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말 감성부터 팬데믹 감성까지, 배두나가 선택한 사랑 영화들을 모았습니다.
<청춘>(2000) ‘남옥’
소아과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비뇨기과인 간호사 남옥(배두나). 그의 눈에 들어온 남자는 하필 성병 치료를 받으러 온 자효(김래원)입니다. 아빠를 닮은 남자에게 마지막으로 주사를 놓던 날, 남옥은 먼저 데이트 신청을 하는데요. 자효는 고 3 시절 ‘사건’ 이후 사랑 없는 섹스만 하는 청춘입니다. 남옥의 엄마(고두심)는 그의 상처를 알아보고 말하죠. “한 번 상처 받은 놈은 누구한테든 다시 상처를 주는 법이지.” <청춘>은 <플란다스의 개>로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여우상을 받은 뒤 배두나가 어머니(연극배우 김화영)의 추천을 받아 선택한 작품인데요. 많은 사람이 노출신을 우려했지만, 어머니는 한국 로맨스 영화의 대가 고 곽지균 감독의 감성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합니다.
<봄날의 곰을 좋아하세요?>(2003) ‘현채’
현채는 십대 시절부터 꾸준히 차여왔습니다. 먼저 호감을 표현한 남자들도 이유를 알 수 없게 떠나가버렸죠. 유치원 때부터 친구인 동하(김남진)의 오랜 짝사랑은 눈치채지 못한 채 동화 같은 사랑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서 마주한 운명적 메모. “이것은 당신을 향한 내 사랑의 시작입니다. 당신은 겨울잠에서 깨어난 귀여운 곰같이 사랑스럽답니다. 다음엔 이 책을 빌려보세요.” 현채는 ‘미지의 남자’가 남겨둔 메모를 러브레터처럼 생각하며 설레는 추적을 하는데요. <알아두면 쓸데없는 지구별 잡학사전: 지중해>의 공동 MC 윤종신이 후보 중 한 명인 ‘지석’을 연기했습니다.
<공기인형>(2010) ‘노조미’
‘히데오(이타오 이츠지)’의 공기인형 ‘노조미’는 어느 날 인간처럼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일하는 ‘준이치(이우라 아라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곳에서 알바도 하게 되죠. 그러다 팔이 찢기며 몸에서 공기가 빠져나가는 위기를 맞는데요. 준이치가 달려와 팔에 테이프를 붙여주고 노조미의 몸에 숨을 불어넣습니다. 처음으로 느낀 온기와 환희였죠. 그 사이 다른 공기인형을 들인 히데오의 집에서 나와 준이치에게 갑니다. 하지만 노조미의 숨은 준이치를 채우지 못하죠. 배두나는 고래에다 히로카즈와의 첫 작품으로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후 워쇼스키 자매 감독의 <클라우드 아틀라스>(2013)에서 복제인간 ‘손미-451’로 출연하게 됩니다.
<바이러스>(2025) ‘택선’
아침에 눈 떴더니 세상이 온통 핑크 빛. 택선은 화려한 원피스를 입고 입술도 핫핑크로 바른 뒤 동창인 자동차 딜러 연우(장기하)를 만나러 갑니다. 택선의 달라진 모습에 예뻐지고 밝아졌다며 신기해 하는 연우. 사랑인 줄 알았는데 바이러스, 그것도 치사율 100% 톡소 바이러스였습니다. 전날 소개팅으로 만나 청혼까지 해온 모쏠 연구원 수필(손석구)에게 옮은 것이었죠. 수필은 유일한 치료제를 만들 수 있는 이균(김윤석) 박사를 만나라고 하는데요. 그에게서 택선이 슈퍼 항체를 가졌다는 믿지 못할 말을 듣습니다. 배두나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 제목은 ‘사랑은 바이러스’. 팬데믹 때 사람이 그리워져 만든 이야기인가 싶지만 놀랍게도 2019년에 촬영을 마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