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나 콘도르가 떠난 정체성 여행
국적과 스타일 어느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라나 콘도르. 그가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기까지.
저는 아시아계 미국인이에요. 아시아 문화를 경험할 수 없는 가정에서 자랐지만, 저는 명백한 아시아인이었죠. 부모님은 항상 제 뿌리를 찾는 일에 격려를 보내셨어요. 성인이 되고 내가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 알기 위해 여행을 시작했죠. 아시아 전역과 제가 태어난 베트남에도 가봤어요.
남과 다른 외모 때문에 어릴 적부터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지에 궁금증이 많았죠. 유년기와 청소년기에는 줄곧 발레를 했어요. 발레는 외모를 다듬어야 하는 운동이에요. 발레를 하면서는 고정관념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빨간 입술과 고양이 같은 눈매. 그때는 그게 좋아서 발레를 하지 않을 때도 그런 화장을 하고 다녔죠. 하지만 메이크업이 항상 좋은 건 아니었어요. “더 밝은 컬러의 파운데이션을 발라. 무대 위에서는 도자기 인형처럼 보여야 해. 더 아름다워 보일 수 있도록 말이야.” 발레 선생님이 자주 하던 이야기예요. “클라라는 동양인처럼 보이면 안 돼. 화장으로 얼굴이 달라 보이게 합시다.”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했을 때 들은 말이에요. 이때 저도 모르게 어떤 거부감이 생긴 것 같아요. 왠지 편하지 않았죠.
지금은 일반적 미의 기준에서 자유로워요.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요. 특히 발레를 할 때는 저의 미적 정체성을 찾기가 힘들었어요. 19세에 연기를 시작하면서 발레를 그만뒀고, 그때부터 외모만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연기를 하면서 제 목소리로 저를 드러낼 수 있음에 즐거웠고요.
저는 운이 좋았어요. 제가 연기를 시작한 시기에 미투 운동이 일어났고, ‘표현’이 더 중요시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클래식하지 않은 외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죠. 심지어 제 주변의 스태프도요. 제 둥근 얼굴을 갸름해 보이게 하기 위해 조명을 달리 설치해야 했고, 저를 더 길어 보이게 하려고 스타일링도 고심해야 했죠. 촬영장에 모인 사람들은 저도 일반적으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특정한 방식으로 보이길 원했죠. 저도 그게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걸 알았지만, 그게 실제의 나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넷플릭스 드라마 <유령인데 어쩌라고>에서 제 역할은 옆집 소녀에서 배드 걸로 변신해요. 아주 강렬한 메이크업을 하죠. 제가 아닌 모습에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기의 즐거움이라 생각해요.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언제나 그리고 영원히>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러운 메이크업으로 등장해요. 정말 마음에 들었죠. 아이라인을 짙게 그리고 블러셔를 많이 하기도 했는데, 이때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알게 되었어요. K-뷰티에 빠져든 계기였죠. 지금 촬영 중인 영화는 이전과 좀 달라요. 출연진 전체가 아시아인이거든요.
전에는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 아름다워 보여야 했다면, 여기에선 ‘고전적인 아시아인’으로 아름다워 보여야 하죠. 메이크업도 전과 확연히 달라졌고요. 제 생각에 미국에서는 ‘윤곽’을 강조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브론저도 자주 사용하죠. 하지만 아시아에서는 피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아요. 피부가 반짝이고 매끄러워야 하죠. 유리알처럼요!
나 자신을 알아가고, 나만의 아름다움을 찾는 여정은 정말 흥미로워요. 제가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의 라라 진에 특별히 몰입하고 공감한 건 저처럼 정체성을 찾아가는 캐릭터였기 때문이에요. 라라 진의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이었거든요. 저는 이 정체성 여행이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될 거라 생각해요. 아무도 대신 찾아줄 수 없어요.
- 에디터
- 이정혜
- 포토그래퍼
- ANNIE LAI
- 글
- JESA MARIE CALAOR
- 스타일리스트
- SAVANNAH WHITE
- 헤어
- NIKKI PROVIDENCE
- 메이크업
- RACHEL GOODWIN
- 네일
- THUY NGUYEN
- 프로덕션
- ILONA KL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