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과 ‘얼루어 그린 캠페인’은 <얼루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키워드이자 움직임이다. 모두가 기후위기를 외치지만, <얼루어>의 행보는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진심이었다는 것. 

최초의 에코 라이프스타일 

2003년 창간한 <얼루어>의 캐치프레이즈 중 하나는 ‘웰빙.’ 단순히 나만 잘 사는 것이 아닌 지구와 환경을 돌보는 것이 결국 나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는 가치를 품고 있었기에 <얼루어>는 시작부터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외쳐왔다. 2005년 4월호의 ‘웰빙의 새로운 스펙트럼, Eco-Lifestyle’ 기사는 거의 20년이 된 지금도 유효하다. 일찌감치 환경운동에 참여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카메론 디아즈, 크리스티 털링턴, 안젤라 린드발의 행보와 함께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새로운 단어 9가지를 소개한다. 로하스, 에코 투어리즘, 슬로푸드, 유전자 조작 식품, 오가닉 푸드, 로 푸드, 환경호르몬 등 지금은 익숙한 단어가 당시에는 새로운 개념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안젤라 린드발은 이렇게 말한다. “요즘의 오가닉과 환경에 대한 관심은 일종의 유행인가? 그걸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좋은 유행인 것은 맞지 않나? 나는 이 유행이 오래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최초의 ‘얼루어 그린 캠페인’ 

2008년은 <얼루어>가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전파하기 위해 오디언스와 함께하는 오프라인 이벤트 ‘얼루어 그린 캠페인’을 시작한 해다. 2008년 4월 18일 열린 이 행사는 한국 매거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강남구의 협조 아래 가로수길의 차량 통행을 막아 가로수길 전체를 차 없는 거리로 만든 것. 당시 뷰티 디렉터는 이렇게 기록했다. “이날 가로수길은 그린과 사람의 싱그러운 물결로 가득 차고 넘쳤다.” 첫 얼루어 그린 캠페인은 ‘지구의 날’을 함께 축하하며 환경운동연합, 강남구, 가로수길 지역 주민이 한마음으로 완성한 대규모 에코 페스티벌이었다. 초록색 얼루어 배너가 펄럭이는 가운데 패션·뷰티 피플, 아티스트, 셀러브리티, 환경운동가와 오디언스가 모두 모였고, 브랜드 17개와 가로수길의 카페, 레스토랑, 숍 32곳이 함께했다. 브랜드의 부스, 뮤지션의 에코 콘서트를 열고 업사이클링 작품도 전시했으니, 지금 국내 곳곳에서 열리는 친환경 페스티벌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알리기 위해 자전거 500여 대가 가로수길을 달린 ‘에코 바이크 퍼레이드’는 그야말로 화룡점정! 

 

최초의 ‘그린 이슈’ 

매거진 전체 한 권을 그린 이슈로 채우기 시작한 건 2009년부터다. 이때부터 해마다 4월이 되면 <얼루어>의 로고는 초록색으로 물들었고, 2010년부터는 더 쉬운 재활용을 위해 4월호만큼은 코팅 없는 커버와 재생지를 사용했다. <얼루어>의 에디터라면, 4월이면 누가 뭐래도, 팬데믹이 와도 엔데믹이 와도 ‘그린 이슈’를 완성해야 한다는 걸 안다. 뷰티, 피처, 패션 에디터가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골몰하는 이때, 에디터를 좌절시키는 건 편집장과 디렉터의 한마디다. “예전에 이미 다뤘어” “지난번에 인터뷰했어”. 15년 가까이 ‘그린’을 주제로 특집 기사를 작성한 탓에 웬만한 인물과 기사는 이미 다룬 것. 그래서 에디터들은 더 깊이 들어가고, 더 많이 찾아보고, 알고 있던 사실까지 비틀어본다. 다른 미디어에서 조금씩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다루기 시작할 때, <얼루어>는 ‘그린 워싱’과 그 폐해를 다뤘고 때로는 논문을 찾고, 해외 아티스트와 긴밀하게 연락하며 새로운 그린 이슈에 매진한다. 그러면서 에디터의 실제 삶도 변화했다.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면, <얼루어> 에디터를 찾길! 

 

최초의 남산

‘남산은 곧 얼루어 그린 캠페인, 그린 캠페인은 곧 남산’이라는 공식은 언제부터 성립됐을까? 2010년, <얼루어>는 자연 속에서 친환경 라이프스타일 파티를 열기 위해 남산으로 향하며 초대장을 띄웠다. ‘4월 23일, 벚꽃이 한창일 때 남산 N서울타워로 오세요.’ 이때부터 ‘남산타워’와 함께 그린 점등식을 하며 서울의 밤을 온통 녹색으로 수놓게 된다. 당시 올리브영과 함께 제작한 ‘Think Green’ 에코백은 책 속의 쿠폰을 오려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었는데 품귀 현상을 빚었다. 덕분에 남산은 <얼루어> 팀에게, 오디언스에게, 트렌드세터에게 추억의 장소가 됐다. 그린 캠페인은 해마다 4월 말경 열린다. 2010년대 초반에는 꽤 서늘한 날씨로 에디터들은 옷을 든든하게 챙겨 입었으나, 2020년대에 들어서는 추위보다 더위를 느끼는 날이 많아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중. 

 

최초의 그린 셀러브리티

우리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들이 매달 매거진을 장식하는 요즘이지만, 매거진의 역사에서 ‘한국인’이 커버 모델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한국인 최초로 커버 장식’이라는 게 뉴스가 되던 시절이 있었고, 커버걸은 해외 톱 모델이 차지하던 때다. 최초의 <얼루어> 4월호 한국인 커버 모델은 2014년의 이효리다. 첫 커버 모델을 이효리로 정한 건, 그만큼 그가 녹색의 삶을, 유명인으로서 누구보다 용감하게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제주 이효리 집에 도착해 반려동물을 비롯한 그의 가족을 만난 기억이 생생하다. 이효리는 2013년 결혼했고, <효리네 민박>이 2017년 시작한 걸 떠올려보면, 그 무렵 ‘이효리의 제주 라이프’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제주의 집과 반려동물, 이전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자유로운 이효리의 모습과 친환경에 대한 그의 진정 어린 생각을 담은 그해 4월호는 뜨겁게 사랑받았다. 이후 배두나, 이하늬, 류준열, 샤이니, 유연석 등이 4월의 얼굴이 되었다. 4월이 되면, 모두가 그렇게 한마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