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이면 끝, 숏핑 트렌드
“ 짧게 보고 빨리 살게요.” 숏폼을 타고 급부상한 이커머스의 ‘숏핑’ 트렌드.
한번 보기 시작하면 빠져나갈 수 없는 숏폼, 한눈팔 틈을 주지 않는 1분 미만의 짧은 재생 시간에 화면을 쓸어 넘기기만 하면 곧바로 다음 영상이 등장하는 ‘디지털 쳇바퀴’ 같은 이 시스템은 시간을 순삭시키기에 충분하다. 알고리즘의 정확성에 감탄하며 홀린 듯 보게 되는 영상의 굴레에 빠져 무한 시청한다는 ‘숏폼 중독자’가 속출할 정도. 그렇게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은 숏폼이 어느덧 킬링 타임용 콘텐츠를 넘어 이커머스 산업의 새로운 마케팅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지금은 숏핑 시대
숏폼을 이용한 마케팅 전략인 ‘숏핑(Short-pping)’은 ‘숏폼’에 커머스 기능을 결합한 것으로, 특유의 낮은 심리적 장벽과 뛰어난 접근성을 적극 활용한다. 짧은 시간에 제품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으로 주목도를 높인 뒤, 구매까지 연결하는 식.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시, 영상을 시청한 사용자가 그렇지 않은 사용자보다 구매 가능성이 3.6배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숏폼 영상을 통해 제품을 보는 순간, 흥미와 호기심이 생겨 실제 구매까지 하게 된다는 거다.
SNS에 #Tiktokmademebuyit(틱톡이 구매하게 만들었어)라는 해시태그가 떠오르는 걸 보면 젠지 세대에게 숏폼이 얼마나 매력적인 쇼핑 메이트인지 짐작할 수 있다. 초기에는 쇼츠 쇼핑, 틱톡숍, 릴스숍 등 일부 해외 숏폼 플랫폼에서만 숏핑을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 국내 주요 이커머스인 네이버, 카카오, 11번가뿐 아니라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GS샵 같은 홈쇼핑 업계까지 숏핑을 새로운 돌파구로 찾았다.
하이라이트만 짧고 굵게!
“콘텐츠 소비 환경이 모바일로 급격하게 넘어오면서 시청자의 숏폼 선호 현상은 계속돼왔어요. 10년 전, 영상 길이가 1분 내외였던 것이 이제는 40초 이내로 짧아졌을 뿐이죠. 화면을 쓸어 넘기는 스와이프 기능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빠르게 소비할 수 있다는 점, 세로형 화면으로 모바일에 최적화된 비율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숏핑 트렌드는 스마트폰 대중화와 필연적인 관계입니다. 변화한 소비 패턴에 발맞춰 현대홈쇼핑도 TV 숏-커머스 프로그램, 모바일 숏폼 콘텐츠 등 숏폼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어요.” 현대홈쇼핑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조현돈 책임의 말이다. CJ온스타일 프론트기획팀 김동원 팀장도 “숏폼은 이미 SNS를 통해 트렌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 때문에 소비자는 점점 더 짧고 임팩트 있는 콘텐츠를 원하며, 이를 통해 제품 정보를 빠르게 얻는 중이죠”라며 숏폼으로의 마케팅 전환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현대홈쇼핑의 숏폼 콘텐츠 ‘현홈띵품’의 시청 지속 시간은 일반 콘텐츠보다 2배가량 높다. 이는 영상 시간이 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쇼를 1분 이내 숏폼으로 편집한 콘텐츠지만, 단순한 방송 짜깁기 영상이 아니라 고객의 후기를 반영해 제형, 발림성 등 제품의 특장점과 비포&애프터, 사용법 등 핵심 구간만 담아 압축 정보를 전달한다. 덕분에 럭셔리 뷰티 브랜드, 선쿠션 등 시즌 제품의 숏핑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30대 여성 사이에서 뷰티 숏폼 시청률이 62% 올랐고, 시청 지속 시간도 약 10초 길었다. 전체적으로 숏핑 트렌드 도입 후 뷰티 카테고리의 콘텐츠 검색 비율이 다른 콘텐츠 대비 최대 5배 상승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블로그, 뉴스 탭 등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숏폼 콘텐츠를 ‘클립’으로 통합하고, 숏폼 시청 후 마음에 드는 제품을 스마트스토어에서 바로 숏핑하도록 연동 기능을 추가했다. 그 결과 거래액이 1254% 증가했으며, 매출 대부분은 뷰티, 의류, 음식 등의 카테고리에서 이뤄졌다.
맞춤형 쇼핑, 또 하나의 경험
이토록 소비자가 숏핑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저 무조건 짧은 콘텐츠를 갈망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안에 깃든 시성비를 예로 들 수 있다. 이미지와 텍스트 중심의 제품 페이지는 스크롤을 내리며 정보를 얻어야 하므로 일종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면, 숏폼은 정보를 한층 빠르고 간편하게 전달한다. 수많은 폰트로 도배된 제품 페이지를 정독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셀러가 제품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하면 훨씬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를 습득하기 쉽다. 엔터테인먼트 요소와 즐거움도 한몫한다. “젠지 세대에게 즐거움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경험 그 자체에 있습니다. 마치 미술관에서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작품을 감상하면 더 큰 감동을 느끼는 것처럼 숏폼을 통한 영상 시청은 쇼핑을 더욱 풍부하게 해주죠. 이런 경험이 축적되어 많은 고객이 찾는 것 같습니다.” 김동원 팀장이 덧붙인다.
마지막으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개인화된 맞춤형 제안이다. 고객의 선호도와 구매 이력, 주요 관심사, 취향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이 최적화한 맞춤형 콘텐츠로 제품을 추천한다.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얘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짧은 시간 내 빠르게 제품을 구매하는 숏핑의 특성이 단순 변심 등 반품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이는 플랫폼에 따라 다르지만 CJ온스타일의 경우, 숏폼을 통해 고객을 유입한 뒤 최종 결제는 연동된 상세 페이지에서 이뤄진다. 그 때문에 고객이 충분한 정보를 인지해 숏폼 콘텐츠로 인한 반품률은 증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의 흥미만 유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보의 완결성을 갖춰 숏폼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기존의 신뢰를 바탕으로 숏폼 내에서도 꼼꼼한 정보 전달을 보장하죠.” 현대홈쇼핑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조일연 선임 역시 숏폼 트렌드가 반품률과 연결되진 않는다고 답했다. 물론, 소비자가 좀 더 신중할 필요는 있다. 최근 한 시청자가 해외 유튜브 숏핑을 통해 산 시즈닝 소스를 회수당한 사례가 있다. 국내 입국 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생긴 것. 숏핑 시 높은 품질과 장기적인 만족도를 위해 신뢰도 있는 판매자에게 구매하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이커머스의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한 숏폼 콘텐츠. 알고리즘의 제안을 효율적으로 받아들이되 정보 비교도 놓치지 말아야 숏핑이 경쟁력 있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할 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는 짧은 영상이 최적의 쇼핑 메이트가 될지, 도파민을 내세운 충동구매의 창구가 될지는 숏핑을 즐기는 자에게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