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을 치유하는 데 있어 명상은 빠지지 않는 ‘자기 돌봄’ 비법으로 꼽힌다. 그런데 지친 마음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면, 더 이상 명상이 필요 없을까? 천만의 말씀. 다른 차원의 세계를 맛보게 될 것이다. 

LA 베벌리힐스 요가 지도자인 리 브라운과 함께한 모닝 요가.

순야 마스터의 안내로 진행한 한강 위 요트 명상은 자연과 교감하고 연결감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깊은 명상에 몰입 중인 줄리 모렛.

<더 시크릿> 속 멘토인 마이클 버나드 백위스의 열정적 강연 모습.

명상, 요즘 다들 하잖아요 

필자가 명상을 시작한 지 어느덧 7년이 흘렀다. 2016년 무렵, 우리나라에서 명상은 도인이나 기인을 위한 전유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국 할리우드 스타나 실리콘 밸리 CEO들의 자기 관리법으로 재조명받는 때였다. 그러다 팬데믹 시대, 타인과의 물리적 접촉이 어려운 시기에 자연스레 시선을 내면으로 향하게 하는 명상이 더 크게 주목받았고, 저마다의 불안과 우울과 불면의 밤을 개선시켜주는 비법으로서 세상의 환대를 받게 됐다. 이런 흐름은 엔데믹 이후에도 이어졌고, 바야흐로 명상은 오늘날 시대적 화두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여전히 명상을 낯설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대체로 명상을 불교나 힌두교의 종교적 행위로 여기는 기독교인이거나, 기인이나 도인이 하는 수련이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더라. 하지만 이는 구시대적 관점이다. 명상이 고대 종교 수행법으로 시작된 건 맞지만, 현대에 와서는 정신 건강 혹은 마음 훈련법으로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캄, 마보 등의 명상 앱 사용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호텔과 리조트에서 숙박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프로그램으로 명상 세션이 일반화한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그러니 마음만 먹으면, 이제 어떤 기회로든 비교적 쉽게 명상을 경험해볼 수 있는 시대가 된 거다. 

 

명상, 어디까지 해봤나요? 

‘명상’만큼 의미가 포괄적이고 다양한 해석을 동반하는 행위가 또 있을까? 혹자는 명상을 멍 때리기라고 하고, 혹자는 생각과 감정을 비우는 거라고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그저 바라보는 거라고 설명한다. 대체로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은 채 사색에 잠기는 시간을 명상이라고 하면서도, 예술 활동을 하며 깊은 몰입에 빠졌을 때도 명상과 같다고 한다. 움직임이 없어도, 있어도, 생각을 해도, 안 해도 다 명상이라고 하니 도대체 뭐가 맞는지 의아한 적은 없는지. 혹은 이처럼 모호한 정의로 헷갈리거나 이게 맞는 건지 어렵다고 느낀 적은 없는지. 우선 명상은 외부로 향하던 시선을 나에게로 가져오는 것이며, 산만하던 의식을 ‘지금 이 순간’으로 가져와 몰입하는 시간이다. 그러니 다양한 행위에서 명상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시선과 몰입의 방향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각기 다르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흔히 ‘명상의 효과’로서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조절해주는 것, 화가 난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것, 불안도를 낮춰주는 것, 불면을 극복해주는 것 등을 떠올린다. 물론 맞다. 심리적 문제, 수면 장애 개선에 뛰어나고, 많은 사람이 이런 목적으로 명상을 찾는다. 그런데 이는 마음 차원의 명상으로, 평온함이나 평정심을 길러준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추구해야 하는 게 평온함뿐일까? 다시 말해 내면을 잘 다스리고, 잠도 잘 자며, 일상이 비교적 평안한 사람에게는 명상이 불필요할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명상이 궁금해진다. 치유와 힐링, 그 너머의 명상이란 무엇일까? 

 

새 차원의 명상 축제

때마침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의 명상 축제 ‘슈퍼 소울 릴레이’가 이목을 끌었다. 잔디밭이나 공원에서 요가를 하면서 이루어지는 일반적 명상 페스티벌과 달리 정장 차림의 명상가가 무대에 올랐다. 장소도 호텔, 그것도 국내 굴지의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 볼룸 홀 안을 갖춰 입은 사람들이 가득 채웠다. 이 럭셔리한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다루는 이야기는 물질과 정반대편에 놓인 정신과 의식. 기존에 ‘명상’ 하면 떠오르던 이미지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 행사에서 명상에 대한 접근과 방향은 확연히 달랐다. 우선 ‘슈퍼 소울 릴레이’는 명상을 통해 ‘진짜 나’를 찾고, 진취적 삶을 살아온 ‘슈퍼 소울’을 한자리에 모아 강연과 리트릿을 함께하는 행사다. 2016년, 2017년에 디팍 초프라 의학 박사를 초청하며 종교 행위로 인식되던 명상의 효용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9년 미국 서부에서 개최한 것을 마지막으로, 코로나 이후 4년 만에 서울에서 다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올해의 메인 연사는 마이클 버나드 백위스로, 국내에서 책 <더 시크릿> 속 멘토로 친숙한 그는 미국에서 ‘영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또 심리 전문가 줄리 모렛과 전 메이저 리거 박찬호, 24년 전통의 요가 명상원 리탐빌의 창립자 순야 마스터와 리쉬 원장까지 총 다섯 연사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명상의 진가를 안내했다.

슈퍼 소울 릴레이 행사의 첫날, ‘웰니스 산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오간 주된 이야기는 명상을 통해 ‘당신의 고유한 잠재력을 발견하고 원하는 삶을 현실화하라’였다. 이는 <더 시크릿>에서 말하는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메시지와 상통하는 관점이다. 지금까지는 미신 혹은 주술적으로 비쳤지만, 양자물리학과 후생유전학 등의 과학적 근거에 힘입어 최근 다시 각광받는 ‘끌어당김의 법칙’과 다르지 않다. “잠재의식을 바꾸면 당신의 삶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명상이라는 내면 작업을 통해 스스로 중요한 사람임을, 나눌 게 많은 사람임을 자각하고 느껴보세요. 처음에는 부정하는 무의식이 나타나겠지만, 점차 당신의 의도에 따라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새로운 삶의 법칙과 마주할 겁니다. 이는 마술이 아닙니다. 내가 실제로 변하는 거지요.” 마이클 버나드 백위스의 설명이다. 줄리 모렛의 메시지도 일맥상통했다. “기쁨, 감사, 사랑과 같은 주파수 높은 에너지를 가까이 하세요. 주파수가 비슷한 사람, 일, 상황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둘째 날부터는 요가와 다양한 명상법을 직접 수행하며 깨달음을 얻는 리트릿 프로그램이 펼쳐졌다. 주최사 리탐빌만의 독자 프로그램을 통해 참가자들은 이론적 앎에 그치지 않고, 각자의 내면에 무한한 사랑, 창조성, 잠재력 등 그야말로 ‘슈퍼 파워’가 실재함을 자각하는 시간이었다. 이어서 각 멘토와 저녁 식사를 하며 멘토링을 받는 워크숍과 켈리 최 라이브 쇼까지. 티켓 요금이 최고 300만원대였음에도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참가한 슈퍼 소울 릴레이는 내면과 의식 세계가 얼마나 화두의 중심에 있는지, 명상 문화의 다양화를 체감하게 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두려워하지 말고 즐겨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명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음속에 경계선을 그어놓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과학적으로 설명되는 것만 믿거나, 신비로움을 추구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여기거나. 하지만 일말의 두려움이나 불신의 관점에 갇혀 있다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명상을 통해 마음 차원 너머로 진입한다면, 무의식 혹은 잠재의식, 더 나아가 초월의식을 자각하게 된다. 이는 불교에서 말하는 참나이자 기독교에서 말하는 영성, 혹은 최근 명상을 뇌과학 기반으로 합리적으로 설파하는 김주환 교수가 정의한 배경 자아와 같은 지점이다. 혹자는 우리 내면에 존재하고 있는 관찰자, 메타인지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이처럼 생각과 감정을 초월해서 내면 깊숙한 ‘원형적 나’로서의 힘을 발견한다면, 더 이상 사회적 잣대나 기준에 휘둘리지 않는, 타인의 말에 덜 흔들리는 내면의 단단한 힘을 지니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사랑으로 충만한 사람이었는지, 하지만 상처받기 두려워 방어하고 살아왔는지 깨닫게 된다. 각종 불안이 나를 점령해 위축되어 있었음을, 그렇게 내가 만든 상자에 나를 가둬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그 상자에서 벗어날 용기와 의지를 내게 된다. 내 안에 거인을 발견하여, 당당하게 내 비전을 펼치며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평온함을 넘어, 이런 자유로움이야말로 명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궁극적 가치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누구에게나 명상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