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이 돌아왔다. 틀에 박히지 않은, 비정형의 리듬이 솟구치는 앨범을 권하는 그의 말은 가뿐하다. “그냥 입맛대로 즐겨주세요!”

재킷과 팬츠, 부츠는 모두 릭 오웬스(Rick Owens).

재킷과 팬츠, 부츠는 모두 릭 오웬스(Rick Owens). 중지에 낀 링은 아프로즈(Aphrose). 약지에 낀 링은 케이브이케이(Kvk).

셔츠는 돌체앤가바나 (Dolce & Gabbana). (위부터) 진주와 큐빅 목걸이는 에이쥐47(Ag47). 로자리오 목걸이는 돌체앤가바나. 화이트 진주 목걸이는 로스트인에코 (Lost In Echo).

셔츠는 레이블리스(Labeless). 팬츠는 아미리(Amiri). 십자가 체인 목걸이는 스쿠도(Scudo). 태양과 달 펜던트 목걸이는 아프로즈. 조개 펜던트 목걸이는 베이크드 알래스카(Baked Alaska). 슈즈는 마틴로즈(Martine Rose).

타이틀 제목을 듣고 놀랐어요. <Allure Korea>와 ‘Lure’의 만남이라.
정말 신기해요! 작업 초기부터 이 곡을 타이틀로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작업한 곡의 전반적인 무드, 톱라인 등을 놓고 봤을 때 ‘매혹’ ‘유혹’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더라고요. 그리고 그 이미지가 가장 선명한 곡이 바로 타이틀, ‘Lure’가 됐죠.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곡이기도 해요.

곡을 설명할 때 이미지를 생각하는 편이에요?
제 음악에서 비주얼은 중요한 축이에요. 귀로 듣지만 시각적 감각도 중요해요. 그래서 작업할 때 비주얼을 먼저 상상하고 그걸 음악화할 때도 있어요.

이번 앨범 <Off The Beat>는 어떤 풍경을 상상했어요?
요즘의 나, 지금 이 순간 하고 싶은 것과 원하는 것을 그렸어요.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가볍게 시작했어요. 흘러가는 대로 두었죠.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롭게 몰입했어요.

앨범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I.M’이겠네요?
맞아요. 앨범의 아이덴티티는 저라는 사람 자체예요.

과거의 기록을 들여다보는 편이에요?
가끔 돌아봐요. 항상 더 나아지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요즘은 어떤 시간을 통과하고 있나요?
어느 정도의 안정기요. 완전하다는 의미는 아니고, 환경에 적응한 상태인 것 같아요. 저를 오랜 시간 지켜본 지인들이 요즘 마음이 편안해 보인대요. 실제로 그렇게 느끼던 참이라 그런 얘기를 듣고 신기했어요. 혼자만의 시간이 생긴 뒤로 나타난 변화인 것 같아요.

경험이 쌓여도 여전히 어려운 과정은 뭐예요?
고립된 시간요. 언제 올지 모르는 ‘됐다!’라는 느낌 하나 때문에 작업을 해요. 긴가민가한 그 터널을 지나면서 끊임없이 스스로 질문을 해요. 모든 건 저한테 달려 있으니 애매한 상태로 작업할 때 그 기분이 찝찝해요. 스스로 만족이 되어야 이 일을 지속할 수 있거든요.

이번 앨범에서 애를 먹인 곡도 있었어요?
‘MMI’라는 곡이 그랬어요. 앨범 작업 막바지에 완성한 곡인데 압박에 시달렸죠. 인내와 고뇌를 이야기하는 곡이어서인지 내용만큼이나 힘들게 완성했어요.

그런 곡을 작업할 때, ‘됐다!’라는 감각이 명료해지는 시점이 있어요?
얻어 걸리는 경우도 있고, 애매하다 싶을 때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봐요. 과반수가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요.

솔로 활동을 시작하며 아이엠의 이미지를 계획하기도 했나요?
전혀 없었어요. 제 모습이 어떻게 비치길 계산하지 않아요. 음악은 그저 좋아서 하는 활동이에요. 아이엠이라는 사람이 이런 걸 느끼고, 이런 면도 있다는 걸 보여줄 뿐이죠. 그래서 저는 곡을 소개할 때도 부연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요.

정말 그렇더라고요. “일단 들어보세요”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더군요.
음악이 어떤 설명 안에 갇히지 않길 바라요.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닿는 대로, 느끼는 대로 감각했으면 좋겠어요. 이번 앨범 역시 입맛대로 잘 즐기시길 바라요.

아티스트에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뭐가 더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믿어요?
전 제가 좋아하는 걸 잘하고 있다고 믿어요. 물론 도전에 대한 고민도 있어요. ‘예전 것과 비슷한가? 내가 이걸 너무 의식하고 있나?’라며 스스로를 옭아매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지만 이것 역시 작업의 한 과정이라고 인정했어요.

 

톱은 아미. 엄지에 낀 반지는 로벨리아온보드(Robeliaonboard). 중지에 낀 반지는 로스트인에코.

레오퍼드 셔츠는 레이블리스. 탱크톱과 팬츠는 아미(Ami). 십자가 체인 목걸이는 스쿠도. 슈즈와 큐빅, 볼드 체인 목걸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핀스트라이프 니트 셔츠, 태슬 스커트가 레이어드된 레더 팬츠, 레더 타이, 오픈백 슬리퍼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장갑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레더 베스트는 베르사체(Versace).

성실함의 뿌리는 자유인가요? 솔로 앨범을 발매한 뒤 활동을 보면 참 성실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봐도 저 정말 성실한 것 같아요.(웃음) 어떤 일을 할 때 굳이 이유를 찾지 않으려는 편인데, 그게 비결인 것 같아요. 나이가 들고 죽을 때까지 이유 없는 동기, 열정만큼은 붙잡고 싶어요. 저 자신에게 바라는 것도 많고 욕심이 커서 아마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 욕심의 끝은 뭐예요?
최종 꿈은 상상해본 적 없어요. 항상 더 나은 나를 위해 살아가는 느낌이거든요. ‘어떤 무대에 설 거야, 몇 등을 할 거야’ 같은 목표가 마음에 어떤 풍요를 줄지 확신이 안 서요.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그저 좋아서예요. 저를 기록하는 최적의 수단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소중하죠.

음악과 관련해서 인생의 첫 기억이 뭐였어요?
5세 무렵 이스라엘에 살았는데 철로 된 수레에 CD를 한가득 담고 파는 분이 있었어요. 부모님이 거기서 CD를 고르고 집에 와서 함께 여러 음악을 들은 기억요. 지금도 선명해요.

부모님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나요?
나이가 드셔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아버지를 보면 자극이 돼요. 늘 새로운 것을 향해 나아가시는 걸 보면 나태해지려던 마음이 사라져요.

음악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어요?
나를 찾는 곳이 없어지면 뭘 해야 할지를 고민한 적은 있는데, 멈추고 싶거나 그만하고 싶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어요.

음악 하는 아이엠은 ‘인싸’와 ‘아싸’ 중 어디에 가까워요?
저는 제 노래가 패셔너블하다고 생각해요. 노래를 들으면 어떤 무드, 룩이 떠오르거든요. 그런 면에서 아이엠은 ‘인싸’고, 임창균은 고민의 여지없이 ‘아싸’입니다.  집, 작업실, 헬스 이 동선을 반복해요.

운동의 효용은 뭔가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마음과 정신이 깃든다고 믿어요. 24~25세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운동을 하면 잡생각이 사라져요. 그렇게 몸을 만들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벗겨지고, 벗게 되었지만요.(웃음)

루틴한 삶을 지향하나요?
작업 마감이 코앞에 닥칠 때가 아니면 아침에 일어나서 유산균, 양배추즙, 루테인, 오메가3 등을 챙겨 먹고 운동 가고, 작업실 가요.

요즘 임창균에게 가장 유혹적인 이미지는 뭐예요?
새벽에 유튜브로 본 음식요. 혼자 살다 보니 설거지가 귀찮아서 간단한 조리법을 검색해보는데 종종 알고리즘이 원팬 떡볶이, 스테이크에 걸릴 때가 있어요. 새벽에 그걸 보면 미칠 것 같아요. 내일 먹어야겠다며 참기도 하는데, 도저히 안 될 때는 현미밥과 닭가슴살을 데우죠.

유혹을 버티는 비법이 있다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보다 나은 내일.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는 마음요. 근데 꼭 버텨야 해요? 넘어지면 넘어진 채로 그대로 있다가 일어나는 것도 괜찮은 방법 같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