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이별 극복 꿀팁

그저 썸을 탄 것이라 해도 상대를 온전히 떨쳐내려면 슬픔의 5단계를 거쳐야 한다? 심리학자와 관계 전문가들이 말하는 이별 극복 방법.

헤어진 연인을 잊으려고 발버둥 치는 건 만국 공통이다. 마음이 아픈 건 피할 도리가 없지만, 이별을 극복하는 방법은 있다.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알아두는 것도 방법 중 하나다. “인간의 뇌는 태생적으로 친밀한 관계에서 깊은 만족감을 느끼고, 그 관계가 깨졌을 때 고통을 느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성 상담 전문가이자 뇌과학자이며, <Why Sex Matters: 왜 좋은 섹스가 중요한가>의 저자 낸 와이즈의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감정은 뇌의 가장 오래된 부위 중 하나인 변연계에서 시작하며, 이는 신경망이 복잡하게 연결된 구조적 덩어리입니다. 공황-비탄-슬픔 체계(Panic-Grief-Sadness System)는 소중한 관계를 잃었을 때 활성화하죠”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이별의 정신적·육체적 후폭풍은 실제로 신체에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공황-비탄-슬픔 체계가 활성화하면 금단 증상과 유사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가슴 통증, 절망, 슬픔, 후회, 반추 그리고 인생에 대한 의욕과 사기 저하를 경험하죠. 여기서 기억할 것은 이별 후 수반되는 고통과 슬픔은 병적인 증상이 아니며 감정이 있는 동물이라면 자연스레 겪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사랑을 기반으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때 필연적으로 따르는 결과인 거죠”라고 덧붙였다. 이별이 아픈 건 당연하다.

나만 이렇게 전 연인을 잊는 데에 서툰 걸까?

이별은 두 사람의 일이지만, 어떤 때는 나만 고통에 허덕인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실제로 헤어진 후 더 큰 상처를 받는 쪽은 누굴까?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 큰 상처를 입는 쪽은 대개 그 관계에 더 많이 헌신한 쪽입니다.” 데이팅 웹사이트 매치(Match)의 데이트 코칭 전문가 레이첼 디알토의 말이다. 만약 당신이 더 헌신하는 쪽이었다면, 이별 후 상실감이나 슬픔은 지극히 평범한 감정이라는 걸 잊지 말자. “전 연인을 잊기 힘든 건 연인과 좋았던 추억, 함께했을 때의 기쁨 등 관계의 긍정적인 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항상 좋지만은 않았더라도 헤어진 후에는 관계를 미화하는 경향이 있죠. 헤어지지 않았더라면 가능했을지 모르는 장밋빛 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거예요.” 디알토가 덧붙였다.


전 연인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감정을 완전히 차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디알토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해소해야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피할 수 없는 감정을 느낄 때 유의할 점이 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이별 통보를 받으면 감정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친다. 뉴욕시 심리학자 레베카 헨드릭스는 이를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설명하며, “이별은 다른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때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느끼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도록 노력하는 게 좋습니다”라고 말한다. 이별 직후 한동안 울고 싶다면 참지 말고 눈물을 내보내야 한다. 연인과의 이별은 다른 종류의 상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상실 후 슬픔을 받아들이는 5단계가 있다. 바로 부정, 분노, 타협, 우울(절망), 수용이다. “5단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페이스에 맞게 겪으면 됩니다.” 헨드릭스의 말이다. 그리고 이 단계가 진행되는 동안 ‘당연히 이렇게밖에 느낄 수 없지’ ‘이런 감정이 드는 건 자연스러워’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감정을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한다
감정을 그대로 느끼되 기분이 태도가 되는 지경은 막아야 한다. 슬프다면 시간을 정해놓고 그 시간 동안은 실컷 슬픔에 젖어 있어도 된다. “애도 시간을 갖는 건 괜찮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자신과 일상을 해할 수준이 되는 건 삼가야 해요.” 뉴욕시 공인 심리치료사 알렉산드라 스트레이티너가 기분에 매몰되는 상황을 경고하며 몇 가지 팁을 전했다. “셀프 케어를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식사를 하거나 잠을 자는 게 어려울 정도로 일생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전문가를 찾아가야 해요.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일상에 운동이나 취미 활동을 더하는 것이 좋죠.”


애도 단계에서 기억할 것들

슬픔의 5단계를 모두 겪고 나서야 비로소 관계를 정리할 수 있게 된다. 디알토는 “떠나보내는 과정에는 애도, 수용, 치유가 포함됩니다. 관계의 상실을 슬퍼할 충분한 시간을 갖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죠”라고 설명한다.

애도의 시간과 공간 마련하기
슬픔은 외면한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다. 연애 코치로 활동하는 브렌던 듀렐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애도’가 반드시 필요한 과정임을 설득한다. “약혼녀와 파혼하면서 제게도 애도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저는 철저히 외면하고 운동으로 건강하게 해소하려고 노력했죠. 이별 후 저는 인생 최고의 몸을 만들었지만, 그런다고 숨은 좌절감이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스트레이티너도 이에 공감하며 의견을 더했다. “마음의 치유는 절대 재촉할 문제가 아니에요. 시간이 필요함을 인정해야 하죠.”

연애 기간이 짧아도 마음껏 슬퍼할 것
오랜 시간 깊은 신뢰를 쌓은 사이가 아닌, 썸 관계의 끝에서 느낀 이별의 감정을 소화하는 것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히다. “잠적한 상대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져 내 가치를 깎아내려선 안 돼요. 털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는 용기가 내 가치를 결정하는 거예요.” 듀렐의 조언이다. 일주일의 썸이나 일방적인 짝사랑도 장기 연애에 버금가는 심적인 고통을 유발할 수 있고, 이때도 충분히 슬퍼하고 자기 의심은 할 필요가 없다.

마음 정리는 결국 스스로 하는 일이다
언제나 상대방에게 납득 가능한 해명을 들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경우 마음 정리는 헤어진 후 혼자 해결해야 한다. 이별의 타당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면, 그래야만 했던 나름의 서사와 이유를 스스로 만드는 것도 괜찮다.

고통이 언젠가는 멈춘다고 믿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는 사실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특별한 사람이 또 나타날 것이란 희망을 갖자. 이 고통이 영원할 것 같을 때도 있지만, 시간이 약이다. 전부는 아니어도 대부분의 고통은 결국 사라질 거다.


성공적인 이별 극복을 위한 지침 10가지

디알토는 “타인의 행동이나 마음을 자신이 통제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이별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마음이 아프더라도 어쩔 수 없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과 상황을 받아들이고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전문가의 조언을 정리했다.

1 전 연인과의 소통 창구 원천 차단
카톡, 인스타그램 등 평소 전 연인과 연락하던 소통 창구를 원천 봉쇄하자. 술에 취해 톡을 보내는 실수는 그만! 또 전 연인의 피드에 집착하지 않도록 SNS 계정은 아예 언팔하자. “관심이 자연스럽게 전 연인을 향하지 않도록 생각의 흐름을 통제하세요. 의식적으로 생각을 돌리면 됩니다.” 이별 극복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앱 멘드(Mend)의 창업자 엘라 후에르타는 이별 후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픈 데는 과학적인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연애로 생긴 세로토닌, 엔도르핀 같은 ‘기분 좋은’ 호르몬이 이별 후 급격히 감소하며 유사 금단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이때 함께했을 때 느낀 즐거움, 안정감 같은 기분을 얻고 싶은 마음에 다시 전 연인에게 연락하면 짧게는 몇 개월, 길게는 몇 년간 그 관계에 갇혀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울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멘드에서는 60일 ‘ex 디톡스’를 추천하기도 한다.

2 나만의 이별 상담사 만들기
가까운 친구 두세 명에게 자신의 속앓이를 솔직하게 털어놓자.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준비도 되어 있을 것이다. 다만 말해주지 않는다면 대부분은 당신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위로를 통해 도움 받을 수도 있지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행위 자체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듀렐은 신뢰하는 친구, 가족이나 전문 의료인 앞에서 이별로 슬퍼하는 모습을 드러낼 것을 권한다. “솔직한 자기 심정을 털어놓으세요. 나를 응원하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건 인생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제 경우엔 그랬어요.”

3 움직여라! 기분이 좋아질 테니
“운동할 때 분비되는 신경 물질인 엔도르핀은 유사 금단 증상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신감도 올려줄 겁니다.” 후에르타의 설명이다. 또 듀렐은 리셋 과정도 애도 과정의 일부라 말한다. “동물은 트라우마가 될 상황이 발생하면 몸을 털어요. 사자에게 쫓기던 가젤이 포식자를 따돌린 후엔 몸을 흔들죠. 신체 균형을 제자리로 원상 복귀하려는 행동이에요. 사람의 경우 이런 리셋 과정은 애도입니다. 우리도 몸을 털 수 있어요. 운동을 하면 됩니다.”

4 상대방의 최악을 떠올려라
이별 후에 힘든 이유 중 하나는 헤어진 상대방을 이상적으로 미화하기 때문이다. 객관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전 연인이나 그 관계의 부정적인 측면을 나열하며 목록을 작성해본다. 바람의 징후가 있었던 것, 짜증이 많았던 것, 음식 취향이 달랐던 것 등. 그리고 이 목록을 자주 들여다보는 거다.

5 보내지 않을 편지 쓰기
“전 연인을 완전히 잊은 척한다면 오히려 내면의 마음은 더 곪을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저는 편지에 제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걸 좋아해요.” 연애 전문가 줄리 크라프칙이 말한다. 단! 편지는 절대 보내지 말아야 한다. 편지는 철저히 자신의 감정, 상대방을 통해 깨달은 것, 어떤 부분이 안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소장용이다. “그리고 저는 편지를 감사하다는 말로 끝내는 걸 좋아해요. 해로운 관계였거나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었더라도요. 그러면 그 연애가 시간 낭비는 아니었다는 위안을 주고 또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기죠.”

6 스스로를 보살피자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실연의 상처를 회복하는 동안 ‘자신을 돌보는 일’이 회복 과정의 핵심이라고 한다. 하루 중에도 수시로 필요한 게 뭔지 내 안을 끊임없이 살펴보자. 그것이 맛있는 밥 한 끼일 수도, 따뜻한 목욕일 수도, 친구와의 수다나 전문가와의 상담일 수도 있다. 거절당함에서 오는 좌절감과 자존감 하락은 폭식, 거식증, 약물중독 등 해로운 행동을 유발하고 헤어 나올 수 없는 우울의 늪에 빠질 위험도 있다. 뉴욕시 임상 심리사 프랭클린 A 포터는 이렇게 조언한다. “운동하고,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고, 충분한 숙면을 취해야 해요. 그래야 부정적인 감정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7 내 탓하지 않기
‘나는 매력이 없어’ ‘내 성격이 문제야’라는 식의 자조적인 생각은 차단할 것. 이별의 원인을 나에게서 찾는 대신 연인과의 관계나 상대방에서 기인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이별 극복에는 도움이 된다. “마음의 상처가 크면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 여기는 사람이 많아요. ‘나는 아무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야.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런데 이런 생각은 사실도 아니고 나 자신을 갉아먹기만 하는 일임을 알아야 해요.” 스트레이티너가 덧붙였다.

8 집착적인 행동 알아차리기
SNS에서 근황을 알아보고 싶은 마음,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를 곱씹어보는 일 등 이런 것이 이별 후 자연적으로 나타나는 후유증이며, 자연스러운 것임을 이해하자. 하지만 괜찮은 건 아니다. 강박적인 행동을 마음껏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은 이해해주되, 만약 반복적으로 이런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했다면 심리 상담사나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9 새로운 만남은 신중하게
너덜너덜한 마음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때가 되지 않았는데 슬픈 감정을 외면하려고 무리하게 새 연인을 찾는다면 끝이 좋지 않을 확률이 높아요. 하지만 신중하게 한다면 데이트 앱이나 친구가 주선한 소개팅이 망가진 자존심을 회복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죠.” 헨드릭스의 말이다.

10 끝난 연애를 긍정하기
“마음의 상처가 서서히 가라앉으면 연애로 얻은 좋은 점을 돌이켜보고, 새로 열릴 가능성을 기대하면서 스스로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마음속으로 되뇌세요.” 포터는 쓸쓸한 이별을 맺었다고 그 관계 전체를 실패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별 극복의 증거

이별을 극복했다는 건 어느 순간 직감할 수 있다. 누가 먼저 알려주지 않아도 말이다. “자신이 때가 왔음을 본능적으로 느낄 거예요. ‘이제 다 잊고 보내줄게. 날 떠난 네가 내 가치를 규정할 수 없어. 내 가치는 나 스스로 결정할 거야’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오죠.” 듀렐의 설명이다. 이때는 홀가분하게 또 다른 사랑을 찾으면 된다.

    JENNY MCCOY
    일러스트레이터
    BUTTERC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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