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상을 떠난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 그를 추억하며 아들 박승호 이사장과 그의 가족이 차린 차례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parkseobo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의 흐름은 제사상도 예외는 아니었죠. 우리의 전통 제사상에는 홍등백서와 같이 여러 규칙이 정해져 있지만 요즘은 이런 규칙보다도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올리는 방향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샤인 머스캣, 애플망고와 같은 열대 과일이 올라가기도 하고 치킨이나 피자 같은 음식도 제사상의 한편에 놓이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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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보 작가의 아들 박승호 이사장이 마련한 그의 49재 상과 올해 설 차례상 역시 전통적인 제사 상차림은 아닙니다. 박승호 이사장 역시 해당 사진을 업로드한 인스타그램 계정에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구색만 갖췄습니다. 명절 때마다 뺀질거리며 빠지던 놈이 그래도 상을 차려서 아버진 기뻐하셨을 겁니다.’라며 겸손한 멘트를 남겼습니다. 그가 준비한 상차림은 ‘정석’은 아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습니다.

49제 때와 마찬가지로 상에는 어려운 위패나 지방 대신 싱그러운 꽃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샤인 머스캣을 포함한 4가지 여의 과일, 세 가지 나물과 두부 전, 유과 등 소담스러우면서도 정성을 다한 음식을 올렸습니다. 이토록 모던하면서 정갈한 차례상을 본 이들은 박 이사장의 노고를 격려하고 자신들도 후에 이와 같은 상을 차리고 싶다며 코멘트를 달았습니다. 제사는 떠난 이를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남아 있는 이들의 상실과 아픔을 치유하는 일종의 의식이자 행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자리에 정해진 규칙 보다는 떠난 이가 좋아했던 음식들, 그를 추억할 수 있는 물건들을 올려 놓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