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 데려가고 싶은 사람 채종협은 분명 자신이 무인도에서 쓸모가 있을 거라고 말했다. <무인도의 디바>가 곧 시작된다. 

셔츠는 질 샌더(Jil Sander).

레더 코트와 부츠는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 블랙 팬츠는 발렌티노(Valentino).

핀스트라이프 포플린 셔츠는 보테가 베네타. 오버올은 구찌(Gucci). 슈즈는 프라다(Prada).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인터뷰 괜찮아요? 내향인한테는 힘들 수 있는데요.
좀 그런 편이지만 괜찮습니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너가속>)나 <사장님을 잠금해제>에서는 활달해 보였는데, 그건 다 연기였군요?
작품을 다 봐주신 건가요? 아휴, 감사합니다. 저도 신나게 찍고 재미있게 봤어요.

두 작품은 어떻게 남았나요? <너가속>은 거의 선수처럼 연습했다면서요?
운동선수 역할을 할 때마다 매번 최선을 다하는데, 저 스스로는 아쉽더라고요. <스토브리그> 때도 야구 연습을 꽤 했는데, 아쉬운 게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더 선수처럼 열심히 한 것 같아요. <너가속>이 첫 주연이기도 했고요.

그 <너가속>으로 신인상을 받았어요. 연기로 받은 첫 상이죠.
오묘한 기분이었어요. 선배님들 앞에서 상을 받는 게 기쁘면서도 무겁기도 했어요. 한편으로는 ‘더 집중해야겠구나’ 싶었죠. 사실 그때는 즐길 틈이 없었어요. 바쁘기도 했고요. 돌아보면 그 순간이 진짜 꿈 같았어요. 다음 날 저는 또 촬영을 나갔고요.

<사장님을 잠금해제>는 신인 배우로서 연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가장 많이 붙는 상대 배우가 AI인 거나 다름없었잖아요?
그렇죠. 많은 작품을 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는 어렵고 생소하고 난해한 작품이었어요. 생각도, 시도도 많이 했어요.

<스토브리그> 유민호 선수 역에서 여기까지 왔네요. 돌아보면 어때요?
지금도 신인이지만 그때는 ‘완전 신인’이었죠. 아무것도 모르고 드림즈 형들이 하라는 대로만 따라 하는 막내였어요. 그런 면이 유민호라는 캐릭터와 어우러져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지금도 가끔 저희끼리 모여서 캠핑 가면 당시 영상 보면서 얘기를 많이 해요. 이제는 하려고 해도 그런 풋풋한 느낌이 잘 안 날 것 같아요. 그때는 현장에 가는 것조차 신기했거든요. 차에 타는 것도, 제 일정표를 받는 것도, 모든 게 다 신기했어요. 촬영하면 ‘이게 카메라구나!’ 싶고 한동안 카메라를 봐도 신기했죠.

곧 <무인도의 디바>가 시작됩니다. 한동안 안 보였는데, 계속 촬영 중이었죠?
쉬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계속 일하고 있었죠. 지금도 촬영하고 있고요. <사장님을 잠금해제> 종영쯤 <우연일까?> 촬영을 시작하고, 끝나고 나서 바로 <무인도의 디바> 촬영을 시작했거든요.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재미있게 찍었어요. 의도한 건 아니지만 계속 여름 촬영 작품을 하게 되네요.

‘현장 분위기가 좋다.’ 배우들이 자주 하는 말인데, 어떤 분위기를 말해요?
제가 원래 웃음이 많기도 하지만 이번 현장에서 유독 더 많이 웃었어요. 차학연 형도 그렇고, 박은빈 누나도 그렇고, 효진 선배님도 그렇고, 주헌 선배님도. 같이 촬영하는 선배님들과 개그 코드가 잘 맞는 것 같아요. 감독님하고도요. 그러다 보니 정말 재미있게 촬영하고 있어요.

개그 코드 맞는 거 중요하죠. 어떤 코드를 갖고 있어요?
이게 저만 웃기다고 해서.(웃음) 주변에서 왜 웃냐, 이게 웃기냐고 하는데 저만 웃고 있을 때가 많아요. 이런 모습이 메이킹에 담겼을지도 모릅니다.

하하, 주변에서 사회생활 잘한다고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런 소리도 들어본 적 있는데, 저는 진짜 웃겨서 웃는 거기 때문에.(웃음)

드라마 제목이 <무인도의 디바>예요. 대체 무인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죠?
사실 무인도에는 은빈이 누나가 있는 거고, 저는 무인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잘 몰라요. 저는 서울에 있는 예능 PD죠. 제가 맡은 캐릭터가 뭔가 소개할 거리가 많지는 않습니다. 드라마 인물 소개처럼 차갑고 과묵하고 표현하지 않는 PD죠.

<스토브리그>에 이어 은빈 씨와 또 작업하게 됐네요. 로맨스가 있나요?
작가님의 대본에 달렸지만, 저는 있다고 생각하고 촬영하고 있습니다.(웃음) 설렘을 줄 수 있는 드라마면 좋겠네요. 남은 한 달 동안 열심히 또 해야죠! 사실 저도 촬영 중이라 아직 모르거든요.(웃음) 일단 저희 작품은 대본이 너무 재밌어요. 기대해주세요.

예능 PD 역할인데, 딱히 예능 출연 경험이 많지 않죠?
네, 드라마 홍보로 몇 번. 예능은 시청자분들의 여가 생활에 웃음을 드려야 하는 건데, 저는 참 그 수많은 카메라 앞에서 뭘 해야 할지….(웃음)

그럼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면 마음이 제일 편할 것 같아요?
저는 어디 다큐? <세계테마기행> <걸어서 세계 속으로> 이런 거요. 그런 편안한 분위기가 심적으로는 더 편하지 않을까 해요.

 

셔츠는 발렌티노. 선글라스는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이너로 입은 슬리브리스와 재킷은 디올 맨(Dior Men). 비니는 리메크(Lie Meque).

레더 베스트와 레더 팬츠, 레더 부츠는 모두 베르사체(Versace). 오른손에 낀 반지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무인도에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요?
다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좋아요.

얼마 있다가 데리러 가면 되겠어요?
일주일도 좀 깁니다. 4박 5일 정도? <정글의 법칙> 같은 걸 보면 한번 경험해보고 싶긴 해요. 재미있게 본 프로그램 중 하나예요.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3가지’는 아주 고전적인 질문이죠. 한번 해봅시다.
우선 음악이 항상 필요하기 때문에 배터리가 무한한 MP3 같은 걸 들고 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정말 기본적인 칼, 불 같은 거. 어쨌든 MP3는 꼭 있어야 해요.

이 질문도 언제 받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기 마련이에요. 만약 학생이었던 채종협에게 물어본다면요?
그때는 아마 친구? 고등학생 채종협은 사람과 어울리는 걸 좋아했거든요.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을 좀 더 즐기는 거 같아요.

혼자 있어야 충전돼요?
그런 면도 없지 않는 거 같아요. 딱히 누구를 만날 시간도 많지 않고요. 죽마고우처럼 친한 친구들은 지방에 살고, 결혼하고 하니 자주 보기가 어렵거든요.

종협 씨를 무인도에 데려가면 좀 쓸모가 있을까요?
없지는 않을 거 같습니다. 몸으로 하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편이라, 적응은 좀 느리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지 않을까요?

어떤 부분에서 스스로 느리다고 느껴요?
기본적으로 생각이 많아요. 말도 좀 느린 편이에요. 생각을 하고 말하는 편? 어떻게 보면 신중하다는 게 맞을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지능이 높으면 신중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소심한 유전자가 아직까지도 있다고 하죠.
오, 그렇구나! 감사합니다. 저는 제 성격을 좋아해요.

요즘은 화보 촬영장에서도 예능처럼 할 게 많아요. 릴스도, 유튜브 인터뷰도 있고요. 오늘의 모든 미션 중 뭐가 제일 부담스러워요?
지금 인터뷰가 제일 편안해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되니까요. 근데 릴스나 유튜브나 화보는 저를 멋지게 꾸며야 하는데, 그런 게 워낙 서툴러서요.

모델 출신인데도요?
저는 어디 가서 제가 모델 출신이라고 하지 않습니다.(웃음) 2cm만 더 컸으면 어떨까 싶어요. 모델 일을 좀 더 오래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오늘 스케줄 중에서는 유튜브 인터뷰가 가장 걱정됩니다.

유튜브 질문을 보니 “내가 제일 잘생겨 보일 때는 000다.” 쉽지 않겠는데요?
솔직하게 답변드리려고요. 잘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고요.

그럼 어떻게 생긴 것 같아요?
푸근하게 생긴 거 같아요. 옆에 편안하게 기대기 좋은? 뭔가 그런 느낌 있잖아요. 막 부담스럽지도 않고, 만만한.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제가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요?(웃음)

대화해보니 남한테는 잘 웃어주는데 자기 자신에게는 잘 웃어주지 않네요.
습관인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저 자신한테 당근보다 채찍을 많이 줬어요. 제게 큰 기대치가 없어야 해냈을 때 성취감도 더 큰 거 같고요. 결과물은 어떨지 모르지만 매 순간 그런 느낌으로 다가가는 거 같아요.

그래도 스스로에게 칭찬 한번 해줘봐요.
지금까지 잘 견뎠다.(웃음) 살아오면서 사람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잖아요. 그런 개인적인 일들 속에서 잘 견디고 잘 버텼구나.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도 좋은 자질이죠. 요즘은 경쟁과 속도가 너무 빨라서 거기에 휘둘리지 않는 줏대도 필요한 것 같거든요.
느리고 길게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이 길을 계속 갈 거라면 좀 더 천천히 둘러보면서 가자’ 싶어요.

아직 방영 전이지만 <무인도의 디바>는 결국 꿈에 대한 이야기 같거든요. 종협 씨는 자신의 꿈을 단단히 잡고 있어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뭐가 필요할까요?
결국은 노력과 믿음 아닐까요? 제 본래 꿈이 배우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게 꿈이 됐죠. 제가 하고 싶은 것에 있어서는 잘 붙잡고 있는 것 같아요. 저 자신과 제 연기를 믿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좀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믿음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야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로 더 공감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시종일관 차분하고 꼿꼿한 채종협이란 사람을 흔들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이어폰 뺏으면 돼요. 노래는 정말 계속 듣고 있습니다.

요즘은 뭐 들어요?
여기 오면서 찾은 노래인데 ‘Exhale’이라고 사브리나 카펜터의 곡인데요. 그 노래를 앞으로 일주일 내내 듣게 될 것 같아요.

오늘 화보 촬영 배경 음악은 그걸로 하죠.
아…, 화보 촬영하면서 틀기에는 좀 처질 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