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파수의 흐름이 상당히 좋은 파도를 타고 있는 건 분명해요.” 꿈을 향한 로이킴의 대담한 항해. 

스팽글 톱은 셀린느 옴므(Celine Homme). 팬츠는 페라가모(Ferragamo).

퍼 재킷은 앤 드뮐미스터 (Ann Demeulemeester). 톱은 선플라워(Sun Flower). 레더 팬츠는 셀린느 옴므. 버클 벨트는 토가(Toga). 네크리스는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스팽글 셋업은 김서룡 옴므(Kimseoryong Homme). 블랙 톱은 자라(Zara).

슬리브리스 톱은 선플라워. 와이드 팬츠는 돌체앤가바나. 페도라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몸을 언제 이렇게 키웠어요?
요즘 운동을 못해서 많이 죽었어요. 해병대 가서 벌크업하고 한창 관리를 했거든요.

비주얼적으로 큰 전환점이 된 것 같아요. 또 어떤 변화를 겪었어요?
육체적 고통의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정신적으로 강해졌어요. 몸도 마음도 쇠약할 때였는데, 삶이 단순해지는 경험이 도움이 됐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주는 위로도 컸고요. 이번 연말 콘서트를 3일 연속해서 하는데, 10년 만에 처음 내린 결정이에요. 이것 역시 일부는 해병대 덕이에요. 예전에는 이틀만 해도 목에 무리가 와서 병원에 가야 했는데 전역하고 나서 성대가 단단해졌는지 처음으로 용기가 나더라니까요.

용기에 부응하듯 전석 매진을 기록했어요. 2023 <Roy Note>콘서트를 위해  야심 차게 준비한 게 있나요?
어느 파트를 콕 집을 수 없을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하이라이트일 거예요. 지금까지는 제 공연이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때 힘이 되기를 바랐는데, 이번에는 깊은 여운을 남기자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울지 말자, 말리지 말자. 굳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죠.

이번에는 정말 안 울 자신 있어요?
지금은 자신 있는데 또 모르겠어요. 단독 콘서트만이 주는 감동이 있어요. 작년에는 틈만 나면 심장이 두근거려서 기도를 1시간씩 했거든요. 막이 걷히고 무대에 올랐는데, 와! 누가 뜨거운 바람을 쏘는 것처럼 어떤 공기가 확 밀려왔어요. 그때부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죠. 이번에 만회 공연을 하려고 해요.

인생에서 그렇게 왈칵 눈물을 쏟는 경험은 드물지 않나요.
그럼요. 살면서 최고의 감정을 느꼈어요. 눈물이 나온다는 건 소중한 감정이에요.

스타일리스트의 제보에 따르면 레터링 의상을 제작할 예정이라고요. 꼭 넣고 싶은 메시지가 있어요?
‘You make me breath(네가 나를 숨 쉬게 해)’. 좀 오글거리지만 무대 위에서 이 감정을 온전히 느껴요. 숨을 쉰다는 게 막연히 생각하면 ‘살아간다’의 표현일 수 있지만, 콘서트 할 때는 그 감각이 더 생생하거든요. 살면서 내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인지하는 순간이 많지 않잖아요.

콘서트를 준비하다 보면 과거의 궤적을 훑게 되잖아요. ‘이런 걸 어떻게 썼지?’ 싶은 곡도 있었어요?
첫 정규 앨범 수록곡 중 ‘그대를 사랑한단 말’이 있어요. “이 땅 위에 있는 나무도 풀도 꽃도, 이 세상 모든 아름다움은 그대이기”라는 가사를 썼더라고요. 열아홉짜리가 뭘 안다고. 지금은 못 써요. 그때는 은유가 멋지다고 생각하면서 썼겠죠.

그래도 뿌듯하죠?
걔가 노래 좀 썼더라고요.(웃음) 그런 가사를 쓴 게 어리석기도 하면서 대견하기도 해요. 세상 물정 모르던 풋풋함과 모든 것이 처음인 파릇파릇함을 다시는 가질 수 없잖아요. 소중해요.

11년간 활동하며 기쁨의 정점을 찍은 순간이 있었어요?
무수히 많았지만, 딱 떠오르는 건 최근 일이네요. 바로 엊그제요.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을 정도로 행복했어요.

어떤 하루였나요?
가을이라 날씨가 너무 좋은데, 콘서트 준비와 <VS>로 바빠서 아무것도 못하다가 하루 딱 비어서 골프를 치러 갔어요. 베스트 스코어를 쳤어요. 83타! 최고점을 얻어 기분이 좋은 것도 있지만, 이날을 위해 온 우주가 도와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함께 치는 사람들의 시간도 맞아야 하고, 그들과 제 컨디션, 우리의 대화, 날씨, 캐디님의 컨디션 등 모든 것이 완벽했던 거죠. 모든 균형과 조합이 맞아떨어져 엄청난 행복이 왔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행복한 하루를 보내면 기록을 남기는 편이에요?
일기는 안 쓰는데, 이날은 버블에 감사하다는 글을 남겼어요. 오늘의 로이킴이 될 수 있게,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이들이 없었다면 그렇게 큰 행복을 느끼지 못했을 거예요. 커다란 행복을 위해 모든 게 빌드업된 거였죠.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행복 지수는 시간이 쌓일수록 높아질 수 있겠더라고요. 나 오늘 행복하다 싶으면 그게 또 최고조가 되는 것 같고요. 오늘 촬영 끝나고 다 같이 육회비빔밥 먹을 때도 행복했어요.

어떤 이들과 있을 때 편안함을 느껴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아요. 그런 사람과 있는 걸 좋아해요. 전반적인 바이브가 느긋하고 여유 있는 사람에게도 호감이 가요. 저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요.

 

에나멜 셋업은 잉크(Eenk). 네크리스는 돌체앤가바나. 톱은 페라가모.

레더 슈트는 코스(Cos). 슬리브리스 톱은 자라.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프린지 재킷은 지저스 온 레스 폴(Jesus On Les Paul). 네크리스는 디올 맨(Dior Men). 레더 팬츠는 자라. 버클 벨트는 토가. 슈즈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

 

오늘 모인 스태프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데 모두와 허물없이 지내더라고요. 세대와 연령을 떠나 모두와 허물없이 지내는 것, 그것 역시 여유 아닐까요?
생각해보니 저랑 잘 지내는 분들이 대체로 열 살은 차이가 나네요. 그분들 성격이 좋으신 거죠. 제가 까불 때는 또 엄청 까불거든요. 그럼에도 다 받아주시고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제가 하는 거라고는 지켜야 할 선을 넘지 않는 게 다인 것 같아요.

인간관계에 욕심은 더 없어요?
지금이 딱 좋아요. 더 많은 사람을 알고 노력하는 것보다 어벤저스급 소수의 친구가 더 좋아요. 혼자 살면서 ‘집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인지 더 그런 것 같아요.

독립이 전환점이 된 건가요?
100% 달라졌죠. 1년의 반은 외국에 있었으니 20대 중반까지 부모님과 살았는데, 그때는 집이 그렇게 편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누가 부르면 거절하지 않고 약속을 잡았는데, 막상 나가서도 엉덩이를 잘 못 붙이고 있는 애였어요. 독립한 지 1년이 다 되었는데 이제는 집에서 나가기가 싫어요.

싱글라이프의 기쁨은 뭐예요?
퇴근 후에 완벽한 고요를 만끽할 수 있다는 것. 저만의 규칙으로 정리된 공간에서 제 리듬대로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요.

곧 <나 혼자 산다>에서 볼 수 있겠는걸요.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로이킴’, 그다음엔 어떤 장면이 펼쳐지나요?
쓰레기를 좀 정리하고 씻으러 가요. 샤워에 진심이라 40분 정도 열심히 씻고 느긋하게 나와 발포 비타민을 타요. 그걸 들고 거실에서 넷플릭스를 보다가 졸기 시작하면 침대로 향해요. 그 시간이 굉장한 힐링이에요.

브이로그를 보니 인테리어도 예쁘더라고요. 지갑은 무탈한가요?
컵, 접시, 카펫, 조명 등 관심도 없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예쁜 것에 대한 시야가 넓어지더라고요. 다양한 것을 보면서 취향을 정립해가는 단계예요.

지금까지 발견한 취향은 어때요?
일단 저는 확신의 맥시멀리스트예요. 이것도 있어야 하고 저것도 있어야 하고, 뭘 모으는 것도 좋아해요. 깔끔한 걸 선호하면서도 원초적인 디자인에 끌려요. 요즘은 사람의 손으로 만든 아름다운 오브제나 주얼리에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아까 촬영 중 모니터를 하면서 ‘더 잘되고 싶다’고 했어요. 어떤 의미예요?
더 잘돼야죠! 이 질문에 이어 ‘네 삶이 만족스럽지 않냐? 돈을 더 많이 벌고 싶으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잘하고 있고 보내주시는 사랑에 충만한 감사를 느끼며 평생 살 수 있어요. 제가 더 잘되고 싶은 건 일을 같이하는 스태프가 어떤 한계도 없이 본인들의 역량을 더 활짝 펼칠 수 있길 바라서예요. 좋은 브랜드의 옷을 협찬받고, 콘서트에 세트나 조명도 풍부한 선택지에서 고를 수 있으려면 제가 더 성장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다음 목표로 해외 진출은 어때요?
무조건 할 거예요. 콘서트 끝나면 그것만 준비하려고요. 영어로 가사를 쓰고 저만의 색이 담긴 앨범을 만들고, 투어 버스를 타고 7~8개 주를 돌면서 콘서트하고 싶어요. 잘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10년 전부터 꿈꿔왔거든요. 더 미루면 안 할 것 같아요. 지금 해야 해요.

올해 못해서 아쉬운 게 많아요?
너무 많은데.

의외네요. 유튜브와 예능에서 어느 때보다 로이킴이 자주 보였거든요.
뭘 다양하게 하긴 했죠. 노래도 내고 독립도 하고 <VS>도 하고 콘서트도 할 예정이니까요. 많이 했는데 가면 갈수록 일이라는 게 자기 계발적 행위라고 느껴지지 않아요.

아직 창창한 서른인데 왜 그런 생각을 해요?
바쁘게 지냈고 그로 인해 성숙해진 것 같은데 정신적 발전을 위해 쏟은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서요. 그런 아쉬움이 큰 것 같아요. 집 앞에 도자 공예숍이 생겨서 해보고 싶었는데, 한 번도 못 갔어요. 질문 듣고 돌아보니 그게 제일 아쉽네요.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야속할 때도 있어요?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또 어리고 순수한 마음은 가져가고 싶은 괜한 예술가적 생각? 얼마 전 친구가 결혼했는데, 아빠에게 ‘시간이 참 빠르다’는 말을 했거든요. 그랬더니 아빠가 “야, 나는 눈 깜빡하니까 내일모레 죽는다”는 거예요. 시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을까요? 평생 체감 못하다가 흙이 될까 슬펐어요.

흙이 되기 전에 이루고 싶은 꿈이 있어요?
지금은 ‘해외에서도 내 음악이 먹힐까?’에 대한 기대가 커요. 사실 준비된 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말해야 실행할 것 같아 계속 떠들고 있어요. 어디서 본 글인데 사람은 환상(Illusion) 속에서 살아야 한대요. 그래야 그 환상이 이뤄질 확률이 1%라도 늘어난다고요. 늘 꿈꾸는 자가 되어야 한다고요.

듣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금이 로이킴의 전성기일까요?
마음속에 흐르는 주파수의 흐름이 상당이 좋은 파도를 타고 있는 건 분명해요. 순항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