구에는 곧장 평화와 평등이 찾아왔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임종 절차를 참관하는 기록관으로 일하게 된 키아는 50세가 되자 세상을 떠나고야 마는 사람들의 마지막 모습을 맞이하고 충격을 받는다. 곧 50세가 되는 엄마 엘리의 미래를 예견한 키아와 지구상에 도래한 평등을 알려주고 싶은 엄마 엘리 사이에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뒤코뷔, 친환경 대작전!>

시험이 보기 싫어 지구를 구하러 떠나는 뒤코뷔의 천방지축 엉뚱한 환경운동 이야기. 새 학년이 시작되자 커닝 방법을 골몰하던 뒤코뷔는 고민 끝에 지구를 구한다는 핑계로 학교를 빠진다. 놀기만 할 줄 알았던 뒤코뷔는 우연히 탐욕스러운 개발업자에 맞서 인플루언서와 함께 릴라 광장을 지키는 캠페인을 시작하는데…. 거짓말과 속임수에 둘러싸인 뒤코뷔가 환경 의식을 싹틔우며 녹색 영웅이 되는 위대한 여정을 담았다.


ANIMATION

<여우와 토끼: 숲을 구하라>

숲속 공터에서 작은 강을 막아 거대한 댐을 세우는 비버. 물은 점점 차오르고 숲은 호수로 변한다. 비버는 자신의 걸작에 만족하지만, 숲 생태계는 엉망이 된다. 여우, 토끼와 함께 파티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엉이는 호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기절한 채, 그대로 물살에 떠밀려간다. 부엉이를 구하고 숲을 지키려면 비버의 댐을 허물어야 하는데…. 동물의 모습을 통해 사회 속 환경문제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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