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 뉴진스, 에스파, 아이유, 아이브의 헤어 스타일리스트,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아이돌 메이크업 방법과 헤어 스타일링 방법을 물었다. 그리고 서하, 은비, 원정요, 서옥, 지희 원장이 답했다.

홀리헤어뮤지엄 지희(아일릿, 뉴진스 담당 헤어 스타일리스트)

GII HEE

작년 그리고 올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했어요.
작년 3월까지였나? 2년 넘게 뉴진스를 담당하면서 정말 바빴어요. 그러다 보니 ‘OMG’까지 하고 몸이 아파 잠깐 쉬었어요. 연말엔 MAMA 시상식에 모니카 무대 일정으로 일본에 함께 다녀왔고요. 연초 가장 큰 스케줄은 ‘아일릿’ 친구들의 헤어 콘셉트를 만드는 거였어요. 얼마 전 하이브에서 데뷔한 남돌 ‘투어스’를 위해 염색, 커트 등 헤어 시술을 했고요. 분주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지난 몇 년간 뉴진스 헤어의 신화를 썼어요. 지금까지 담당한 아티스트가 궁금해요.
전속으로 맡아 일한 아이돌은 뉴진스가 처음이었어요. 그 전엔 힙합 신에 있었거든요. 크러시, 딘 같은 남성 아티스트를 주로 담당했어요. 처음 맡은 여자 아티스트는 이하이. 그 이후 갑자기 여성 아티스트를 많이 담당했고, 아이돌까지 이어진 거죠.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였던 아이돌 헤어 룩은?
아무래도 뉴진스의 찰랑찰랑 긴 생머리? 안무와 정말 잘 어울렸어요. 인위적인 걸 싫어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하려고 했고요. 긴 생머리는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일지언정 실제로는 모든 걸 다한 거거든요. 일단 머릿결 관리가 중요해요. 매일매일 복구 트리트먼트를 사용해야 하죠. 진짜로 머릿결이 좋아야 연출할 수 있는 스타일이니까요. 볼륨을 넣을 때는, 헤어 겉단을 제외하고 안쪽을 꼼꼼히 드라이해요. 그럼 볼륨감을 자연스럽게 살릴 수 있어요. 여러 시도 끝에 터득하게 된 노하우죠.

하니의 ‘만두머리’도 화제였죠.
‘쿠키’ 때였어요. 더듬이를 내린 상태에서 만두머리를 했죠. ‘하입보이’에서는 액세서리 포인트의 헤어, ‘디토’에서는 레이어드 커트로 이슈가 되었어요.

뉴진스의 액세서리는 항상 독특해서 눈길이 가더라고요.
이틀에 한 번꼴로 동대문시장을 갔어요. 새로운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제일 먼저 가져오는 거죠. 아이디어 싸움이었던 것 같아요. 누가 먼저 하기 전에, 빠르게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중요했어요. 저는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게 싫거든요. 계속 시도하고 개발하는 게 좋아요. 하니의 ‘만두머리’ 이후 다른 아이돌 사이에서도 비슷한 스타일이 유행하더라고요. 음방을 시청하는데 다들 뉴진스처럼 헤어가 바뀌어 나오는 거예요. 기분이 좋았죠.

최근 전소미의 핑크 헤어스타일 화보가 화제가 됐어요. 어떻게 연출한 건가요?
간혹 소미와 일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번엔 가발을 활용해봤어요. 탈색 가발을 구입해 핑크 컬러를 입힌 거죠. 형광빛이 나는! 소미가 착용하니 가발 티가 전혀 안 나더라고요. 머리카락을 젤이나 물로 쫙 붙이고 가발을 착용하면 돼요. 하지만 역시 제일 중요한 건 두상이 작아야 한다는 거예요.

현재 데뷔를 앞둔 아일릿의 헤어를 담당하고 있다고요.
네. 현재 재킷 촬영을 마친 상태예요. 목이 가늘고 등이 여리여리한 멤버의 특성을 살려 허리를 강조하는 헤어를 스타일링했어요. 가벼운 생머리는 이제 좀 지겹잖아요? 허리선 기장에 무게감을 살린 헤어스타일인 거죠. 아일릿 공식 계정에 포스팅한 일상 사진을 보면 무슨 말인지 아실 거예요. 대외비라 재킷 촬영에 관한 언급은 어렵지만 기대하셔도 좋아요.

완성형 아이돌을 만들어내기 위해 헤어 아티스트는 어떤 일을 하나요?
저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어요. 인물의 뼈 구조, 모발 상태를 살피죠. 근데 이건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그래야만 인물을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거든요. 저는 사람을 볼 때 먼저 전체적인 실루엣부터 살펴요. 예전엔 머리만 예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해서 작업물에 충분히 만족한 적은 없어요. 체형을 고려해 문제 요소를 커버하고, 그 위에 제가 하고 싶은 걸 얹는 거죠.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감추고요.

아이돌 헤어는 곧 뷰티 트렌드이자 이슈가 돼요. 요즘 아이돌 헤어의 특징은 뭘까요?
과감하고 특별한 거! 헤어를 가닥가닥 땋거나,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상태에서 또 연결해서 땋거나 리본을 얹기도 해요. 레이어드 커트처럼 형태감이 많은 헤어스타일을 시도하기도 하고요. 또 LA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LA 쿨걸 스타일을 자주 시도하는 것 같아요.

LA 쿨걸요?
잔머리 없이 머리를 깔끔하게 꽉 조여 묶는 거 있잖아요. 여기에 집게핀으로 고정해 포인트를 주거나 헤어밴드 하나 딱 착용하는 거죠. 요즘 제 눈엔 이게 제일 예뻐 보여요. 근데 이런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아이돌 헤어를 따라 하고 싶은 사람에게 팁을 준다면?
일단은 다양한 스타일에 다 도전해보라고 하고 싶어요. 해보고 별로면 다음엔 안 하면 되잖아요. 그저 옷, 헤어, 메이크업 삼박자가 맞으면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얼굴이 예뻐 보여야 해요. 먼저 얼굴에 눈이 간 다음 헤어로 가야 하거든요. 헤어만 튀면 이상하잖아요. 얼굴, 목선의 단점은 커트로 보완하고 머리를 묶거나 풀어서 드라이한 뒤 액세서리를 얹는 것이 순서예요. 액세서리 대신 모자를 써도 좋고요. 안 꾸민 듯하지만 다 꾸민 뭐 그런 거?

국내외로 ‘K-뷰티’나 ‘K-헤어’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요. 직접 느낄 때가 있나요?
네. 팬들한테 DM도 많이 받아요. 기억에 남는 팬도 있어요. 뉴진스 다니엘 팬이었는데, 머리를 묶어달라고 계속 연락이 왔거든요. 마침 다음 날이 다니엘이 <인기가요> MC를 처음 맡은 날이었어요. 올백으로 넘겨 묶었는데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사실 얼굴이 예쁘니까 뭘 해도 다 예쁘긴 해요.

직접 헤어를 받기 위해 숍으로 찾아오는 팬들도 있나요?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홀리헤어뮤지엄’을 운영 중인데, 간판도 없고 네이버에 검색해도 안 나와요. 비밀번호를 치고 들어와야 하는 곳인데, 어떻게 알고 다들 오시더라고요. 원래는 단골손님만 받았는데, 뉴진스 효과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몸이 안 좋아지면서 뉴진스 헤어 담당을 그만뒀는데, 팬분들이 숍에 찾아와서 다시 해주면 안 되겠느냐고 하더라고요. 이젠 그분들이 제 손님이 되어서 저한테 헤어를 하고 있어요. 신기하게도 몇 분은 거의 1년 정도 저희 숍에 계속 다니시고요. 매달 한 번씩 얼굴을 보는데 너무 감사해요.

숍으로 찾아오는 팬들은 어떤 아이돌 사진을 가장 많이 가져오나요?
뉴진스 다니엘의 레이어드 커트 사진요. MMA 시상식 때 다니엘의 헤어스타일링에 대한 문의가 많았어요.

자신만의 헤어 주특기는?
커트 그리고 힙한 거. 분위기 내는 건 최고로 자신 있어요. 나머지는 다른 분들이 더 잘합니다.(웃음)

2024년에는 어떤 헤어 룩이 유행할 것 같은가요?
미니멀리즘! 지금까지 과감하고 레이어가 많은 형태의 헤어가 유행했어요. 이젠 좀 심플해질 것 같아요. 제가 추구하는 미도 이와 비슷하고요. 주렁주렁한 것보다는 시원시원한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액세서리를 하더라도 ‘툭’ 얹은 느낌을 선호하고요.

일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예전에는 작업물이 잘 나왔을 때가 제일 행복했는데, 지금은 스태프들이 서로 의기투합해 하나가 되어 파이팅 넘치는 모습일 때 가장 행복하더라고요. 물론 작업물은 잘 나와야겠죠?

올해 목표가 있다면?
요즘 들어오는 일이 참 많아요. 올해에는 여러 가지 일을 할 기회가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다른 기획사와 미팅도 늘었어요. 이것저것 다 해보려고요. 사실 작년까진 제가 잘할 수 있는 일만 했어요. 이젠 피하지 않으려고요.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빗앤붓 원정요(트와이스, 르세라핌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

WON JUNG YO

잘 지냈어요? 4년 전쯤 <얼루어>와 촬영한 트와이스 메이크업 콘텐츠가 여전히 인기 동영상에 링크되어 있어요.
정말요? 트와이스 뮤비 <Feel Special>이 막 나왔을 때네요. 관련해 멤버별 메이크업을 소개했는데, 팬분들 사이에서 ‘모모 애굣살’ ‘채영 화이트 아이라인’ ‘나연 립글로스’ 같은 키워드가 이슈가 되어 기분이 좋았어요.

일본에서 막 돌아왔다고요.
보통 7:3 비율로 해외 체류가 더 많은 편이에요. 연말에는 일본에 쭉 있었어요. 트와이스를 담당하거든요. 최근엔 <홍백가합전>에 다녀왔어요. 일본에서 열리는 큰 시상식인데, 일본 투어를 마지막으로 돌고 <홍백가합전>에 참석하는 일정이었어요. 그리고 1월 1일 돌아왔죠.

현재까지 담당한 아이돌, 그리고 담당 중인 아이돌은 누가 있나요?
지금은 트와이스! 이제 거의 10년이 다 되었네요. 최근까지는 르세라핌 친구들과도 일했어요. 가장 처음 맡았던 아이돌 미쓰에이와도 오래 함께했고요.

트와이스 멤버의 메이크업 중 가장 마음에 든 룩을 고른다면?
사나가 작년 에스쁘아 모델을 했어요. 광고 화보였는데 너무 잘 나온 거 있죠? 사나는 물론, 현장의 스태프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사나 필모그래피에 담아야 한다고 농담할 정도였으니까요. ‘레드’를 주제로 한 톤온톤 메이크업으로 아이라인과 레드 립을 제외하고는 어떤 색조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레드 립은 스머징해서 입술에 물들이듯 바르고, 같은 컬러로 치크에 약간의 혈색을 더했어요.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레드 립을 표현할 때 중요한 건 입술의 경계 부분을 흐릿하게 하는 거예요. 부담스럽지 않게 입술 평수를 늘리는 거죠.

최근 나연의 주얼 메이크업도 화제가 됐어요.
투어할 때였어요. 콧등에 파츠를 얹었거든요. 쿨한 핑크 톤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핑크, 블루 색감의 파츠를 선택했어요. 주얼 메이크업을 하고 싶다면 메이크업 톤에 맞게끔 파츠를 고르는 것이 중요해요. 그럼 메이크업이 짙지 않아도 화려한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애굣살’ 메이크업의 대가로 불려요. 메이크업 팁이 궁금해요.
픽싱이 잘되는 애굣살 전용 펜슬을 사용하면 좋아요. 시머 펄이 살짝 들어간 제품을 선택하면 빛을 반사해 한층 입체감을 살릴 수 있어요. 눈 밑 볼륨감을 확 키워주거든요. 먼저 컨실러로 톤 정리를 환하게 해주면 효과가 배가돼요. 더 글래머러스한 아이 룩을 원한다면 글리터를 한 번 더 얹어보세요. 제가 트와이스 멤버의 애굣살을 연출하는 방법이에요.

메이크업을 받기 위해 숍으로 찾아오는 팬들도 있나요?
맞아요. 직접 사진을 들고 찾아와서 트와이스 누구처럼 해달라는 주문을 해요. 어떤 날은 하루에도 절반 정도의 손님이 다 외국 분일 때가 많아요. 특히 모모의 사진을 진짜 많이 들고 와요. 사진에 있는 헤어와 메이크업 룩을 그대로 하고 싶다고요. 또 빗앤붓은 남자 아이돌을 많이 담당하잖아요. 그들의 팬 사인회에 가기 위해 메이크업을 받으러 오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아이돌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앨범이 나올 때마다 콘셉트가 바뀌잖아요. 그래서 주어진 콘셉트에 맞게끔 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요. 무대에 맞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도요. 또 멤버마다 어울리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이를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죠. 대상이 갖고 있는 고유의 어울림, 이를 찾아주는 역할이 제가 하는 일이에요.

메이크업 영감의 원천은 무엇인가요?
새벽에 문득 아이디어가 많이 떠올라요. 혼자 있을 때, 뭔가에 집중할 시간이 생겼을 때…. 얼마 전엔 살구색 물체를 보고 복숭아 메이크업을 하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다음 날 바로 나연이한테 그 룩을 입혀봤죠. 이렇듯 색감을 보고 떠오르는 메이크업을 구상할 때가 종종 있어요. 혹은 과거의 룩에서 영감을 받기도 하고요. 그 시절의 메이크업 포인트를 다시 살려서 새롭게 시도하는 거죠.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와요. 눈에 보이는 그 모든 게 다 원천이 되는 것 같아요.

일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뻔한 얘기인데, 메이크업 표현이 너무 잘됐을 때? 저도 사람인지라 매일같이 ‘메이크업할 때가 제일 좋아요’ 이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을 때, 해보고 싶은 걸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또 제 눈으로 볼 수 있을 때 정말 행복해요. 그럴 때마다 이 직업이 너무 좋아요. 힘들어서 지칠 때마다 다시금 이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죠. 메이크업이 잘 안될 때는 더 연구하게 되고요.

2024년에는 어떤 메이크업이 유행할 거라고 예상하나요?
여리여리 메이크업! 화장품 사업을 하다 보니 대중이 원하는 것을 살피게 되는데요. 이번 시즌엔 자연스럽고 여성스러운 메이크업이 트렌드로 떠오르지 않을까 싶어요. 아이돌 메이크업도 마찬가지고요. 화려함도 중요하지만 어린 나이 만큼 싱그럽고 맑은 느낌이 아이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을 살리면 매력이 상승한다고 믿거든요. 더하기보다 덜어내는 게 분명 나을 때가 있어요.

여리여리하고 맑은 발색을 위한 메이크업 팁이 있나요?
일단 베이스가 맑아야 해요. 피부 표현이 두껍고 텁텁한 베이스는 금물! 광채가 도는 베이스로 투명함을 살려줘요. 작년부터 굉장히 촉촉한, 탕후루 립이 유행하는 것 아시죠? 생기가 느껴지잖아요. 그리고 두께감 있는 베이스 위에는 컬러조차 잘 표현되지 않아요.

아이돌 메이크업을 담당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어요. 해외에 나가면 K-뷰티가 대세라는 게 느껴지나요?
고인 물 같네요.(웃음) 우선 일본 시장에 가면 반 이상 깔린 게 국내 브랜드 화장품이에요. 예전엔 몰에 가도 한국 브랜드 찾기 어려웠는데… 하다못해 미국 세포라에 가도 입점한 한국 브랜드가 많아요. 우리나라 뷰티 시장이 커졌음을 새삼 체감해요. 또 국내 제조 화장품도 많아졌어요. 정말 뷰티 강국이란 것이 느껴져요.

바쁜 연말, 연초가 지나갔는데, 이제 좀 쉬실 수 있나요?
브랜드 이슈로 곧 일본에 가야 해요. 작년 10월 말, 제 이름을 딴 ‘원정요 뷰티’가 일본에 진출했어요. ‘애굣살 펜슬’로 국내에 첫선을 보였는데, 일본 쪽에서 협업 제안을 받았죠. 브랜드를 좀 더 확장해 론칭하면서 제품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어요.

‘애굣살 펜슬’ 외에도 어떤 제품을 만나볼 수 있나요?
애굣살 펜슬은 브랜드의 첫 시작을 알린 아이템이었죠. 지금은 브랜드 몸집이 커져서 쿠션, 파우더, 펜슬, 팔레트, 립, 마스카라까지 보다 촘촘한 메이크업 라인을 갖추게 되었어요.

일본 시장에서 판매량이 가장 많은 제품은 어떤 거예요?
아무래도 마스카라? 처음 이 제품을 제작할 때엔 일반인이 과연 관심을 가질까 반신반의했어요. 호불호가 갈릴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약간 반투명 제형이에요. 깔끔하게 발리면서 살짝 연장감을 주는 정도? 본래 내 속눈썹이지만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것이 특징이에요. 근데 의외로 일본 분들이 내추럴한 연출감을 좋아하시더라고요.

일본에서도 ‘꾸안꾸’ 룩이 트렌드인가요?
볼륨감 있는 마스카라만 통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아이돌 메이크업과도 비슷한 결인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한올 한올 표현하는 가닥 속눈썹을 좋아하거든요. 눈빛이 초롱초롱해 보이면서 눈이 커 보이는 효과도 있어요. 인형 속눈썹처럼요!

일본에서는 어떤 국내 브랜드가 인기인가요?
클리오, 롬앤 같은 거요. 고가의 브랜드는 아니지만, 젊은 층을 완전히 사로잡았어요. K-뷰티에 관심을 갖는 연령대가 어리다 보니 립 같은 색조 제품의 인기가 확실히 높아요. K-팝이 유행하면서 K-뷰티도 덩달아 트렌드가 된 건데, 그에 부응하듯 화장품 퀄리티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요.

일본에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면서요?
대박! 일본이 신기한 게 그런 거예요. 우리나라는 아이돌을 담당하는 메이크업 선생님을 찾아보고 팁을 배우는 데서 끝나잖아요. 근데 일본은 메이크업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남달라요. 학구열도 있고요. 세미나를 열면 막 수첩을 열어서 공부하듯 필기를 해요.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아닌데도 배워서 재현하겠다는 의지가 남달라요. 그러다 보니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원정요 센세’라고 부르면서 사진 촬영도 요청하고요. 말하는 지금도 신기하네요.

마지막으로 10년째 동고동락 중인 트와이스 멤버에게 한마디?
이런 거 잘 못하는데… 앞으로 예쁜 메이크업을 더 많이 연구할게. 20년 가즈아. 믿어다오!

 


 

위위아뜰리에 서옥(아이브, 아이유, 베이비몬스터, 소녀시대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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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줄이 무척 빡빡한 거 같은데, 요즘 어떻게 지내요?
제가 담당하는 아티스트가 작품을 하니까요. 새벽에 나가서 드라마 촬영을 하거나 주로 화보 촬영이 있어요. 최근에는 앨범 제작 스케줄을 많이 했는데, 요즘은 선공개 곡과 본 타이틀곡이 차례로 나오잖아요. 앨범이 나오면 기본 세 곡의 뮤비 촬영을 하니 바쁠 수밖에요.

오늘도 겨우 만났어요. 쉬는 날은 있어요?
오늘 늦게 아니면 저도 일정이 없겠더라고요. 내일은 아이유와 밀라노 출장을 가거든요. 쉬는 날은 거의 없어요. 2월 달까지 설날 당일 빼고는 스케줄이 앞뒤로 꽉 차 있어요. 숍을 운영하고 있어서, 쉬더라도 사무실로 출근해요. CEO로서 제가 살림을 잘 운영하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최근 해낸 굵직한 프로젝트가 있나요?
돌아보니 작년엔 맡은 프로젝트가 많았네요. 아이브가 위위아뜰리에 숍으로 오면서 진행한 제작 활동 그리고 연습생 때부터 3년 정도 함께한 베이비몬스터가 무사히 데뷔한 것. 이렇게 크게 두 가지가 기억에 남아요.

숍을 찾는 아이돌이 많더라고요.
아이브, 베이비몬스터, 소녀시대 외에 다른 디자이너가 담당하는 케플러, 빌리, 프로미스나인 등 많은 아티스트가 있어요. 이들의 비주얼 디렉팅을 하죠. 어느 순간부터는 데뷔 프로젝트를 많이 진행하는 것 같아요. ‘달라 달라’로 데뷔한 ITZY를 비롯해 케플러, 엔믹스, 빌리도 연습생 때부터 도맡아 했죠. 단점을 보완하면서 돋보이는 비주얼을 만드는 방법을 모두 진심으로 고민하기 때문일 거예요. 배우 고윤정, 노윤서, 홍수주, 김지원 씨도 담당 중이에요.

회사마다 원하는 비주얼이 다를 것 같아요.
매니지먼트마다 원하는 방향성이 각기 달라요. SM 같은 경우에는 어떠한 콘셉트에서도 무조건 예쁨을 유지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제가 소녀시대를 진짜 오래 담당했잖아요. 태연, 윤아는 15년 정도 했으니까요. 그러면서도 독특함이 가미된 그룹이 f(x). JYP는 회사에서 원하는 정확한 비주얼 공식이 있어요. 그 공식 안에서 멤버별 디테일이 정해져 있는 거죠. YG는 베이비몬스터를 데뷔시키면서 처음 같이했는데 자신들만의 힙한 느낌이 있어요. 저희도 최대한 아티스트의 성향에 맞게끔 차별화를 두려고 노력하죠.

최근 데뷔한 베이비몬스터는 글로벌 타깃의 그룹이라면서요?
맞아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의 리액션이 더 커요. 해외 팬들이 반응할 만한 힙한 요소를 갖추고 있거든요. 보컬의 창법도 독특하고요. 아직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성장해가는 모습, 예쁜 모습을 같이 찾는 재미가 쏠쏠해요.

해외 팬들의 K-팝 반응에 놀랐다고 했는데 어떤 점에서였나요?
일단 콘서트에 온 외국인들이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를 다 같이 떼창할 때?  K-팝이 진짜 대단하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공연도 그렇지만 K-뷰티, K-메이크업에도 관심이 많아요.
맞아요. DM으로 메이크업 관련 연락이 되게 많이 와요. 팬데믹 이후 외국에서도 예약 가능한 일정에 대해 문의가 끊이질 않고요. 아이돌 메이크업을 체험하고 싶어 해요. ‘장원영 속눈썹’ ‘안유진 립’ ‘홍수주 눈썹’ 같은 걸 다양하게 많이 물어봐요.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해외 영상도 많더라고요.
저도 너무 신기하죠. 태연의 ‘INVU’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게 특히 많았어요. 눈 밑에 큐빅으로 눈물 디테일을 표현한 게 있는데, 어쩜 그렇게 잘 따라 했는지! 제 SNS 계정을 언급해서 알림이 뜨길래 봤거든요.

메이크업 시안을 구성할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저는 일단 음악을 들어요. 듣고 또 들으면서 많이 생각해요. 음악의 분위기를 상상하고, 의상에 맞춰 시안을 고민하죠. 근데 당일 현장에서 바뀌는 것도 많아요.

요즘 아이돌 메이크업의 특징이라면?
애굣살을 엄청 그려요. 블러셔도 방방하게 바르고, 입술은 촉촉하게 연출해요. 하지만 애굣살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건 별로. 피부 톤에 맞는 컬러를 선택해 그리고, 연한 펜슬로 눈웃음 지을 때 생기는 그림자를 따라 살짝 음영을 주는 걸 추천해요. 어느 정도 애굣살이 있다면 그림자를 그리기보다는 그 부분을 밝히는 게 낫고요. 면봉으로 살짝 눌러주면 베이스가 지워지면서 더 자연스럽죠.

원하는 메이크업을 적극 주문하는 아티스트가 있나요?
태연 씨는 뭐든 도전하는 걸 좋아해요.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아티스트는 저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때가 많아요. 워낙 다양한 콘셉트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본인에게 어울리는 걸 잘 아니까요. 신인 아이돌은 회사와 소통을 많이 하고요. 가끔 콘서트, 팬미팅 때는 팬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해요. 한번은 아이브 레이가 콩순이처럼 “머리 양 갈래로 하고 싶어요”라고 주문한 적 있어요. 항상 팬들이 어떤 걸 좋아할지 고민하는 것 같아요.

최근 작업한 아이돌 메이크업 중 기억에 남는 룩이 있나요?
아이브는 재킷 촬영할 때 속눈썹과 렌즈로 눈매를 강조했어요. 오드 아이 콘셉트로 컬러가 다른 렌즈를 착용하거나, 렌즈 대신 아이섀도로 양쪽 눈을 달리 보이게 연출한 거죠. 엔믹스 재킷에서는 쿨한 메이크업을 몽환적 느낌으로 풀었어요. 모든 멤버가 똑같이 통가발을 착용하고 쌍둥이처럼 연출했는데, 메이크업도 그 룩에 맞게 색감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피부 톤을 밝히고 핑크, 블루, 퍼플의 파스텔 계열을 그러데이션해 완성했어요.

아이유도 담당하고 있죠. 탈색모에 맞게 달라진 화장법도 궁금해요.
탈색모가 일단 화려하잖아요. 눈썹 컬러도 달라지고요. 퇴폐적으로 보이지 않게 그 중간을 지켜야 하는 게 메이크업이었어요. 그렇게 선택한 것 중 하나가 컬러 렌즈였죠.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편이라서 얼굴 윤곽을 예쁘게 잡아주는 데에 신경 써요. 자신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거예요.

구찌 경복궁 크루즈 쇼에서 아이유의 룩이 화제였어요.
노란빛 도는 플라워 패턴 드레스를 입었는데, 그때 받은 주문이 있었어요. ‘예쁘고 청초한데, 냉한 분위기를 풍기는 구미호 룩’. 정말 어렵더라고요. 하얗고 창백한 얼굴, 눈 주변에 섀도를 이용해 살짝살짝 붉은 기를 더했어요. 그때가 밤이었단 말이죠. 바람이 살짝 부는데 오묘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너무 활짝 웃으면 안 된다고 당부했죠. ‘오늘 구미호 같다’는 댓글을 봤어요. 성공이었죠.

춤을 추는 무대 메이크업은 화보 메이크업과 어떻게 다른가요?
움직임이 많다 보니 헤어를 컨트롤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요. 이를 ‘머컨(머리 컨트롤)’이라고 하는데, 머컨이 어려운 친구들은 헤어가 앞으로 쏟아지지 않게 고정하고, 입술 안쪽에만 립밤을 살짝 바르고 보송하게 마무리해요. 경력이 쌓여 머컨이 가능하다면 촉촉한 립글로스도 바를 수 있죠.

2024년에 유행할 것 같은 메이크업은 무엇일까요?
좀 더 쿨해지지 않을까? 너무 더워 보이는 메이크업은 한물갔다고 생각해요. 쿨한 메이크업이라면 컬러로 조율할 수도, 조금 덜어낸 메이크업으로 해석할 수도 있어요. 투명하고 깨끗한데 또렷하면서 생기가 도는 건강한 메이크업! 작년에는 과한 메이크업이 피크를 찍었기 때문이에요. 블링블링함은 여전히 가져가겠지만, 무거운 색감은 어느 정도 덜어낼 것으로 예상해요.

서옥의 뷰티 브랜드 ‘옥희’가 궁금해요.
현재 툴을 판매 중이에요. 국내에서 먼저 론칭했지만 일본, 대만에서 반응이 더 좋아요. 신제품으로 뷰러를 준비 중인데요. 몇 년을 준비했는지 모르겠네요. 제가 직접 쓰려고 제작하다 보니 불편하면 안 되니까 엄청 공을 들였어요. 지금 케이스 작업하고 있는데, 올해 안엔 꼭 나올 거예요.

일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예요?
작업하는 그 순간!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일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더 소중하고, 열심히 하고 싶어요. 제자들이 커서 디자이너가 되고, 본인들의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걸 보는 즐거움도 쏠쏠해요. 이 일을 꿈꾸는 사람에게 미래가 되고 싶단 생각도 하죠. 전 다시 태어나도 이거 하고 싶어요.

아시아 최초, 바비 브라운 글로벌 앰배서더로 선정되었다고요.
원래 바비 브라운 제품을 진짜 좋아했거든요. 국내에서 판매하지 않는 스틱 파운데이션은 해외 갈 때마다 사다 쓸 정도예요. 그렇게 좋아하는 브랜드인데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게 되었어요. 해외에 저라는 아티스트가 있다는 걸 알리는 기회기도 하고, 국내엔 바비 브라운을 소개하는 역할을 하게 될 거예요. 한국이 K-뷰티 강국임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맘도 커요.

오늘 촬영은 어땠어요?
너무 재밌었어요. 오기 전 시차 때문에 정말 피곤했지만요. 미국에 9일 정도 머무르다 돌아와서 짐만 풀고 어제도, 오늘도 연이어 촬영하고 왔어요. 이제 들어가서 다시 짐 싸야 해요. 아이유와 밀라노 잘 다녀올게요.

 


 

키츠 윤서하(에스파 윈터, 아이브, 레드벨벳 담당 헤어 스타일리스트)

아티스트와 함께 움직이는 것은 항상 바쁘죠?
팬데믹 이후 해외 스케줄이 확 늘어났어요. 아티스트가 해외에 나가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저도 덩달아 바쁘죠. 작년에는 제 시간이 거의 없었어요.

아이돌 헤어를 연출할 때 어떤 부분에 가장 신경 쓰나요?
아티스트에게 어울리는 이미지를 찾아주는 것! 그걸 첫 번째로 생각해요. 정해진 콘셉트가 있을 때는 거기에 충실하려 노력하고요. 헤어는 전체적인 스타일링의 마무리이자 부족한 2%를 채워주는 역할이라고 느껴서 혼자만 욕심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헤어가 아무리 예뻐도 의상, 메이크업과 어우러지지 않으면 과해 보일 뿐이니까요.

화보, 뮤비, 방송 등 스케줄에 따라서 헤어스타일링법도 다를 것 같아요.
화보는 순간순간을 잡아내는 사진이니까 최대한 내추럴하게 스타일링해요. 픽서, 스프레이 같은 제품을 거의 쓰지 않고 손으로 모양을 만들죠. 뮤비처럼 화려한 룩이 필요할 때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요. 음방에서는 좀 더 다채롭게 스타일링하는데, 자연스러운 헤어를 했다가 한 번씩 캐릭터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룩도 보여줘요. 지루하지 않게!

요즘 아이돌 헤어 트렌드는 무엇인가요?
잔잔하고 내추럴한 헤어가 자주 눈에 띄어요. 거기에 잔머리나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는 정도? 제품을 덜 쓰면서 슬릭하게 표현하죠. 평범해 보이지만 섬세한 초벌 작업으로 적당히 볼륨감을 유지해야 해서 쉽지 않아요.

최근 윈터의 레드 헤어가 화제가 됐어요.
사실 윈터의 레드 헤어는 엄청 오래전부터 같이 고민하고 준비한 거예요. 윈터의 모발이 이미 많이 상한 상태여서 탈색할 수가 없었거든요. 최대한 탈색 없이 레드 컬러로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꾸준히 밑작업을 했어요. 좀 더 밝은색으로 한 단계씩 차근차근,

탈색 없이 그런 레드 컬러가 가능한 거예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레드 컬러라면 가능해요. 보통 염색하면 물이 빠지면서 붉은 기가 남잖아요. 그런 잔여 컬러까지 활용하는 거예요. 지금은 또 윈터의 레드 헤어를 애시 헤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천천히 수회에 걸쳐 카키 컬러로 덮는 거죠. 그래도 한 번 탈색하는 것보단 여러 번 염색하는 게 모발이 훨씬 덜 상해요.

팬들 사이에서 가장 이슈가 된 헤어는 무엇인가요?
원영의 트위티 뱅? 호불호가 갈리긴 했는데 그만큼 관심 받았다는 거니까요. 웬디의 단발도 꾸준히 언급되는 것 같고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룩이 있나요?
아이브의 ‘LOVE DIVE’ 헤어요. 아이브 이미지가 확 바뀌게 된 계기라고 생각해요. 그때처럼 슬릭하고 차분하면서 약간의 키치함을 입힌 스타일을 애정하거든요.

아이돌 헤어를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뭔가요?
원하는 헤어의 특정 요소만 따오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에게 어울리는 분위기나 스타일 안에서 적용해보는 거죠. 대부분 콘셉추얼한 헤어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은데, 아이돌은 헤어뿐만 아니라 메이크업, 의상까지 전부 스타일링하기 때문에 조화로운 거잖아요. 전체적인 스타일링 없이 헤어만 그대로 따라 하면 밸런스가 깨지기 쉬워요.

해외에서도 한국 아이돌 헤어가 뜨거운 관심을 받는데, 느껴지나요?
스케줄 때문에 해외에 나가면 딱 봐도 한국 아이돌의 헤어와 비슷하게 스타일링하려고 한 것 같은 분들이 눈에 띄어요. 생각보다 여기저기서 보여 신기해요. 저한테 DM으로 아이돌 헤어스타일링법을 물어보는 해외 팬분들도 많고요. 아무래도 다양한 국가에서 K-팝이 뜨다 보니 그 무대를 보면서 헤어에도 자연스럽게 주목하는 것 같아요.

아이돌 헤어스타일링을 받기 위해 키츠 숍에 찾아오는 분들도 많은가요?
정말 많아요. 외국 분들도 몇몇 있고요. 가끔 남자 아이돌 팬분들이 사인회나 콘서트 가기 전 저희 숍에 와서 헤어스타일링을 하고 가요. 제가 했던 여자 아이돌 헤어 사진을 가져와서 이대로 해달라고 하고요.

아이린의 헤어밴드, 예리의 앞머리 헤어핀 등 헤어 액세서리를 잘 활용하는 걸로도 유명해요. 노하우가 있나요?
헤어 액세서리를 하고 나면 신발까지 다 신은 뒤에 꼭 전신 거울로 체크해야 해요. 상반신만 비추는 거울에서 봤을 때와는 느낌이 다르거든요. 머리부터 발끝까지의 밸런스를 꼭 확인하세요. 안 보이던 과함이 보일지도 몰라요.

격한 안무를 끝내고도 처음 모습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아이돌 앞머리 고정 팁이 있다면요?
스프레이로 고정하고 말리고, 고정하고 말리고의 반복이에요. 스프레이를 눕혀서 밑에서 뿌리면 입자가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앞머리에 안착해서 안 흐트러져요. 그리고 앞머리의 가운데보다는 양옆 연결 고리를 잘 고정하는 게 중요해요.

헤어 룩을 시도할 때 주로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나요?
옛날 런웨이 헤어 컷을 열심히 찾아봐요. 클래식은 영원하다고 하잖아요. 작년에 Y2K 룩이 다시 떠오르기도 했고…. 예전 헤어를 보면서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하거나 적절히 믹스해보죠.

얼굴형에 맞는 헤어스타일을 추천해주세요.
얼굴이 짧은 분들이 볼륨감을 많이 살리면 더 동그랗게 보일 수 있어요. 얼굴이 긴 분들은 확실히 앞머리 있는 게 잘 어울리고, 층이 많은 레이어 단발도 찰떡이에요. 광대가 있거나 큰 얼굴이 신경 쓰인다면 아예 귀를 드러내는 게 나아요. 머리로 자꾸 얼굴을 가리려고 하면 오히려 더 부각되거든요.

2024년에 눈여겨볼 헤어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약간 무게감 있는 컷의 붉은 브라운 헤어요. 다들 이상하게 붉은 기 있는 헤어를 싫어하는 것 같아요. 매트한 컬러, 애시 컬러만 자주 찾잖아요. 우리나라 여성들한테는 대부분 붉은 기 있는 브라운 컬러가 잘 어울리는데 말이죠.

앞으로의 꿈이나 목표가 있나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이제껏 안 해봤던 새로운 거요!

 


 

키츠 조은비(에스파, 블랙핑크 제니, 수지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

EUN BEE

인터뷰 일정 잡기가 쉽지 않았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요?
작년 연말 시상식부터 해외 출장까지 일이 정말 많았어요. 아티스트 스케줄을 모두 함께하다 보니 정신없지만, 저를 찾아주는 게 감사해서 바쁜 만큼 행복해요. 오히려 쉬는 날이 생기면 좀 슬플 것 같기도 해요.

소녀시대부터 요즘 가장 핫한 걸 그룹 메이크업까지 전부 맡다 보면 엄청 바쁠 텐데, 매번 새로운 메이크업을 선보이더라고요.
앨범 제작, 예능, 음방, 화보, 시상식 등 각 스케줄의 특성에 맞춰 메이크업을 해야 가장 예쁘거든요. 앨범 제작 과정에 들어갈 때는 조금 독특한 콘셉트에도 도전하고, 예능이나 음방은 조명이 중요해서 조명 위치와 밝기를 미리 확인하고 진행해요. 야외 일정이면 자연광까지 생각하고요. 시상식 때는 드레스 컬러와 분위기도 고려해야 하니까 그에 맞춰 다양한 메이크업을 보여주려고 하죠.

윈터의 구찌 쇼 메이크업, 제니의 유앤미 뮤직비디오 메이크업은 정말 레전드였어요.
구찌 쇼는 카메라가 메이크업을 그대로 잘 담은 것 같아요. 피부 결, 광, 립의 질감, 맑은 블러셔, 깔끔한 아이라인까지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게 모두 나왔거든요. 아, 촉촉한 립은 윈터의 아이디어였어요. 처음엔 의상이 컬러풀하니 립은 좀 차분하고 매트하게 발랐다가 윈터가 ‘저 오늘 촉촉한 립 하고 싶어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정한 건데 아주 좋은 선택이었죠.

그때 윈터의 블러셔 하우투를 묻는 팬들도 많던데요?
다양한 제품을 섞어서 레이어링했어요. 시머한 파우더 블러셔를 살짝 깔고, 그 위에 좀 더 색감 있는 블러셔를 올리고 또 하이라이터를 바르고. 얇게 여러 번 쌓는 게 중요하거든요. 또 블러셔 영역이 너무 내려가면 중안부가 길고 우울해 보일 수 있으니 눈 밑 위주로 터치해요.

아이돌 메이크업이 곧 트렌드가 되고 있어요. 최근 아이돌 룩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여러 색감을 쓰고 애굣살을 강조하는 것 같아요. 속눈썹도 또렷하게 붙이고! 사실 예전에는 ‘아이돌 메이크업’ 하면 블링블링하고 또렷한 게 공식처럼 떠올랐는데, 직접 아이돌 룩을 만들어내는 입장이 되니 그런 특징을 찾아내면 틀에 얽매일까 봐 조심스럽더라고요. 저는 그냥 자유롭게 하고 싶거든요. 앨범 재킷 메이크업이지만 속눈썹을 안 붙이기도 하고, 가끔은 블러셔만 하기도 해요.

덕분에 아티스트의 다채로운 얼굴을 볼 수 있어 좋아요.
종종 에스파 메이크업을 할 때 글리터를 아예 사용하지 않아요. 걸 그룹이라고 꼭 화려한 글리터 메이크업만 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어떤 날은 색감을 많이 쓰기도 하고, 어떤 날은 아예 색을 빼버리기도 하면서 다양한 모습을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내가 봐도 이건 잘했다! 두고두고 생각나는 메이크업은요?
티파니의 ‘조선미녀 광고’ 룩! 사실 화려한 아이돌 메이크업보다 깔끔한 화장품 광고 메이크업이 더 어렵거든요. 정적으로 타이트하게 찍으니까 솜털 하나까지 다 보이고 라인 작업도 훨씬 섬세해야 해요.

그런 메이크업은 피부 표현이 진짜 중요하잖아요.
미스트를 자주 사용해요. 파운데이션 전 단계에 쓰고 마지막에도 크림 미스트를 뿌리면 조명을 비췄을 때 미스트 알갱이가 빛을 반사해서 반짝반짝~ 피부가 정말 예뻐 보여요.

아이돌 콘서트나 무대를 보면 땀을 많이 흘리고 나서도 메이크업이 번지지 않고 잘 유지되던데, 지속력의 비밀은 무엇인가요?
베이스를 4~5겹 차곡차곡 쌓으면서 그 사이에 픽서를 계속 뿌려요. 아주 얇게 밀착시키면 두꺼워 보이지 않고 오랜 시간 깔끔하죠. 그리고 아이 메이크업 후에 액체로 된 메이크업 실러를 스펀지에 살짝 묻혀 눈썹, 눈꼬리, 언더에 톡톡 찍어요. 투명 막이 생겨 땀이 나도 방수 처리한 것처럼 그 부분만 피해서 흐르거든요.

한국 아이돌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 아이돌 메이크업에 관심을 갖는 해외 팬들도 늘어났어요. K-뷰티의 영향력을 실감하나요?
SNS에 아이돌 메이크업 사진을 올리면 해외 팬분들이 댓글을 자주 달아요. 어떻게 했는지, 어떤 제품을 썼는지 물어보죠. 그리고 정말 다양한 국가에서 틱톡이나 릴스에 한국 아이돌 커버 메이크업을 올리더라고요. 한 중국 분이 제가 했던 닝닝, 윈터 메이크업을 따라 하는 걸 봤는데, 너무 비슷한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또 저는 일본 출장 때마다 돈키호테에 들러서 화장품 쇼핑을 즐기는데, 얼마 전에 갔더니 K-뷰티 제품이 쫙 깔려 있었어요. 일본에서 K-뷰티가 활약하고 있음을 실감했죠.

아이돌 메이크업을 따라 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요?
무조건 똑같이 하는 것보다는 본인 얼굴에 맞게 조절하는 게 중요해요. 저도 직접 겪으면서 깨달은 거예요. 예전에 태연 언니가 바른 립스틱이 너무 예뻐서 같은 제품을 샀는데 제 입술에 바르니까 그 느낌이 안 나더라고요. 그렇다고 아예 시도하지 말라는 건 아니에요. 계속 써보고 따라 하면서 테스트하다 보면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와 메이크업이 뭔지 알게 될 거예요.

직접 운영하는 키츠 숍에 방문해서 제니 메이크업, 에스파 메이크업을 받는 사람들도 있죠?
제가 했던 아이돌 메이크업 사진을 가져와서 ‘이대로 해주세요!’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아이돌은 무대 조명에 날아가는 걸 감안해서 메이크업하기 때문에 조금 진할 때가 있거든요. 화려한 의상을 입으니까 컬러감이 세기도 하고요. 미리 말씀드린 다음 완급 조절을 하려고 하는데, 그게 싫다고 하면 결국 마지막엔 너무 부담스럽다고, 뮤지컬 하러 가야 할 것 같다고 해요.(웃음) 그러니까 꼭 본인 얼굴에 맞게, 적당히 눈으로 봤을 때 예쁘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좋아요.

메이크업할 때는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어요?
의상 디테일에서 얻어요. 워싱된 청바지를 보면 저런 색감을 얼굴에 얹으면 어떨까 생각하고, 레이스 장식의 의상을 보고 저런 레이스 조각을 눈 끝에 붙여볼까 하는 식.

2024년에는 어떤 메이크업이 떠오를까요?
그동안 촉촉한 립이 대세를 이뤘으니 올해는 매트 립이 강세이지 않을까 싶어요. 중안부를 짧아 보이게 하는 귀여운 콧잔등 블러셔도요.

경험을 살려 뷰티 브랜드도 론칭했어요. ‘AOU’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삼다수 같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었어요. 늘 어딜 가나, 모든 사람의 일상에 녹아 있는! 다들 제가 뷰티 브랜드를 낸다고 하니까 영롱한 글리터, 색색의 아이 팔레트 같은 걸 기대했다는데. 솔직히 그런 건 특별한 날에만 사용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일 처음 립밤을 출시했어요. 립밤 안 쓰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그렇게 그냥 누구나 매일 편하게 사용하는 제품을 선보이고 싶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만든 건 진짜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제품력에도 신경 썼고요.

앞으로의 각오가 있다면?
시간이 지나도 트렌디함을 잃지 않는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앞서 나가진 못하더라도 뒤처지지만은 않게. 언제까지나 제가 한 메이크업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도록 계속 열심히 해보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