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프리미엄의 자리에 오른 주류 브랜드에게 묻다

2024.08.10김정현

프리미엄 고도주는 하나의 이야기로서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우월한 맛과 품질로 프리미엄의 자리에 오른 주류 브랜드에게 음주의 낭만을 물었다.

GLENMORANGIE

한은규(모엣헤네시 위스키 브랜드 앰배서더)

A 브랜드의 앰배서더로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
브랜드마다 앰배서더의 역할이 다양하다. 제품을 의인화해 브랜드 이미지를 알리려고 활동하거나 상품 교육을 책임지기도 한다. 나의 경우 위에 언급한 일을 비롯해 고객과의 접점에 있는 행사와 이벤트의 결과 방향을 만들어간다.

A 글렌모렌지의 핵심 가치는 무엇인가?
장인정신과 혁신이다. 글렌모렌지의 특이점 중 하나는 시그넷, 라산타, 넥타 도르처럼 브랜드보다 제품명이 더 친근하다는 점일 것 같다. 각 상품의 개성과 그들이 품은 혁신의 가치를 내세우고자 한다. 개인적으로도 이 점이 재미있는 챌린지로 다가온다.

A 품질에 있어 혁신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지나?
마스터 블렌더로서 독특한 이력을 가진 빌 럼스덴(Vill Lumsden) 박사의 공이 크다. 그는 화학과 위스키를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위스키 증류에 뛰어들었다. 독특한 이력만큼 위스키에 접근하는 시각 자체가 혁신적이다. 우드 캐스크 피니시, CS(Cask Strength)를 일찍이 사용했으며, 시그넷은 최초로 커피 로스팅 기법을 몰트에 접목하는 혁신이 이루어진 상품이었다.

A ‘글렌모렌지 한 병은 지구 한 바퀴를 돈다’는 말이 있다. 어떤 의미인가?
오자크산 참나무로 만든 캐스크는 잭다니엘스에서 4년 동안 버번을 머금도록 계약을 맺었다. 4년이 지나면 그 캐스크를 다시 스코틀랜드로 가져와 부순 후 재조립한다. 우리는 이 과정을 ‘디자이너 캐스크(Designer Cask)’라고 한다. 글렌모렌지의 우아함과 산미를 유지하기 위해 캐스크는 긴 여정을 한다.

A 브랜드의 가치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제품의 캐릭터에 집중하는 노력이 낭만적이라 생각한다. 제품을 바라보고 마시며 감정적 대리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회사, 친구, 가족 등 사회에 소속되어 어떤 역할을 부여받는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내 모습과 본연의 모습 사이에 괴리가 생길 수 있는데, 상품 자체의 개성을 존중하는 모습이 ‘너라서 괜찮아’라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위스키 회사로는 이례적 행보다.

A 대대적인 팝업 대신 고객에게 일대일로 다가갈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그런 이유인가?
물론이다. 우리는 아직 제품 각자의 인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브랜드는 언제나 접할 수 있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계기로 평생의 친구, 동반자로 자리 잡는다고 생각한다. 출시를 앞둔 제품 역시 고객 개개인에게 긴밀히 다가가는 진솔한 방식을 고민 중이다. 본사 역시 글렌모렌지의 상품이 단 하나의 마케팅, 하나의 아이덴티티를 견고히 해 사랑받는다면 그건 성공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A 본사에서 요구하는 최소한의 가이드가 있나?
럭셔리다. 글렌모렌지와 함께하는 시간만큼은 왕과 여왕이 된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 최근 행사 역시 단 한 번도 대관을 진행한 적 없는 콘스탄스를 설득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 글렌모렌지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제품은?
글렌모렌지 오리지널. 개인적 취향의 관점에는 아쉬운 점이 있지만, 하이랜드 위스키로서의 모든 자격을 갖춘 탄탄한 술이라 자부한다. 하이랜드가 가진 깔끔한 맛, 증류소 특유의 은은한 풍미를 담고 있다. 아직 위스키가 어렵다면 ‘취향에 맞는 떡볶이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접근해보길 바란다. 선호하는 맛의 결을 이해하고 찾아가는 여정의 끝에는 확실한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DON JULIO

유미화(디아지오 코리아 돈 홀리오 마케터)

A 돈 훌리오가 추구하는 철학은 무엇인가?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르라(Por Amor)’. 창업자 돈 훌리오 곤잘레스(Don Julio Gonzalez)는 테킬라를 만드는 가문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테킬라 양조를 보고 자랐다. 아가베, 토지, 사람을 향한 열정과 사랑이 오늘날 돈 훌리오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A 현재 한국에는 어떤 제품이 소개되고 있나?
블랑코, 레포사도, 아네호 그리고 1942까지 4개 라인업이 있다. 깔끔한 니트부터 취향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한 칵테일까지 원하는 방법으로 즐길 수 있다.

A 최근 주류 시장에서 테킬라가 신흥 주자로 떠올랐다. 돈 훌리오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나 역시 프리미엄 테킬라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돈 훌리오는 멕시코인이 만들고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테킬라다운 테킬라에 자부심을 느낀다. 성숙한 아가베와 차별화된 레시피, 돈 훌리오 곤잘레스가 개발한 효모를 사용해 부드럽고 성숙한 풍미를 비롯해 어린 시절부터 쌓은 양조 경험과 지식, 완벽한 테킬라를 향한 노력과 열정이 계속된다.

A 돈 훌리오를 비롯해 프리미엄 테킬라의 조건은 무엇일까?
‘프리미엄’이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서는 할리스코주 하일랜드에서 재배한 블루 아가베를 100% 사용하고, 전통 제조 공정을 거친 정통성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프리미엄은 문화에도 접점을 두고 있어야 한다.

A 그래서인지 푸드 페어링, 제이백쿠튀르와의 협업, 백상예술대상 축하주 등 다양한 자리에서 돈 훌리오를 만날 수 있었다. 협업의 기준이 있나?
‘Por Amor’ 정신이다. 푸드 페어링을 진행한 몰리노 프로젝트의 진우범 셰프와 처음 미팅했을 때, 멕시코 문화를 향한 그의 애정과 머리가 아닌 마음을 따른 삶의 자취를 보며 협업을 제안했다. 패스트 패션의 흐름 속에서 디자이너 제이백이 보여준 쿠튀르 작품 역시 철학과 방향이 분명하다. 아트바젤 캠페인, 글로벌 DJ 페기 구와의 협업 역시 맥을 같이한다. 60주년 백상예술대상의 주류 파트너를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 축하주로서의 활동은 축하의 순간을 위한 테킬라(Monumental Celebration)로서 돈 훌리오를 보여주려는 활동의 일환이다.

A 프리미엄 주류 문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고 느끼나?
소비자가 주축이 되어 새로움을 계속 탐닉하고 있다. 범위는 넓어지고 깊이는 깊어진다. 몰트 바에만 가도 위스키 라인업 수백 개를 만날 수 있고 칵테일 바는 지속가능성, 크리에이티브, 전통주 등 다양한 주제를 탐구하며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이 새로운 방향이 양보다는 질을 우선하는 ‘파인 드링킹(Fine Drinking)’ 문화로 확장된다고 느낀다.

A 이런 흐름과 함께 브랜드 역시 어떤 전략을 펼치고 있나?
돈 훌리오는 파인 드링킹을 추구하는 소비자를 위해 테킬라 샷으로만 서브하는 걸 제안하지 않는다. 하이볼, 팔로마, 마가리타 그리고 바텐더만의 돈 훌리오 시그너처 칵테일처럼 다양한 서브를 제공하려고 한다. 디아지오 역시 2009년부터 ‘월드클래스’라는 바텐딩 대회를 통해 계속 더 나은 음주 문화를 주도하려고 한다. 매년 전 세계 60여 개국의 바텐더 1만여 명이 참가하고 있다. 이렇게 역량이 뛰어난 차세대 바텐더를 발굴하고 지원해 전 세계 파인 드링킹 문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려고 한다.

A 개인적으로 돈 훌리오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인가?
돈 훌리오 블랑코와 탄산수를 1 대 3 비율로 섞어 마시는 것. 위스키 하이볼에서 느낄 수 없는 청량하고 깔끔한 테킬라 하이볼이 완성된다.

ARMAGNAC CASTAREDE

홍자영(한남전당, 아르마냑 카스타레데 바 대표)

A 아르마냑을 잘 모르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코냑과 헷갈리는 사람도 더러 있는데, 어떤 차이가 있나?
와인을 증류했다는 점에서 코냑과 맥을 같이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증류 방식이다. 코냑은 두 번의 단식 증류를, 아르마냑은 한 번의 연속 증류를 거친다. 섞는 물의 양이 많을수록 빈티지의 특성이 사라지는데, 아르마냑은 코냑보다 낮은 도수로 증류하고 물이 적어 빈티지 생산도 가능하다. 또 하나의 차이점은 포도 품종의 복합성이다. 단일 품종을 사용하는 코냑과 달리 우리는 우니블랑(Ugni Blanc), 콜롱바드(Colombard), 폴블랑슈(Folle Blanche), 바코(Baco) 품종을 사용해 복합적인 맛을 낸다.

A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특별함은 무엇인가?
1832년 바자르마냐크 지역의 캐스크 유통업을 시작으로 6대째 전통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 넓은 레인지의 원액을 보유하고 있고, 카스타레데 라인업 전반에 아르마냑의 기준 숙성보다 더 높은 기준의 원액을 사용한다.

A 아르마냑 카스타레데가 국내 대기업의 제안을 거절하고 개인을 통해 공식 수업을 결정한 이유가 있나?
현재 아르마냑 카스타레데를 이끄는 플로렌스 카스타레데와 오랜 시간 알고 지냈다. 나와 남편은 1900년대 초 클럽 메드 뉴칼레도니아에서 근무하고 유럽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었다. 이때부터 우리는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팬을 자처했다. 플로렌스와 우리는 서로를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닌 친구라 칭한다. 제품을 경험할 공간을 만들고자 한남전당이라는 건물을 세우고, 빈야드에 있는 고성의 문짝과 벽돌 등을 공수해 인테리어에 사용했다.

A 가장 주요한 가치를 꼽자면?
시간. 아르마냑 카스타레데의 여정은 요행을 바랄 수 없다. 땅에서 시작해 바람과 햇빛으로 탄생한 포도, 증류와 블렌딩 과정을 거쳐 완성된 아르마냑을 마주할 때 느끼는 보람과 뿌듯함은 시간이 없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A 아르마냑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가?
술이 아닌 하나의 식문화로 다가왔다. 음식의 맛은 더 풍미 있고, 식사 시간을 더 풍요롭게 해준다. 헤리티지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브랜드가 멋있다. 아르마냑을 만들기 적절한 포도를 만드는 지형, 장인이 제작한 오크통과 테이스팅까지 플로렌스가 직접 한다. 플로렌스의 집에 가면 1800년대 조상이 쓰던 그릇과 가구를 그대로 사용한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시가 한 대와 아르마냑 한 잔을 마시면서 행복해한다. 가치의 기준을 자본이 아닌 좋은 것을 향유할 때의 기쁨에 두고 있어서다. 나 역시 이 문화와 행복을 공유하고 싶었다.

A 현재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라인업은?
8년 숙성 원액을 사용한 VSOP, 20년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한 오다주(Hors d’Age), 시가와 함께 즐기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1932년부터 2000년대 빈티지를 만날 수 있다. 오는 8월 현대카드에서도 아르마냑 바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한다.

A 웰니스의 가치와도 맞닿은 지점이 있는 듯하다.
파리 정치대 교수였던 플로렌스의 아버지 역시 아르마냑을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사치와 문명>에 ‘사치스러움 때문에 인간의 문명이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웰니스를 즐기기 위한 조건은 시간과 돈이 아닌, 문화를 얼마나 향유할 수 있고 그 가치를 흡수할 수 있는가 우선에 있다.

ROYAL SALUTE

김은정(로얄살루트 & 더 글렌리벳 브랜드 매니저)

A 로얄살루트는 영국 왕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 역사가 궁금하다.
로얄살루트는 1953년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 경의와 찬사의 의미로 헌정하며 탄생했다. 왕실의 기념비적 순간을 재해석한 패키지 에디션을 비롯해 왕궁의 일부를 관리하는 독립 자선 단체인 영국 로열 왕국을 포함한 왕실 자선 단체를 지속적으로 지원한다. 럭셔리 헤리티지 자체라 할 수 있다.

A 주요한 철학은 무엇인가?
숙련된 장인정신과 창의성이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신념이다. 이를 기반으로 매번 기술력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 제품을 선보인다. 풍부한 유산과 전통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혁신을 조화롭게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변함없는 맛과 향을 지키려고 평생을 위스키에 헌신한 세계적인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Sandy Hyslop), 위스키를 예술의 관점에서 만나게 이끄는 크리에이티브 어드바이저인 조향사 바나베 피용(Barnabe Filion) 등 로얄살루트는 장인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헌신, 시간이 빚은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위스키의 진귀함과 예술성을 창조하는 시간 역시 브랜드의 핵심 가치다. 이 기간은 위스키 원액을 숙성하는 21년 이상뿐 아니라 로얄살루트 한 병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장인의 끝없는 열정과 헌신이 담긴 숭고한 시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직 세상에 나오지 않은 실험적이고 새로운 원액의 출시도 기다리고 있다.

A 로얄살루트는 여타 브랜드에서 최고 연산으로 내놓은 21년을 최소 연산으로 사용한다. 이것 역시 혁신의 일부인가?
맞다. 로얄살루트의 포트폴리오는 21년산부터 시작된다. 대표 제품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 21년 블렌디트 몰트, 그리고 21년 블렌디드 그레인을 포함해 30년, 38년, 53년 등 하이엔드 컬렉션까지 70여 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스카치위스키의 혁신을 선도한다. 단순히 원액의 비율만 바꾼 것이 아니라 몰트와 그레인이라는 원재료 차원의 변신을 비롯해 아마로네 와인 캐스크, 라이, 버번 캐스크 피니시 등 혁신적 방식으로 독보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A 생산 방식의 파격적인 행보와 함께 보틀 디자인 역시 다이내믹하다. 어떤 가치를 좇고 있나?
제품마다 맛이 다르지만 보틀 색도 달라 컬렉팅에도 매력적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브랜드 매니저로서 공부할 숙제가 계속 쌓이지만, 위스키 지식도 늘어나고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도 배가되어 더욱 즐겁게 일하는 것 같다.

A 로얄살루트는 예술과 특별한 관계인 듯 보인다. 브랜드에서 생각하는 예술은 어떤 요소인가?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혁신적으로 발현하는 요소라 본다. 예술과 디자인 분야에 경의와 헌사를 담아 다양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마시는 위스키를 넘어 감상하는 위스키로서의 시대를 열었다. 국내에는 2023년 출시되었지만, 2022년 출시한아트 오브 원더(Art of Wonder)와 피나클 컬렉션(Pinnacle Collection)을 선보이며 장인정신과 예술의 조화가 완성하는 시너지와 경이로움을 선사하고자 한다.

A 로얄살루트를 맛있게 즐기는 사적인 팁이 있다면?
니트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각 위스키의 풍미와 향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함께 페어링할 때는 온더락을 즐기는 편이다.

    포토그래퍼
    현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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