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서 아르켜주는 환경영화 현주소 (1)

한 편의 영화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세계환경의 날인 6월 5일 개막하는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SIEFF)>를 통해 살펴본 지금의 환경영화.

2004년 첫 개막 후, 20년 넘게 환경영화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재단법인 환경재단의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국내 첫 ‘탄소중립 영화제’ 운영을 선언했다. 국내 영화제 중에서는 처음으로 발간된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탄소발자국 보고서’에 따르면, 제21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운영 과정에서 산소 38.1톤이 발생했으며, 환경재단은 이를 650그루의 맹그로브 식재를 통해 100% 상쇄할 계획이다.

영화산업이 직면한 과제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기후변화의 여파는 영화산업도 피해가지 못했다. 영화 제작 단체 ‘SEA(Sustainable Entertainment Alliance)’는 영화 <오펜하이머>(2023)나 <바비>(2023) 등 7000만 달러 이상의 제작비가 든 블록버스터 영화 한 편이 제작 과정에서 평균 299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다고 밝혔다. OTT 서비스 역시 그렇다. 넷플릭스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을 지속적으로 구축하고 있음에도, 2021년 이산화탄소 154만 톤을 배출했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한 국제사회의 탄소 배출 절감 합의 이후 각계의 환경정책과 관련 움직임이 쇄도하는 지금,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탄소중립 영화제 운영 선언처럼 제작 과정 전반에 걸친 환경적 고려 같은 점진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을 위해 영화산업은 기후변화를 이겨내기 위해 수많은 변혁을 꾀하는 중이다.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작년과 동일한 슬로건인 ‘Ready, Climate, Action!’을 내걸고 탄소중립 실천의 흐름을 이어간다. 올해는 전 세계 132개국에서 총 3261편이 출품됐으며, 그중 77편이 상영된다. <베니스국제영화제> <칸국제영화제>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은 이미 ‘탄소중립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청정에너지 사용, 원격회의와 스트리밍 활성화, 이동 수단의 친환경화, 비건 음식 활용 같은 운영 정책을 실천하며 문화 행사의 환경 영향 저감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영화 제작 과정 역시 지속 가능한 구조로 변하는 중.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BAFTA)은 친환경영화 제작 인증 프로그램 ‘Albert’를 운영한다. 제작 현장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이에 따른 탄소 배출량 감축 인증 마크를 부여하는 식. ‘SEA’도 이와 유사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촬영장 물품을 기부하는 방법, 촬영장용 분리수거 표지판, 환경을 고려한 촬영 장소 선정법 등이 포함된 친환경영화 제작 키트를 무료로 공유하는 거다. 한편, 오스트리아에서는 영화 크레딧에 에코 라벨을 표시하고 있다. 에코 라벨은 제작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자원을 보존하는 방식을 차용했을 때 부여된다. 지난해부터는 친환경영화 표준을 준수할 경우, 촬영 예산의 5%에 달하는 인센티브를 지급한다고. 지속 가능한 영화산업을 위한 기업과 단체의 크고 작은 행보를 계속 눈여겨보자. 


INTERVIEW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개막을 앞두고 환경재단 그린페스티벌팀 백재욱 부장과 나눈 환경영화 이야기.

<서울국제환경영화제>가 탄소중립 영화제를 실천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30 넷제로 전략’은 환경재단뿐 아니라 환경 관련 NGO 단체나 환경업 종사자 등 전 세계가 관심 갖는 내용이다. 이런 국제 정세를 우리 일에도 반영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탄소의 발생 자체를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방법론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화제는 그대로 진행하되, 계획성 있게 준비하고 탄소를 상쇄하는 노력까지 곁들인다면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경험과 기회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인식 변화까지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출품작은 전년도 대비 유형이 다양해졌다고 들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나?
우선 환경영화 산업이 발전했다는 점. 영화산업은 오랜 시간 이어져왔지만, 환경영화는 발전을 이룬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환경학적 측면에서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것처럼, 작품 다양성이 생겼다는 것은 이 생태계가 살아갈 만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창작자나 제작자가 변화한 대중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 피해 사례를 조사하고 기업을 고발하고 투쟁하는 뻔한 시퀀스의 다큐멘터리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과거에 비해 애니메이션이나 픽션 같은 색다른 장르의 환경영화가 등장했다는 것은 환경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나 문화의 폭이 넓어졌음을 의미한다. 상상 속에 빠져보기도 하고 동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재미있고 편안한 태도로 환경을 대하는 거다.

올해 출품된 작품을 심사하는 주된 기준은 무엇인가?
‘확실한 메시지’. 한 편의 영화를 통해 관람객의 일상에 작은 변화라도 일어나기를 꿈꾸기 때문이다. 같은 문제를 두고 각 작품이 어떤 방식으로 울림을 주는지 살핀다. 개인마다 느끼는 게 다를 수 있기에 <서울국제환경영화제>는 관객 심사단 등 관객의 참여도가 높다. 올해는 특별히 다수의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하고자 영화제에서는 보기 힘든 상업영화를 상영한다. 애니메이션 <플로우>(2025)로, 동물이 삶의 터전을 잃고 새로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 주된 줄거리다.

이번 영화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작은 <Can I Get a Witness?>(2024)다. 어떤 반응을 기대하나?
한 번쯤은 눈물을 흘리면 좋겠다. 울음이 났다는 건 감정의 동요가 있었음을 의미하고, 감정의 동요가 진정되면 내적 원인을 찾기 마련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슬펐는지 되뇌다 보면 영화의 여러 장면이 마음 한편에 쌓이게 될 거다.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스토리에서 마음 깊은 여운을 느껴보길.

영화제에 참여하는 관객은 어떤 방식으로 이 축제를 즐기면 좋을까?
올해 큰 변화가 있다. 관객의 편의를 위해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구성하는 섹션을 없애고, 키워드를 도입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원하는 키워드를 검색 또는 선택하면 관련 영화가 나오는 식. 키워드는 총 28개로 정리했다. 200페이지가 넘는 프로그램북도 과감히 없앴다. 대신 웹사이트를 하나의 프로그램북처럼 구성해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영화를 찾도록 꾸릴 예정. 반려동물 동반 야외 상영이나 플리마켓 같은 부대 행사를 통해 즐길 거리를 찾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여러 환경문제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환경영화의 기능과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 관심이 있어야 하나의 문화가 되고 흐름이 되고 트렌드가 되어 시대정신까지 이어진다고 본다.

환경영화가 가진 힘을 느낀 적이 있나?
영화가 세상을 직접적으로 바꾼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각 분야의 관심과 노력이 모여 변화를 만드는 건 분명하다. 환경영화에서 오랜 시간 다뤄온 플라스틱 문제가 실제 정책 시행까지 이어진 것처럼 말이다. ‘한 편의 영화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서울국제환경영화제>의 캐치프레이즈처럼 결국 환경영화가 긍정의 나비효과를 불러오지 않을까.

더 적극적인 인식 변화와 실천의 움직임을 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재미있는 콘텐츠를 생산해야 한다. 재미가 있으면 관심이 생기고, 조금 어설프더라도 좋게 보인다. 재미를 추구하고자 영화제 역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부대 행사는 물론, 학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을 위해 수업 자료를 개발했다. 17개 시도교육청과 협업해 환경영화를 시청각 자료로 활용하는 수업 자료를 제공한다. 2024년, 전국 학생 38만 명이 이 수업에 참여했다.

환경 콘텐츠를 소비할 때 유의하거나 경계할 점은 무엇일까?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환경은 늘 경제와 대척점에 있다. 경제발전을 위한 개발에는 언제나 환경 파괴가 수반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이 콘텐츠에서 소비될 때는 그 이면의 의미를 잘 살펴야 한다. 단순히 보여지는 것을 흡수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제를 더 깊이 있게 사고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지 살펴본다면 환경에 대한 나만의 가치관을 확립하게 될 거다.

    포토그래퍼
    정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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