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컷의 이미지로 브랜드를 말하는 시대. K-뷰티의 존재감을 비주얼로 각인시킨 브랜드 디렉터 4명을 만났다.
TENSE

최지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 과거, 현재, 미래까지. 어떤 순간에도 빛날 수 있도록 일상에 특별함을 더해줄 텐스의 솔루션.
브랜드 이미지와 ‘찰떡’인 모델 선정으로 유명하다.
각 제품에 부합하는 모델의 이미지를 얼굴, 머리카락 길이, 피부 톤까지 머릿속에 상세히 새겨둔다. 국내 시장의 정서적 코드를 고려해 국적보다는 제품과 조화를 이룰 모델을 찾는다.
주변 피드백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지 궁금하다.
기획자로서 확신을 가져야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다.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 피드백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원래 표현하려고 한 본질을 놓치게 된다. 확신이 약해져서 기획 방향이 흐려지면 본인 결과물의 만족도도 낮아진다. 결국 대중에게도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인상만 남긴다.
최근 가장 만족한 프로젝트는?
작년 태국 여행 때 한 아티스트를 발견했다. 작업물을 직접 구매하며 컨택 포인트를 찾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협업을 구체화했다. 약 1년간 다듬어 완성해 어느 때보다 시각적 완성도가 높다고 자부한다.
최종적으로 지향하는 텐스의 비주얼 세계는?
브랜드명 자체가 ‘시제’를 뜻한다. 늘 ‘시간’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비주얼을 설계한다. 훗날 어떤 작업물을 내놓아도 ‘텐스니까 그럴 수 있지’ 하고 이해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여겨지길.
CHÉRIEXX

고유안 대표 | 패션과 뷰티의 경계를 허물어 마이너한 감성의 독창적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코스메틱 브랜드.
모든 비주얼이 인상적이지만 특히 총알 모양의 립스틱이 기억에 남는다.
‘전쟁을 끝내고 돌아온 병사의 손에 쥔 총알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와 같은 상상에서 시작했다. 곧게 날아가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포물선을 그리며 여러 난기류를 지나는 총알이 청춘과 닮았다고 느꼈다. 청춘은 빠르게 지나가지만 동시에 수많은 불안과 압박을 견디며 스스로 벽을 깨고 나아가야 하지 않나. 그들의 전리품이 되길 바란 제품이다.
가장 신경 쓰는 디테일은?
손끝의 떨림, 시선의 방향, 움직임의 결까지 제품과 유리되지 않는 선에서 감정이 드러나도록 작업한다.
디지털 노이즈, 플래시, VHS 효과가 눈에 띈다.
감정이나 균열, 해방 같은 주제를 다루니 그에 어울릴 비주얼 언어를 찾게 된 거 같다.
비주얼을 영화로 설명한다면?
<몽상가들>처럼 청춘과 사랑, 문화에 대한 고찰과 억압으로부터의 해방을 다루고, <레옹>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운 삶 속에서 피어나는 연대를 표현한달까.
비주얼을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진심을 담은 응원과 지지, 사랑이 얼마나 큰일을 해낼 수 있는지 알리는 것. 제 이야기처럼 공감하고, 감정과 시선을 투영할 수 있는 여백이 되고 싶다.
BORNTOSTANDOUT®

임호준 대표 | 본투스탠드아웃은 대담한 개성과 차별화된 향으로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니치 퍼퓸 브랜드다.
본투스탠드아웃(이하 BTSO)의 이미지는 니치 향수 마켓이 가진 ‘관습적 우아함’을 깨뜨렸다.
고고한 조선 백자 위에 붉은 잉크를 흩뿌린 듯, 고상한 전통미와 파격적인 현대성을 한 이미지에 담았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래도 되나?’ 싶은 감정을 끌어내는 게 목적이다.
‘파격’을 표현하는 방법으론 어떤 장치를 사용하나.
우아한 것을 망가뜨려 짜릿한 반전을 선사한다. 불편하거나 충격적인 요소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신 그 안에 호기심과 해방감을 더한다.
주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특정 집단을 비하하거나 혐오를 불러일으켜선 안 된다는 것. 우리의 첫 번째 원칙은 모든 대상과 문화에 대한 존중이다. 그 메시지가 담겨야 한다. 자극적 이미지로 불쾌감을 주면 안 된다.
BTSO가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회의 규칙이나 시선에 대한 의문. 모두가 말하는 대로, 남이 정한 대로 맞추지 않으면 어떤가? 우리의 이미지를 마주하는 순간만이라도 스스로에게 되물어보길 바랐다. 남들의 기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도 된다는 것. 그 용기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게 우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다.
로레알 산하 벤처 펀드에게 투자받고, 전 세계 60개국에 진출하는 등 유례없는 성장도 기록했다.
서브컬처를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럭셔리한 채널에 입점한 국내 유일의 브랜드다. 이런 성취에도 여전히 거친 예술적 실험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스튜디오의 연출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리 한복판에서 퍼포먼스를 해보고도 싶다. 기존의 틀에 박힌 향수 광고 공식을 완전히 깰 수 있는 혁신적 연출을 구상하고 있다.
NARKA

최다예 CEO | 다채로운 자기표현으로 가장 최상의 ‘나’로 끌어올려줄 헤어 리추얼, 나르카와 함께라면 가능하다.
나르카의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정의한다면?
‘Effortless Rich’. 즉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 속에서 우러나온 밀도 있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비주얼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도자기를 만들기 전 물컵인지 꽃병인지 용도에 맞게 형태를 고민하듯, 기능에 대한 논리적 해석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시작한다. 소비자가 기능과 미감 사이의 완벽한 균형을 느끼도록 하는 게 핵심 목표다.
제품 디자인과 비주얼은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나?
모든 요소는 하나의 유기적인 창작 언어(Creative Language)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제품의 메인 컬러가 화보의 메이크업 포인트나 배경 톤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제품 중심에서 출발해 감정적 여운까지 고려한 방식이다. 제품의 핵심 요소를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시각화할지 고민하며, 소비자의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 지점을 찾는다.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가장 궁금해할 디테일이 무엇일지 포착해 실제 사용감을 섬세하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콘셉트나 표현 방식이 있다면?
‘머릿결이 좋아져요’ 같은 단순한 기능적 효능을 넘어, 다양한 스타일링 방법을 제시하고, ‘추구미’까지 제안하는 하우-투 브랜드로서 헤어 표현 가능성을 더욱 넓히고 싶다.
나르카가 완성하려는 비주얼 세계관은 어떤 모습인가?
나르카를 통해 좋은 취향을 공유하고, 자신감을 더하는 일상의 단정한 순간을 선사하며,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을 함께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싶다. 이는 닮고 싶은 여성상을 제시하는 나르카만의 독창적 헤어 케어 세계관이 될 것이다.
- 아트 디자이너
- 이청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