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음식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지금 사전에 추가된 단어를 확인할 것. 우리가 알아야 할 최신 음식 단어들. 

‘펌킨 스파이스’ ‘귀리 우유(오트 밀크)’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있다면, 아마도 당신은 음식에 대한 관심과 조예가 깊은 사람이다. 미리엄웹스터는 200여 년 정통의 영어 사전 출판사로, 해마다 화제가 되고 사용이 늘어나는 단어를 정식으로 등재하고 있다. 미리엄웹스터의 편집자는 SNS, 신문, 대형 언론 웹사이트를 모니터링하면서 등재 대상을 선정하기에 우리의 문화적 관심사를 반영하기도 한다. 사전에 등재된 최신 미식 단어와 간단한 레시피를 확인해보길.

 | 펌킨 스파이스 |

DEFINITION 계피, 육두구, 생강, 정향, 그리고 호박파이에 자주 사용되는 올스파이스를 섞은 향신료. 

SPECIAL NOTE 펌킨 스파이스를 말할 때 스타벅스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2003년 처음 출시된 이래, ‘펌킨 스파이스 라떼’는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위안을 주는 이 음료에 대한 사랑은 앞으로도 지속될 예정. 특히 미국에서는 ‘PSL’이라는 애칭으로 가을마다 마시는 음료로 인기가 높으며, 한국에서는 핼러윈 한정으로 종종 모습을 드러낸다. 재미있는 건 출시될 당시에는 실제 호박이 들어가지는 않았다는 것. 현재는 레시피에 호박이 사용된다. 출시 20년 된 음료의 인기는 여전해 2023년 펌킨 스파이스 라떼 출시일인 8월 24일 주간에 전미 스타벅스의 매출이 7% 이상 올랐다고. 

RECIPE 버터가 듬뿍 들어간 펌킨 스파이스 초콜릿 쿠키를 구워보자. 여기서 끝낼 수 없다면 홈메이드 펌킨 스파이스 라떼를 만들자. 올스파이스만 구하면 도전할 수 있다.

| 세셔너블 |

DEFINITION 가벼운 보디감의 평균보다 낮은 알코올 도수를 함유.

SPECIAL NOTE 최근 몇 년 동안 주류업계는 사람들이 예전만큼 음주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다. 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을 마신다. 하이볼 유행 역시 이를 방증한다. 사람들은 이제 만취하는 대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리며 편하게 즐기는 낮은 도수의 주류를 원한다.

RECIPE 당장 편의점에만 가도 온갖 과일이 첨가된 저도수 술을 만날 수 있다. 집에 탄산수와 진저에일, 토닉워터를 갖춰두면 언제든 저도수 술을 만들 수 있다. 고흥유자주 한 병, 위스키 한 병으로 몇 십 잔의 음료를 만들 수도 있는 것. 취하지 않을뿐더러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 플랜트-베이스 |

DEFINITION  1 식물로 만들거나 식물에서 나온 것. 2 주로 식물에서 추출한 채소, 과일, 견과류, 기름, 콩 등으로 이루어진 것.

SPECIAL NOTE ‘비건’이라고 하면 맛이 없을 것 같지만 ‘플랜트-베이스’라고 하면 싱그러운 채소의 향연이 떠오를지 모른다. 이렇듯 이 단어는 메뉴판에 적힌 ‘비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비채식주의자를 유혹하기 위해 자주 쓰인다. 기후위기를 막고, 질병을 치유하며, 세상을 구하기 위해 채식 왕국에 기꺼이 투자하는 사람들이라면 매력을 느낄 표현이다.

RECIPE 당근으로 속을 채운 멕시코 음식 타말레(Tamales), 크리미한 참깨 누들, 아보카도를 토핑한 남미 전통 옥수수빵인 아레파(Arepa)는 플랜트-베이스 음식이 맛있다는 증거다.

| 비리아 |

DEFINITION 고추로 양념한 멕시코식 염소 고기 스튜.

SPECIAL NOTE 비리아를 넣은 비리아 타코 붐이 일고 있다.  미국에 비리아 타코를 알린 건 멕시코계 미국인 두 명이다. 멕시코 푸에블라 출신 테디 바스케스와 오마 곤잘레스가 미국에서 이 타코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비리아 타코는 2020년 6월부터 2021년 4월까지 연간 1120만 건의 구글 검색 횟수를 기록하며 세계5대 음식 중 하나로 꼽혔다. 서울에서도 더타코부스, 피기스타코 등에서 비리아 타코를 맛볼 수 있다.

RECIPE 만드는 과정이 간단하진 않지만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다행인 점은 이 레시피는 한 번에 많은 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부드러운 고기와 라임즙이 가득한 피코 데 가요(Pico de Gallo)를 즐길 수 있다. 이 레시피는 양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 반미 |

DEFINITION 바게트 빵에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육류와 당근, 무 같은 절인 채소를 넣고 고수와 오이로 마무리한 베트남식 샌드위치.

SPECIAL NOTE 프랑스 식재료와 베트남의 특색이 어우러진 이 바게트 샌드위치는 과거 식민 지배가 남긴 음식이다. 이 샌드위치는 베트남 전쟁 후 하노이에서 캘리포니아로, 그리고 미국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쌀국수와 함께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베트남 음식이 되었다. 오늘날에는 전 세계 여러 도시에서 반미를 만날 수 있다.

RECIPE 바게트에 차가운 햄 또는 돼지고기 미트볼을 넣고 핫 칠리 마요네즈 소스를 넣을 것. 잘게 썬 채소와 허브, 고수를 아낌없이 사용하면 집에서도 반미를 맛볼 수 있다.

 

| 모호 |

DEFINITION 주로 올리브오일, 마늘, 레몬과 라임, 후추, 고수 등이 포함된 향신료를 넣은 소스, 양념장 또는 조미료.

SPECIAL NOTE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기억하는지. 영화 속에서 일자리를 잃은 고급 레스토랑 셰프가 재기를 위해 선택한 아이템이 바로 쿠바 샌드위치다. 이 샌드위치의 주재료는 살라미, 모호 소스로 익힌 돼지고기, 스위스 치즈다. 이 매콤하고 상큼한 모호 소스는 미국에서 쿠바 요리 열풍을 대변한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쿠바 모호’의 검색량은 2007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이 소스는 스페인에서 시작되어 카리브해 지역에서 특히 사랑받고 있다.

RECIPE 고추와 마늘이 듬뿍 들어간 모호 소스는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고수 헤이터라면 고수만 빼고 만들어 모든 음식에 뿌려보자. 특히 바비큐 등 구운 육류와 잘 어울리고 샌드위치, 피자에 더해도 좋다.

| 귀리 우유 |

DEFINITION 귀리와 물을 분쇄해 만든 액체로, 칼슘과 비타민을 첨가해 우유 대용품으로 사용.

SPECIAL NOTE 시원하고 크리미한 귀리는 수분을 빼앗는 아몬드 우유와 논쟁의 여지가 있는 두유를 제치고 대체 우유 전쟁에서 승리했다. 비유제품 우유는 지난 10년간 지속해서 성장해왔지만, 2016년 스웨덴 브랜드 오틀리(Oatly)의 제품이 미국 소매업체와 커피 체인점에 출시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귀리 우유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에는 귀리 우유로 만든 빵도 등장했다.

RECIPE 매일유업 어메이징오트 등 이제 시중에서도 귀리 우유를 쉽게 구할 수 있다. 요즘 인기 있는 ‘두유 메이커’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콩, 귀리, 아몬드 등을 활용해 신선한 우유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 특히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만세다.

| 오마카세 |

DEFINITION 고정 가격으로 제공되는 상차림 또는 코스, 셰프의 재량에 따라 제공되는 일련의 초밥.

SPECIAL NOTE 일식에 관한 한 한국보다 미국은 많이 늦다. 탕후루를 파는 가게마저 꼬치에 다양한 과일을 꽂은 걸 ‘오마카세 탕후루’라고 할 정도니까. 한우 오마카세는 물론, 되는대로 내주는 손맛 가득한 한식집을 부르는 ‘이모카세’라는 신조어도 탄생했다. 미리엄웹스터는 얼마 전에야 오마카세를 정식 단어로 사전에 등재했다.  미국의 고급 초밥 산업은 지난 10년 동안 객관적 지표로 평가하자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역시 미국인에게 오마카세를 알린 작품이다.

RECIPE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1인당 15만원이 넘는 고급 오마카세 비용이 부담스럽다. 마트에서 횟감을 구입해 손말이 초밥을 만들어보자.

| 라스 엘 하누트 |

DEFINITION 아프리카 요리에 사용되는 혼합 향신료. 고수, 생강, 강황, 후추, 커민, 계피, 카다멈, 고춧가루 및 향신료가 포함됨.

SPECIAL NOTE 2019년에는 아프리카 레시피에 대한 검색 건수가 311%나 증가했고, 핀터레스트의 2022년 트렌드 리포트에는 “집안 대대로 전수받은 레시피”가 올랐다. 라스 엘 하누트는 ‘가게의 머리(Head of the Shop)’라는 뜻으로,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향신료를 서로 혼합해 만든다. 일반적으로 카다멈, 정향, 계피, 칠리페퍼, 고수, 커민, 육두구, 강황 등이 쓰인다. 쿠스쿠스를 만들 때에도 이 향신료를 사용한다.

RECIPE 라스 엘 하누트를 손에 넣었다면 샐러드에 넣어보자. 아삭한 브로콜리, 쫀득한 대추, 바삭하게 구운 피스타치오 등 다양한 식감을 즐기는 샐러드에 더하면 스모키한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