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뜨겁게 달군 ‘육식’을 탐구했다. 사자처럼 먹고 사는 게 정말 가능할까? 

최근 한 달 동안 고기만 먹은 크리에이터 로리 블랜드(Rory Bland)의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버터를 덩어리째 씹어 먹기도 한다. 인플루언서 리버 킹(Liver King)은 이름처럼 동물의 간을 열심히 먹어 치운다. 틱톡에 해시태그 #Carnivorediet를 검색하면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무려 6억5천만에 달한다. 다진 고기에 달걀을 넣어 빵처럼 구운 카니보어 브레드, 수분과 우유 고형분을 없앤 순수 브라운 버터에 베이컨을 넣은 과자 카니보어 크래커 등 육식 레시피를 향한 관심 역시 뜨겁다. 극단에 있는 식습관의 결정체를 보는 듯한 현상은 순수한 호기심과 혐오의 시선으로 갈린다. 

저탄고지 식단은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매번 위험성에 대한 논란은 있었지만 황제 다이어트, 팔레오 다이어트, 키토 다이어트 등이 효과적인 체중 감량 식단으로 인기를 얻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육식 위주의 식단은 육류만 섭취하는 극단적인 형태로 진화했다. 먹는 것이 곧 나를 정의하는 시대에서 건강에 대한 염려는 어느 순간 자신의 정치적 성향, 정체성과도 결부된다. 육식 기반 식단의 창시자인 폴 살라디노(Paul Saladino) 박사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최적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약속했다. 사자 다이어트(Lion Diet)를 개발한 임상 심리학자 조던 피터슨(Jordan Peterson)의 딸이자 100만 유튜버인 미케일라 피터슨(Mikhaila Peterson)은 자신의 채널에서 육류와 남성 관련 콘텐츠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육식의 왕’이라는 별명으로 동물의 간을 섭취해 유명해진 숀 베이커(Shawn Baker)는 탄수화물 섭취를 멈추고 육류만 먹으며 자신의 성공 신화를 설파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코미디언 조 로건(Joe Rogan)은 한 달간 카니보어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하다 설사로 고생해 그만두었고, 제임스 블런트(James Blunt)는 육류 식단을 무리하게 시도해 괴혈병을 얻기도 했다. 육류 식단의 성공담을 전하는 사람 대부분은 의사의 치료법이 오히려 건강을 악화시켰고, 육식만이 건강을 되찾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취재한 바에 따르면 맹신자들은 오히려 육식에 관한 모든 진실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조언을 했다. 그 조언에 따라 나는 취재를 시작했다. 여러 육류 애호가, 영양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육식의 다양한 세계, 육류 식단을 지키는 이유, 건강과의 관계성을 알아보기로 했다. 

 

육식의 실체 

카니보어 다이어트, 사자 다이어트 등의 육식은 철저히 육류로만 구성된 식단이다. 다양한 종류가 있으며, 일부는 육류 외에 다른 음식을 섭취하기도 한다. 자칭 다이어트 전문가라는 이들과 인플루언서, 그들의 추종자는 육류 기반의 식단이 만성 질환을 치료한다고 주장한다. 살라디노는 “육식 다이어트는 질병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이며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사자 다이어트의 창시자 미케일라 풀러는 “육식 다이어트로 궤양을 비롯해 자가면역 질환, 우울증 등을 고칠 수 있으니 약 복용도 중단하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앞선 모든 주장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권장 식생활과는 상반되는 주장이다. UCLA 의료 센터의 선임 임상 영양사인 데이나 엘리스 헌스(Dana Ellis Hunnes)는 “이런 식으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체내 서식하는 마이크로바이옴, 심혈관 건강, 나아가 환경에도 이롭다”고 말했다. 

 

육식의 다양성 

탄수화물을 제한하며 단백질 섭취를 늘린다는 방향성은 같지만 육식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동물성 식단(Animal-based Diet), 카니보어 식단(Carnivore Diet), 사자 식단이다. 동물성 식단은 육류 식단 중에서도 강도가 가장 약하다. 2018년 살라디노에 의해 탄생했고, 개인 취향에 따라 고기 외 다른 음식도 소량 섭취가 가능하며 고기나 동물 장기를 주로 먹지만 과일과 꿀, 가공하지 않은 유제품도 먹을 수 있다. 카니보어 식단의 창시자는 2018년 관련 유튜브 영상을 게재하기 시작해 이듬해 아마존 베스트셀러 <The Carnivore Diet>를 출간한 숀 베이커다. 탄수화물뿐 아니라 채소와 콩과 식물, 과일도 섭취하지 않는다. 철저히 동물성 식품으로만 구성해 고기와 생선, 가금류, 달걀, 유제품만 먹는다. 버터, 동물 기름인 탤로, 돼지비계 기름인 라드 등은 허용한다. 하지만 맥박이 뛰는 생물에서 파생한 음식이 아니라면 항영양소(Anti-nutrient)로 분류되며, 과일에 함유된 성분 역시 필수 영양소 흡수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금지 품목에 해당한다. 셋 중 가장 엄격한 사자 다이어트는 풀러의 블로그 ‘Don’t Eat That’을 통해 소개됐다. 고기와 물, 소금 외 다른 것은 섭취하지 않는 식이요법이다. 소와 양처럼 소화 과정에서 되새김질하는 반추동물만 섭취한다. 닭과 돼지와 달리 반추동물이 식물의 화학 성분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반추동물에서 얻은 고기가 다른 동물에 비해 몸에 좋은 지방산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환경 측면에서는 반대에 가깝다. 이 식이요법은 오직 소금으로만 간하고, 고기 외에는 물만 마실 수 있다. 

 

육식의 문화 

보건 당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위의 3가지 식단을 중심으로 육식의 팬덤은 꽤 견고하다. 리버 킹에 대한 다채로운 뉴스 기사, 조 로건의 올 미트 다이어트 공개 지지, 버프 듀드(Buff Dudes)를 비롯한 유명 유튜버의 조회수가 그 증거다. 육식 마니아 대부분은 헬스장에 살다시피 하며 몸 만들기에 진심인 사람들로 추측된다. 하지만 의료 시스템의 좌절을 맛본 사람 역시 육식을 지지하기도 한다. 건강 문제로 고생하다 스스로 치료법을 강구한 셈이다.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다이어트 코치로 활동 중인 켈리 호건(Kelly Hogan)은 강성 육식파 중 한 명이다. “2009년 이후로 채소에 손댄 적이 없어요.”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는 뿌듯함이 가득했다. 소화 문제와 온몸에 퍼진 종기로 고생하던 그는 제거 식이요법을 여러 번 시도했다. 그중 카니보어 식단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었다. 모든 면에서 건강해졌다고 말하는 그는 54kg에 달하는 체중 감량도 모두 카니보어 식단 덕분이라 여긴다. 그의 혈당과 혈압은 모두 안정권에 들어섰지만, 주치의는 여전히 그에게 채소 먹기를 강하게 권장하고 있다.
텍사스식 요리 블로거 애슐리 로스테인(Ashley Rothstein) 역시 팔레오 다이어트를 시작으로 육류 기반 식단에 흠뻑 빠졌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문제를 겪던 그는 한때 키토 식단을 시도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식단을 유지했는데도 여전히 컨디션이 최상은 아니었죠”라는 말을 남겼다. 엄격한 카니보어 식단에도 도전했지만 이 역시 맞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몸이 호전된 것 같다가도 여전히 뭔가 모자란 듯했어요. 약간의 채소와 탄수화물이 있어야 최상의 컨디션이 유지되는 것 같아요.” 그는 카니보어의 실패 후 우연히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한 폴 살라디노의 동물성 식단에 대한 설명을 접했다. “’바로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폴이 한 이야기의 상당 부분에 공감했죠.” 

 

육식은 정말 건강할까? 

영양학 전문가 케이티 잔빌(Kathy Zanville)은 육류 위주의 식단이 이상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고기만 먹고 사는 게 가능하다고 해서 육류만 섭취하는 것은 정신과 신체 건강에 이롭다고 할 수 없습니다.” 비육류 식품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비타민, 섬유질, 무기질이 부족해지면 장기적으로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비타민 결핍은 피로, 괴혈병을 유발할 수 있고, 섬유질 부족은 소화장애를 비롯한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양고기, 소고기, 치즈에 함유된 포화지방의 섭취가 지나치면 심장질환의 위협성이 커진다는 것 역시 미국 심장 협회의 설명이다. 잔빌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영양 가이드라인은 공식 연구를 기반으로 하지만, SNS에서 유행 중인 육류 식단은 신뢰할 만한 연구 결과도 부족하고, 대부분이 개인의 경험담을 근거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육식을 시작한 이후 건강해진 사람도 있겠지만, 컨디션 호전에는 식단 외에 유전, 환경적 요인 역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균형 잡힌 식단이 제일 건강한 셈이다. 고기건 채소건 특정 종류의 음식을 엄격하게 섭취하는 제한적 식단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고립감을 조장할 수 있다. “친구들과 식사를 통한 상호 작용, 가족과 둘러앉아 식사하는 기회가 사라지고 먹는 것을 의식해야 하는 강박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는 곧 정신적 웰빙을 저해한다고 충고했다. 철저한 육식을 추구하는 호건 역시 육식이 모두에게 적합한 식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모든 사람을 육식주의자로 전향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라고 얘기했다. 게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삭제하기는 했지만, 풀러 역시 2020년 트위터에 채소를 다시 섭취하기 시작했음을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채소를 먹지 않은 지 3년이 지났습니다”로 시작되는 게시물에는 ‘채소를 몸에 다시 소개할 때 부디 내 몸이 심한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