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으로 잠시 닫혀 있던 마카오의 문이 활짝 열렸다. 잠들지 않는 도시 마카오에서는 매일 진수성찬을 즐겨야 한다. 미식의 도시 마카오에서는 그게 위너다.

1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윙레이 팰리스의 전채 요리. 2 골든 플라워의 전복 요리.
3, 4 미슐랭 2스타를 받은 미즈미는 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은 가이세키로 유명하다.

윈 마카오의 호화로운 객실.

윈 팰리스의 자랑거리인 분수쇼를 객실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극장식 레스토랑 SW 스테이크하우스.

“마카오는 처음인가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억을 더듬게 된다. 아마 여섯 번쯤 방문했다고 하면 사람들은 마카오에서 어떤 걸 하면 좋으냐고 묻는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포르투갈의 영향을 받은 아름다운 건축과 타일, 매케니즈 음식, 고급 호텔, 갓 구운 에그타르트, 현지식 조개 훠궈와 국수에 푹 빠졌다. 카지노가 유명한 곳답게 50달러쯤 들고 주사위 게임의 일종인 ‘다이사이’를 해보기도 했지만 금세 다 잃었고, 그 이후로 카지노에는 발도 들이지 않게 되었다. 

마카오는 이 모든 이유로 가족 여행지로 꼽힌다. 관광과 휴양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것. 마카오를 여행한 사람이라면, 마카오 호텔의 넓고 호화로운 객실에 놀란 적이 있을 것이다. 윈 팰리스와 윈 마카오 객실을 열었을 때도 그랬다. 혼자 머물기엔 지나칠 만큼 넓어서 서울에 있는 아무나 빨리 오라고 해야 할 것만 같았지만 그만큼 자유롭고 편안했다. ‘윈 마카오(Wynn Macau and Encore at Wynn Macau)’는 아시아 최초로 문을 연 라스베이거스 스타일의 리조트다. 리조트 안에만 있어도 다양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클래식하면서도 화려한 무드. 특히 휴양지풍 정원과 함께 어우러진 수영장과 세계 곳곳에서 사들인 진귀한 아트피스가 아름답다. ‘윈 팰리스(Wynn Palace)’는 윈 리조트의 두 번째 복합 리조트다. 세련되고 현대적인 중국풍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리조트는 17~18세기의 정교한 중국 및 서양 예술품으로 이루어진 멋진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고, 특히 물과 음악, 빛이 어우러진 거대한 규모의 분수쇼(Performance Lake)는 마카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간 맞춰 관람할 만큼 마카오의 자랑거리가 됐다. 윈 마카오가 클래식한 매력을 뽐낸다면 윈 팰리스는 현대적이다. 객실의 온도, 모든 조명, 커튼과 블라인드 등을 모두 터치스크린 하나로 조정할 수 있다. 침대에 누워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게으름뱅이에게는 최고다. 

유네스코가 선정한 미식의 도시, 마카오

다양한 미식 문화를 만날 수 있는 마카오. 포르투갈과 마카오의 문화가 융화된 특유의 매케니즈 음식부터 한국인이 사랑하는 굴국수, 쏸라펀, 에그타르트 등 로컬 음식도 있지만, 마카오의 파인 다이닝은 호화롭기로 유명하다. 모든 것이 호텔 안에서 해결되기에, 한여름 덥고 습한 날씨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첫날, 중국의 마지막 황제 푸이(Puyi)가 좋아했던 차 세트에서 영감 받은 색상으로 치장했다는 윈 팰리스의 넓은 객실에 짐을 푼 후 첫 식사를 위해 SW 스테이크하우스(SW Steakhouse)로 향했다. <블랙펄 레스토랑 가이드(Black Pearl Restaurant Guide)>에서 다이아몬드 1개를 수상하고,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5성급 레스토랑에 선정된 이 스테이크 하우스는 디지털 영상으로 만든 쇼를 보면서 해산물 트레이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훈제하는 연기가 피어오르는 퍼포먼스는 덤. 스테이크와 와인을 잔뜩 먹고 마셔도 걱정이 없었다. 레스토랑에서 객실까지 5분밖에 걸리지 않으니까! 다음 날에는 광둥식 레스토랑 윙레이 팰리스(Wing Lei Palace)로 향했다. 한국에서 정통 광둥 요리를 맛보는 게 어려운 만큼 마카오를 방문한다면 놓칠 수 없는 미식이다.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이자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윙레이 팰리스는 아름다운 분수쇼를 바라보며 창의적인 광둥식 요리의 풍부한 유산을 경험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다. 미슐랭 2스타 레스토랑인 쓰촨 문(Sichuan Moon)과 함께 윈 팰리스를 대표하는 레스토랑이지만, 아쉽게도 쓰촨 문의 예약이 가득 차 맛볼 수 없었기에 윙레이 팰리스는 더 놓칠 수 없었다. 통창으로 30분마다 분수쇼가 펼쳐지는 동안 광둥 음식의 축복도 쏟아졌다. 현지가 아니라면 맛볼 수 없는 생선 수프며, 겉이 파삭파삭하게 부서지는 광둥식 수프며 모두가 일품이었다. 

윈 마카오의 레스토랑도 놓칠 수 없는 일. 윈 마카오에는 타워가 2개 있는데, 앙코르 타워(Encore Tower)의 모든 스위트는 모던하게 변주한 중국풍 인테리어로 단장되어 있고, 별도의 VIP 데스크에서 체크인할 수 있다. 윈 마카오에 도착했다면 일본 레스토랑인 미즈미(Mizumi)의 예약부터 서둘러야 한다. 미슐랭 2스타와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5성급으로 선정된 미즈미에서는 데판야키, 초밥을 포함한 다양한 일본 음식을 즐길 수 있는데, 그중 가이세키와 와인, 사케 컬렉션으로 이름이 났다. 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이세키 요리답게 요리는 하나하나 정교하게 장식되었고, 계절의 미감이 듬뿍 담겨 있다. 조림과 구이로 흔하게 먹어온 갈치는 해초와 다시로 만든 수프 위에 스테이크가 되어 놓여 있었다. 가이세키 코스에서 중요한 ‘핫슨(진미)’은 하나하나가 여름의 맛이었다. 윈 마카오의 여러 레스토랑 중 하나를 더 선택한다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북부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골든 플라워(Golden Flower)를 추천한다. 황실 요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골든 플라워에서는 티 페어링을 즐길 것. 한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중국차가 음식의 맛을 한층 돋운다. 쾌적한 객실에서 머물고 끼니마다 미식의 향연을 즐기는 사이 낮과 밤이 휙휙 바뀌었다. 미식과 휴식에 집중할 수 있다니, 어쩌면 가장 사치스러운 여행이 아닐까 싶었다. 귀국 편 에어 마카오의 좌석에 앉으니 어쩐지 배가 접히는 것 같았지만 조금의 후회도 들지 않았다. 너무 배가 불러 남긴 골든 플라워의 크리스피 치킨 한 조각이, 미즈미의 장어솥밥이, 못 견디게 아쉬웠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