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제니, 그리고 샤넬 2024 S/S 컬렉션
가을비가 거리를 촉촉이 적셨던 파리 패션위크 마지막 날, 샤넬의 2024 S/S 레디 투 웨어 컬렉션 공개를 앞둔 파리 그랑 팔레 에페메르만은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으며 열정의 에너지가 흘러넘쳤다. 샤넬의 앰버서더 제니와 페넬로페 크루즈, 헐리웃 스타 패리스 힐튼 등의 참석으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이곳, 쇼 장 전면은 소박한 마을 풍경 위에 아름다움을 활짝 틔운 꽃들로 가득 찼으니. 그 낭만적이고 활기찬 온도는 컬렉션에 초대된 모든 이들의 마음을 동화시키기 충분했다. 새로운 시즌,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는 샤넬 하우스와 아주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모더니스트 빌라 노아이유를 테마로 ‘자유와 움직임에 대한 찬사’를 2024 S/S 레디 투 웨어 컬렉션에 담았다고 소개한다.
이번 쇼의 배경이 된 프랑스 남부 예르 마을에 위치한 빌라 노아이유는 열렬한 예술 후원자 부부였던 샤를 드 노아이유(Charles de Noailles)와 마리-로르 드 노 아이유(Marie-Laure de Noailles)가 친구, 예술가, 지식인들을 맞이하고 아방가르드 역사의 한 장을 써 내려갔던 곳이다. 1923년 로베르 말레-스테뱅스(Robert Mallet-Stevens)가 설계한 이 모더니스트 빌라는 바다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다. 특히 공간 구석구석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체크 패턴의 큐비즘 양식 정원은 목가적인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명소. 가브리엘 샤넬 역시 파블로 피카소, 만 레이, 장 콕토 등 시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과 이곳에서 편안한 여가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캣워크에 등장한 모델들은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누리기 위해 프라이빗한 정원으로 외출한 로맨티시스트 그 자체였다. 룩 전체에 감도는 경쾌한 컬러는 기하학적인 패턴과 대조적인 실루엣으로 표현돼 예술적 영감으로 충만한 빌라 노아이유를 꼭 빼닮아 있다. 클래식한 아이코닉 트위드는 애슬레저 룩과 매치해 언제 어디서나 아티스틱하고 여유로운 스타일을 누릴 수 있도록 활용했고, 네오프렌 슈트와 레이스 드레스는 생동감 넘치는 플라워 모티프로 장식했다.
“세련미와 캐주얼함이 공존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컬렉션 전반에 트위드 소재를 사용했고 스포츠 웨어와 레이스 같은 반대의 요소들을 멋스럽게 결합시키고자 노력했죠. 빌라 노아이유의 정원과 수영장이라는 멋진 배경에서 얻은 영감이 큰 도움이 되었어요.”_샤넬 아티스틱 디렉터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
수영복, 오간자 베이비돌, 스포츠 웨어, 이브닝드레스도 모두 마찬가지로 남프랑스 태양의 에너지를 선사한다. 구속에서 해방된 실루엣과 낮은 허리 선의 룩은 플랫 슈즈를 매치해 한층 자유로운 모습. 슈트 역시 어깨 장식과 라이닝을 제거해 가볍고 매우 유연하며 마치 드레스처럼 연출한 롱 카디건, 포켓 장식 팬츠, 플리츠는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유용하게 디자인했다. 은근한 비침이 있는 블랙 오간자 룩에선 관능미도 슬며시 엿보이고 동시에 무한한 레이어링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20세기 중반 가브리엘 샤넬과의 우정으로 시작해 전시, 사진 촬영 등 하우스의 아카이브 속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했던 이 역사적인 곳과 샤넬의 파트너십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특히 올해는 빌라 노아이유의 건립 100주년이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해 국제 패션, 사진 및 액세서리 페스티벌에서는 특별히 마리-로르 드 노아이 유의 개인 의상을 주제로 한 새로운 전시를 개최한다. 오는 10월 12일부터 2024년 1월 14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엔 샤넬 아카이브에서 재현한 노아이유 자작부인의 드레스 세 벌도 공개된다. 기쁨, 스포츠, 축하의 분위기가 감돌면서도 우아함과 느긋한 애티튜드를 잃지 않는 샤넬 2024 S/S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을 감상하며 시간을 초월하는 빌라 노아이유의 아티스틱한 영감을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본 기사에는 협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