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커머스 플랫폼이 앞다퉈 럭셔리 뷰티 전용관을 론칭하고 있다. 올리브영 ‘럭스에디트’, 쿠팡 ‘로켓럭셔리’, 카카오 선물하기 ‘럭스’까지. 이 공들인 전쟁의 승자는 누구일까?

이커머스의 새로운 타깃

이제 이커머스 플랫폼의 격전지는 ‘럭셔리 뷰티’다. 엔데믹 이후 이커머스 업계가 빠른 배송에 사활을 걸며 몸집을 키우던 중, ‘스몰 럭셔리’가 소비 트렌드로 등장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지 모른다. 실제로 시간 내서 백화점에 가는 것보다 쉽고 안전하게, 때로는 더 많은 혜택을 받으며 명품 화장품을 받아볼 수 있기에 이커머스에서 럭셔리 뷰티템을 구매하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

<얼루어>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럭셔리 뷰티템을 구매해본 이들이 70%를 넘어 그 수요를 가늠할 수 있었다. 두 달 전, 카카오 선물하기는 럭셔리 전문관인 ‘럭스’를 공개해 120여 뷰티·패션 브랜드의 다채로운 럭셔리 제품을 소개했다. 또 지난달 올리브영은 온라인 프리미엄 전문관을 새롭게 단장해 ‘럭스에디트’를 선보였고, 동시에 쿠팡이 ‘로켓럭셔리’를 출범시키며 럭셔리 뷰티 전용관을 열었다. “엔데믹 이후 시장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고객을 위한 새로운 럭셔리 뷰티의 장을 열고자 했어요. 국내외에 떠오르는 하이엔드 뷰티 트렌드를 빠르게 발굴하고 당일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과 실시간 소통 방송 ‘올영라이브’ 등으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더욱 트렌디하게 소개하려고 했죠.” CJ올리브영 프리미엄팀 황하영의 말처럼 이커머스 플랫폼 대부분이 럭셔리 뷰티에 집중한 계기는 엔데믹을 겪고 난 뒤 온라인 쇼핑으로 넘어간 소비 형태다. 다만 흥미로운 건 모두 시작점은 같아도 각 플랫폼의 전략이 철저히 다르며, 제각기 럭셔리 뷰티 분야에서 입지를 다지기 위한 무기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올리브영 ‘럭스에디트’는 앞서 말한 것처럼 ‘떠오르는 하이엔드 뷰티 브랜드’에 집중한다. 이미 명성 있는 럭셔리 브랜드와 더불어 올리브영만의 검증된 안목을 바탕으로 떠오르는 국내외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선별해 소개한다. 뷰티 빠꼼이만 알 법한, 해외여행지에서 꼭 구매하는 입소문 난 브랜드나 젠지가 사랑하는 감각적인 인디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장 먼저 선보이는 것. 최근에는 샴푸계의 샤넬로 불리는 브랜드인 올라플렉스, 할리우드 배우들의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만든 럭셔리 헤어 케어 브랜드 필립비 등을 입점시켰다.

한편 카카오 선물하기 ‘럭스’는 10만원 이하부터 1억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럭셔리 제품을 보여주고, 온·오프라인 체험 서비스를 결합해 색다른 경험까지 선물하는 ‘기프트 엑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럭셔리 뷰티 제품을 선물하면서 해당 브랜드의 뷰티 클래스나 커스텀 향수 만들기 등 체험형 콘텐츠에 초대하는 식이다. “기프트 엑스는 유형의 상품에 무형의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 선물 서비스입니다. 백화점 매장을 방문하는 것 이상으로 다채롭고 색다른 경험을 선물할 수 있어요.” 카카오 선물하기 럭스셀 서은영 셀장은 단순히 럭셔리 뷰티템 구매를 넘어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차별점이라고 말한다. 또 카카오 선물하기는 백화점 공식 온라인 사이트를 제외, 샤넬 뷰티 등의 영향력 있는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입점시킨 유일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발렌티노 뷰티는 국내 론칭과 동시에 첫 판매를 카카오 선물하기로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쿠팡의 ‘로켓럭셔리’는 럭셔리 뷰티 전문관을 세분화하고 스페셜 패키지 서비스를 더해 경쟁력을 키웠다. 선물관, 신상품, 베스트 상품 등 럭셔리 뷰티 쇼핑 목적에 따라 원하는 제품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로켓럭셔리의 정체성이 깃든 전용 파우치에 별도 포장한 스페셜 패키지를 무료 제공한다. 기존 로켓와우 회원이 누리는 무료 배송, 무료 반품 혜택도 동일하게 적용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커머스가 럭셔리 뷰티로 부상하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인 ‘신뢰의 문제’는 어떨까? (<얼루어> 설문 조사에서도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럭셔리 뷰티템을 구매해본 적 없다고 응답한 이들의 24%가 ‘진품 신뢰성 부족’을 이유로 꼽았다) 올리브영 럭스에디트는 가품 의혹을 차단하기 위해 오프라인 특화존을 만들어 제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카카오 선물하기는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본사가 직접 입점해 상품을 판매·관리한다는 점을 내세워 신뢰도를 높였다. 쿠팡 로켓럭셔리는 쿠팡이 브랜드별 한국 법인에서 직매입한 100% 정품임을 보장하고 있다.

럭셔리 뷰티의 온라인 전략

이처럼 이커머스 플랫폼의 럭셔리 뷰티 경쟁 과열은 엔데믹과 스몰 럭셔리 트렌드가 맞물려 수익성이 보장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백화점 1층만 고집하던 콧대 높은 럭셔리 브랜드는 왜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히는 걸까? 이 역시 엔데믹으로 인한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 감소가 이유일까? 몇몇 럭셔리 뷰티 담당자는 ‘이커머스 플랫폼이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창구’라고 말한다. 현재 럭셔리 뷰티의 주 고객층인 20~30대가 이커머스 쇼핑의 편리함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기에, 이를 이용해 다가가기 어렵다는 이미지를 벗고 친근해지려는 것. 시간이 지나 이들의 구매력이 한층 높아질 것을 계산한 움직임이기도 하다. 럭셔리 뷰티 브랜드의 큰 그림과 이커머스 플랫폼이 만난 지금의 경쟁은 우리에게 더 많은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더 가까이서 만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이제 그 기회를 마음껏 누리면 된다. 내 취향을 저격한 이커머스 플랫폼을 찾아 방구석에서 럭셔리한 랜선 쇼핑을 즐기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