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고르고, 잘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했던 <얼루어>가 이번에는 잘 버리는 방법도 이야기합니다. 

예쁜 쓰레기를 위한 고민

에디터는 화장품에 묻혀 산다. 매일 새로운 화장품 소식을 듣고 테스트하고, 촬영하고 또 소개한다. 사무실은 물론 집에도 화장품이 넘쳐난다. 덕업 일치 케이스라 이런 환경 속에 사는 것이 즐겁다. 하지만 다 쓰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화장품을 버리는 순간엔 어김없이 복잡한 감정이 밀려든다. 개인이 배출하는 예쁜 쓰레기가 너무 많은 거다. 화장품은 재활용하기 힘든 품목으로 꼽힌다. 뷰티 산업에서는 화장품 용기의 심미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셀링 포인트이기에 단일 재질보다는 혼합 재질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구조가 복잡하고 화려한 데다 펌프나 스포이트 등 재활용은 엄두도 못 낼 복합 재질 부속물도 상당하다. 이런 특성 때문에 플라스틱이나 유리 등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알려진 재질인데도 현실적으로 재활용 가능 비율이 매우 낮을 수밖에 없다.

숨길 수 없는 진실

환경부가 2018년 12월 자원절약재활용촉진법을 개정하며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생겼다. 이는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해도 선별장에서 일반 폐기물로 다시 분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소비자의 정성 어린 분리배출 후 허무함을 막기 위한 일종의 배려 혹은 경고인 것. 그러나 화장품은 이 표기에서 제외됐었다. 화장품 업계와 정부의 자발적 협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게 된 소비자는 크게 반발했고, 결국 2021년 3월, 화장품 용기에도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적용되었다. 하지만 표기의 의미가 없을 만큼 재활용하기 어려운 용기가 대부분이었다. 2020년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조사를 통해 화장품 용기 중 90% 이상이 ‘재활용 어려움’으로 표기될 것으로 예상했고, 이에 다양한 보완 방법을 논의했다. 결국 뷰티 브랜드 중 자체 회수 시스템을 갖추는 자발적 협약을 맺은 경우엔 재활용 등급 표기를 생략하기로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추후 시스템 평가에서 회수율이 일정 비율 미만이면 표시가 다시 의무화된다. 환경부와 협약한 경우가 아니라면 평가에 따라 제품에 ‘재활용 최우수’ ‘재활용 우수’ ‘재활용 보통’ ‘재활용 어려움’ 중 한 가지를 반드시 표기해야 하지만, 용량이 30ml 이하일 때는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때문에 색조류에는 재활용 등급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 라인이 없기에 소비자는 화장품 재활용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재활용 어려움 표기가 논란을 불러일으키던 시점부터 뷰티 업계의 친환경 움직임이 더 활발해졌다. ‘클린뷰티’ 트렌드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재생 플라스틱의 사용, 패키징을 최소화한 고체 화장품, 제거하기 쉬운 수분리 라벨, 리필 용기 같은 아이템이 속속 등장했고, ‘공병 수거 캠페인’에도 적극 나선 것. 이런 캠페인은 과거엔 일회성에 그칠 때가 많았는데, 점차 캠페인을 상설 운영 및 바이럴하는 브랜드가 많아졌고, 공병 수거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높아지는 중이다.

 

재활용으로 가는 길

재활용의 과정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나? 집 앞에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고 난 뒤의 여정을 말이다. 재활용은 크게 5단계를 거친다. 첫 단계는 분리배출이다. 가정에서 쓰레기를 배출하는 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우리가 배출한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업체에서 모두 수거해간다. 그 후 자원순환센터에 한데 모인 재활용 쓰레기는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려져 작업자 앞을 끊임없이 지나가고, 작업자는 오직 육안으로만 재활용이 용이한지 아닌지를 판단해 재활용 가능 용기를 선별한다. 이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재활용될 것이라 생각하고 분류한다고 해서 모두 재활용 자원으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작업자는 재질을 확실히 알 수 있고, 내용물이 없는 깨끗한 플라스틱이나 유리만 선별한다. 그 선택받은 공병만이 비로소 재활용을 위한 가공에 쓰이는 것. 분쇄, 압착, 세척, 건조 등을 통해 새로운 자원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재활용의 문턱은 생각보다 좁고 높다. 앞서 이야기했듯 화장품은 복합 재질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내용물을 말끔하게 제거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재활용으로 분리배출했더라도 선별장에서 간택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 유리일지라도 현란한 색을 입힌 것은 탈락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투명, 백색, 갈색, 녹색의 유리병만 재활용하고 있다.

 

공병 수거 캠페인의 급부상

특성상 생수통처럼 단순하게 만들 수만은 없는 화장품. 아름다움은 취하면서 모두 폐기물로 버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적지 않은 뷰티 브랜드가 자체 공병 수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테라사이클은 이를 독려하고 가능하게 하는 글로벌 재활용 혁신 기업이다. 공병 수거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테라사이클은 2018년 아모레퍼시픽과 협업을 시작으로 P&G, 록시땅, 로레알, 올리브영,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다양한 뷰티 브랜드와 화장품 용기 재활용으로 자원 순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공정으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화장품 용기를 수거부터 운반, 재질 선별, 분쇄 및 압착, 세척과 건조, 자원의 가치가 있는 플라스틱 플레이크로 만들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며, 물질적 재활용 비율을 높이기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것. 이런 테라사이클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건 브랜드가 환경을 위한 활동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활용하기 힘든 제품을 재활용 자원으로 만들어내는 건 남다른 기술력과 인력이 투입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록시땅은 테라사이클 코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병 수거 활용을 진행하는 브랜드다. 로레알은 키엘, 랑콤, 비오템, 입생로랑 뷰티 등 산하 7개 브랜드에서 전국 매장을 통해 공병을 수거하고 있다. 특히 재활용 난도가 높은 색조 화장품을 포함했다는 점이 인상 깊다. 또 이솝도 면세점을 제외한 전국 매장에서 공병을 수거하는데, 재활용이 매우 어렵지만 브랜드의 시그너처 용기 소재이기도 한 알루미늄을 포함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뷰티와 환경을 사랑한다면 

여러분의 화장대와 욕실에 놓여 있는, 그리고 시중의 화장품 대부분이 ‘재활용 어려움’ 등급이라는 사실은 브랜드에서 점차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앞으로의 소비부터라도 재활용될 수 있는 용기를 선택하고, 환경에 진심인 브랜드에 더 많은 애정을 보이며, 공병 수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하겠다. 요즘은 온라인에서도 공병 수거 캠페인이 활발히 진행된다. 수거 품목에 맞는 공병을 택배 상자에 넣고 수거 신청만 하면 발품을 팔지 않아도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 또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재활용 단계에서 폐기물로 처리되지 않고 온전히 재활용 공정을 거치도록 제대로 분리하고 세척해서 배출하자는 이야기다. 용기 겉면의 라벨은 물론, 남아 있는 내용물은 반드시 깔끔하게 닦아내야 한다. 그래야 다른 재활용 제품의 오염을 막아 더 많은 재활용 폐기물이 새 생명을 갖게 될 테니까. 또 재질이 다른 것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다면 반드시 분리배출하는 것도 잊지 말자.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그럼에도 환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가치 있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환경을 위할 때, 뷰티 업계에도 더 당당히 쓴소리를 낼 수 있고, 국가에도 강력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할 수 있지 않을까? 환경을 위한 노력엔 순서가 없다. 명백히 모두가 함께해야 할 일이다.

 

<얼루어>가 제안하는 화장품 분리배출 팁

1 ‘공병 수거 캠페인’을 하는 브랜드의 공병이라면, 매장이나 온라인 신청을 통해 공병을 반납한다.
2 브랜드에서 공병 수거를 하지 않는 브랜드라면, 재활용 등급을 확인하고 ‘재활용 어려움’ 표기일 경우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
3 용기 겉면의 라벨은 모두 깔끔하게 제거해 배출한다.
4 복합 재질일 때는 재질별로 분리배출한다.
5 재활용 선별의 가능성과 다른 재활용 용기의 오염을 막기 위해 남은 내용물은 깔끔하게 세척해 배출한다.
6 크기가 너무 작거나 오염이 심한 제품은 일반 쓰레기로 배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