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매일에 판타지를 선사하는 로에베와 그런 여성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배우 정유미. 로스앤젤레스의 분방한 거리에서 마주한 둘의 기록.

스웨이드 염소 가죽 소재의 드레이프 후디와 쇼츠, 블랙 클로그, 나파 램스킨 소재의 스몰 사이즈 ‘스퀴즈 백’은 모두 로에베.

언밸런스한 디자인의 케이프 톱과 테일러드 쇼츠, 앞코가 둥근 토이 뮬, 모양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는 ‘해먹 백’은 모두 로에베(Loewe).

체인 디테일의 데님 셔츠 드레스와 라인스톤 장식의 토이 펌프스는 로에베.

크롭트 후디 재킷과 혼방 울 소재 팬츠는 로에베.

케이프 톱은 로에베.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다음 날엔 무슨 생각을 했어요?
왜 나는 아직도 이럴까! 예전에 비하면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은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만약에 혜수 언니 없었으면 입을 못 뗐을 것 같아요.

하하, 2006년 청룡영화제에서 <가족의 탄생>으로 여우조연상을 탔을 때 했던 수상 소감이 생각나는 말이네요. 시상식은 부담스러운 장소 아니겠어요?
“빨리 얘기하라고 하니까 더 못하겠어요!” 했던 날이죠. 크크.  당시 제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다들 상 받은 것처럼 기뻐했어요. 이상하게 그 시절 사람들은 오랜만에 봐도 그 당시에 느낀 따뜻함이 느껴져요. 이번 청룡은 혜수 언니가 (MC로 서는) 마지막이라고 해서, 그날 거기에 꼭 앉아 있고 싶었어요.

근데 또 상까지 받아버렸네요.
너무 신기한 게, 이번 청룡에 <가족의 탄생> PD님과 감독님도 다 계셨어요. 당시 백PD님이 이번 <올빼미>를 제작한 분이에요. 이 자리에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축하해주셨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저도 연차로 치면 제법 오래되었는데, 마치 시간이 휘리릭 지나버린 것만 같았죠. 주변분들이 더 기뻐해주셨어요.

여우주연상 수상자답게 예뻤어요. 요즘 말로 ‘헤메스’가 완벽했다.
노력했어요.(웃음) 머리를 워낙 바짝 당겨서 리프팅된 것 같아요. 스타일리스트가 예쁜 의상도 여럿 준비해줬고요. 꾸준히 운동을 해온 터라 노출을 조금 해볼까 싶기도 했는데, 그 드레스를 입었을 때 마음이 제일 편안했어요. 다만 필라테스 선생님이 너무 아쉬워했어요. 어깨 다 만들어줬는데! 하면서.

늘 화면 속 완벽한 모습의 배우를 보다, 우리도 시상식에서 배우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게 되죠. 떨리면 떨리는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자연스럽게요.
올라가서 소감을 말해야 하는데, 입은 안 떼지고, 하나같이 나만 보는 모든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고요. 그러다 혜수 언니와 눈이 마주쳤어요. 항상 그 자리에서 모든 사람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시거든요. 그 순간 안심이 되고, 제 안에 어떤 감정이 스쳐 지나갔죠.

아름다운 밤이었어요. 김혜수의 마지막 청룡을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모두에게 의미가 남다른 거 같더군요.
청룡의 어떤 권위를 김혜수라는 배우가 만든 것 같다는 병헌 선배님 말에 저도 공감해요. 30년을 그렇게 늘 봐왔잖아요…. 시상식 없는 연말이 허전하겠지만 그래도 언니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제 마음도 따듯하고 편해졌어요. 또 잘하실 분이 나타나겠죠?

직접 김혜수의 후계자가 되어보는 건요?
소감도 잘 못하는데, 못할 것 같아요. 아, 아니 일이 되면 잘해보려 할지도?(웃음)

‘미스김’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연기할 수 없었을 거라고 했죠. <직장의 신> 속 ‘미스김’ 김혜수는 그때 그 시절 정유미한테 어떤 영향을 주었어요?
2013년에 만난 <직장의 신>은 제게 의미가 남달라요. ‘내가 어떤 꿈을 가졌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줬죠. <직장의 신>은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그 중심에는 혜수 언니가 있었죠. 일과 직장에 관한 내용이니까, 연기하면서도 마치 이 직장에 소속된 것 같았어요. 단합대회 같은 것도 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도 그런 생각을 한 거죠. 내가 하고 싶은 거는 연기 하나 더 잘하고 싶고, 그냥 작품 잘 만나고 싶은 거 하나인데…. 그다음 해에 <연애의 발견>을 찍으면서, 힘들 때마다 그때 생각이 진짜 많이 났어요. 언니가 주인공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고 해내는 모습을 봤으니까요. 제가 그 경험을 하지 않았으면 <연애의 발견>을 못해냈을 것 같아요.

배우 생활에 영감을 주고 정을 나눈 동료 배우가 소중하죠?
정말 귀하죠. 제가 카톡을 지울 때도 <직장의 신> 단톡방이 제일 아쉬웠어요.

정 많아서 정유미잖아요.
많아서 큰일이죠. 예전보다는 많이 참는데, 그래도 어디 성격이 변하지 않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저 지금 사춘기예요. 사춘기. 진짜 마흔이 되고 사춘기를 겪다니.

사춘기? 그 질풍노도의 시간을 어떻게 보냈어요?
그래서 그냥 순간순간 즐길 수 있는 건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 많이 했어요. 그러니까 또 그게 되더라고요. <잠>으로 칸 영화제 갔잖아요? 가서는 매일 술 마셨어요. 그렇게 매일 마신 적은 난생처음인 것 같아요. 니스로 먼저 들어가서 계속 샤블리 마시고요. 그런데도 다들 아침 6시에 일어나요. 니스에서 오랜 로망도 실현했어요.

어떤 로망이 있었어요?
잠옷 입고 그냥 해변까지 나가는 거요. <여름방학> 때 해보고 싶었는데 그해 여름에 비가 정말 미친 듯이 맨날 쏟아졌어요. 니스 가서는 정말 잠옷 입고 내려가서, 건널목을 건너 바다까지 가봤어요. 너무 좋았어요.

 

더블 레이어 셔츠 드레스와 토이 뮬, 기하학적 선이 돋보이는 ‘퍼즐 백’은 모두 로에베.

곱슬곱슬한 시어링 장식의 재킷과 브랜드 로고 디테일의 탱크 톱, 레귤러 핏의 데님 진, 토이 펌프스는 모두 로에베.

브랜드 로고 장식의 크롭트 탱크 톱과 밴딩 디테일 스커트, 울과 캐시미어 혼방 코트, 라인스톤 장식의 토이 펌프스는 모두 로에베.

허리 밴딩 포인트의 크롭트 셔츠, 워싱한 레귤러 핏의 데님 진, 브라운 컬러 ‘해먹 백’은 로에베.

영화에서 탄생한 배우 정유미가 영화 <잠>으로 상을 받았죠. 작년 여름 인터뷰할 때 <잠>은 러브 스토리라고 했죠. 영화를 보니 그 말이 이해가 되더군요.
다들 저를 무서워하더라고요. 크크. 제가 그때 부상 선수로 뛰고 있었던 것만 빼면 모든 게 좋았어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아쉬운 건 다른 촬영장도 마찬가지지만 테이크를 예전만큼 많이 갖고 갈 수 없는 것. 감독님이 셀렉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주고 싶은데, 늘 현실적 문제가 있으니까요.

<잠> 봤다고 하면 결말 어떻게 생각하냐고들 하죠. 그런 질문 많이 받았죠?
찍어둔 에필로그가 있어요. 그런데 그게 나오지 않았다는 걸 한동안 잊고 있었어요. 의견이 분분한 걸 보고 그제야 생각나서 “맞아, 감독님. 그거 어떻게 됐어요?” 물어봤더니,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다면서 잘랐다는 거예요. 저는 잘한 것 같아요. 그 에필로그가 있었다면 이런 의견이 막 오고 가지 않았을 것 같아요.

감독의 의도는 ‘연기’였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빙의’라고 믿고 싶더라고요. 정유미가 ‘수진’을 믿고 싶게 연기를 한 거죠.
시나리오에도 그랬어요. 군더더기 없이 그대로 영화에 그렇게 또 나온 게 너무 좋았어요. 칸에 안 갔다면 좀 더 일찍 개봉했을 거예요. 하지만 이제 칸에 가면서 그때부터 이 영화가 좀 운이 생기지 않았나 싶어요. 저도 그 운 덕을 본 것 같고, 무엇보다 감독님을 알게 된 게 너무 좋아요. 저한테 ‘선배님, 선배님’ 하는 건 너무 싫지만요.(웃음) 저는 ‘배우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싫어요.

그럼 어떻게 부르는 게 좋아요?
“배우님 들어가십니다”는 싫고요. 예를 들어 <잠>의 수진이면 “수진 들어갑니다” 이게 제일 좋아요.

<잠>은 오컬트에 대한 영화였죠. 요즘에도 영화 찍을 때 고사 지내요?
요즘은 돼지 모양 케이크나 사진으로 해요. 처음에 연기하면서 돼지 머리 있는 것만 보면 너무 놀라서. <82년생 김지영> 때는 돼지 케이크였던 것 같아요.

사주 본 적 있죠? 자주 듣는 말 있어요?
늦게 결혼해야 한다, 뭐 이런 거?(웃음) 하긴 한다는데 아닌 거 같아요. 왜냐하면 벌써 했어야 돼. 그래서 들을 건 듣고 아닌 건 안 들어요.

모든 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오래 연기하려면 뭐가 필요한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가만히 있다 보니 시간이 이렇게 흘렀고요. 어쨌든 떠나지 않고 있다 보니까…. 기자님도 제가 배우 일 하는 동안은 기자 계속해야죠.

안 될 것 같네요. 정유미는 70세까지 할 것 같아서.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전혀. 저는 좀 정해놨어요. 마음속에.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거면 뭐가 그래도 되는 게 있었던 거겠죠? 위기도 있었지만 그걸 잘 넘겼고, 한해 한해 하다 보니까 이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또 달리 하고 싶은 일 있는 것도 없죠?
일은 아니지만 그냥 어디 바닷가 가서 종일 누워 있고 싶은 마음.(웃음)

그래서 LA에 간 거예요? LA에 간 정유미를 <얼루어>가 따라잡았죠.
이런 건 일이라는 생각이 안 들어요. 개봉하기 전인가도 혼자 여행을 다녀왔거든요. 늘 집에 혼자 있지만, 그래도 집에서 쉬면 운동을 해야 한다, 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어요. 촬영이 언제 잡힐지 모르지만 준비를 안 하면 안 된다. 이런 게 생겨버리니까…. 훌쩍 떠나야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2024년 청룡의 해를 시작하는 1월호에 청룡 여우주연상 배우정유미가 <얼루어 코리아>의 얼굴이 됩니다.
하하, 그런데 우리가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럴 줄 몰랐잖아요.

모든 것은 운명, 그리고 필연인 거죠. 2024년, 기세가 좋습니다.
우리 모두의 기세가 좋지! 전 호시탐탐 <얼루어>를 엿보고 있어요.

아까 내가 바라는 건 연기 잘하는 거랑 작품 잘 만나는 것밖에 없었다고 했잖아요. 그 마음 지금도 똑같아요?}그렇죠. 그거를 잘해야 하죠. 그동안 제게도 변한 모습이 있겠지만, 그것만큼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지금 제게는 제일 중요하고, 소중해요. 좋은 상을 탔으면 또 보답도 연기로 해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청룡 트로피는 어디에 뒀어요?
이름을 새겨서 나중에 보내준다고 했거든요. 트로피 아직 안 왔을 걸요?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