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회는 개인으로부터 시작된다. ‘나다움’을 위한 마음 케어 서비스 포티파이 문우리 대표의 늠름한 행보. 

이어링은 허라디.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톱과 팬츠는 르비에르(LVir). 슈즈는 렉켄(Rekken). 이어링은 허라디(Heradi).

스커트는 벨앤누보(Bell&Nouveau). 톱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은 허라디.

얼마 전 까르띠에 여성 창업 이니셔티브 동아시아 펠로우 1위, 2023 CES 혁신상을 수상했어요. 세계가 포티파이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만들고자 하는 긍정적인 임팩트가 명확하고 이를 증명해내고 있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포티파이는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건강한 방향으로 강화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해요. 누구나 ‘나’라는 사람을 잘 인지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현재 3개의 서비스를 운영 중이죠?
맞아요. ‘마인들링(MINDLiNG)’은 마음이 힘든 사람이 스스로를 이해하고 극복할 수 있는 서비스예요. 지난 2월에는 모카(MOCA)라는 서비스를 론칭했어요. ‘Mental Oriented Career Assessment’의 약자로 개인의 가치관이나 강점, 최선의 능력을 업무에서 어떻게 발휘할지를 알려주는 서비스죠. 마인들링이 마이너스의 상황을 0에 가깝게 만든다면 모카는 0의 상태에서 플러스를 지향해요. 기업을 대상으로는 모티브(MOTIVE)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조직 내의 이슈와 관련한 맞춤형 심리 케어를 제공하는 서비스예요.

마인들링을 시작했는데 진단 질문이 길어 놀랐어요. 40개에 달하는 질문, 성별 선택지에 ‘논바이너리’가 있는 걸 보고 세심하다고 느꼈고요.
질문이 조금 많죠.(웃음) 치열하게 고민해서 만들었어요. ‘사용자가 오해하거나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정신과 전문의와 심리학자가 머리를 맞대고 문장 하나, 단어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였어요. 대면하고 있다면 바로잡을 수 있지만 비대면의 한계가 있으니까요.

정신 근력, 멘탈 체력이 중요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요?
개인의 잠재력은 건강한 정신이 뒷받침될 때 극대화할 수 있어요. 마이너스 상태일 때는 정상화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하죠.

포티파이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가 ‘나다움’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심리적 어려움의 대부분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해 생겨요. 세모, 네모, 마름모 등 사람마다 다양한 형태가 있는데, 어떤 기준이 생기면 나머지를 다 깎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고통스럽죠. 세모라는 형태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오는 좌절이나 스트레스도 상당하고요. 이 문제의 근원은 스스로 어떤 모양인지 모른다는 것에서 출발해요.

모두 생긴 대로만 살려고 해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혼자서만 나다움을 추구하면 힘들죠.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건강하게 발휘돼요.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게 저희의 미션이에요. 제가 오늘 화보 촬영을 무사히 끝낼 수 있었던 것도 스태프들이 저를 수용해준 덕분이에요. 패션지는 전혀 모르는 세계고, 촬영 역시 낯선 경험이지만 격려하고 응원해주시니 시간이 갈수록 스스로 당당하게 포즈를 취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이런 문화와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다움이 어쩌면 가장 인간다운 부분일 수 있겠네요?
그럼요. 과거에는 성공 방정식이라는 게 있었잖아요. 메인스트림을 따르면 어느 정도 궤도에 안착할 수 있었죠.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AI가 이미 인간의 공통적 부분은 대체하고 있는걸요. 동그라미를 벗어난 튀어나온 부분에서 우리의 가치를 더 많이 만들 수 있어요. 그 부분에서 인간의 가치가 발견되고요.

생존을 위한 나다움에서 중요한 건 무엇인가요?
스스로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아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한정된 시간 속에서 충분한 공감을 해주기 어렵고 그런 부분이 안타깝다고 느꼈어요. 그걸 디지털화해서 제공하면 좀 더 효과를 확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인들링 같은 서비스를 만들자 생각하게 됐어요. 더 나아가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죠.

기술은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요?
테크놀로지로 사람을 이해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요. 저희는 이 분야를 피플텍(People-tech)이라고 이름 붙였어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기술이죠. 이번에 CES 혁신상을 수상한 기술은 손가락을 대면 스트레스 정도나 신경계 활성도를 측정하는 것이에요. 영상을 보고 있으면 카메라가 표정을 통해 현재 상태나 스트레스를 읽어줄 수도, 일기를 쓰면 텍스트를 조합해 사람의 마음을 분석할 수 있죠. 여러 데이터를 이용해 심리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필요한 때에 적절한 조언이나 액티비티를 제공할 수 있어요. 그런 분야 역시 저희가 만들어가려는 기술이에요.

 

톱과 팬츠, 벨트는 모두 막스마라. 이어링은 허라디. 네크리스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점프슈트는 마이클 마이클 코어스(Michael Michael Kors).

창업 3년 차, 하면 할수록 확신이 생기는 지점이 있나요?
‘비대면 멘탈 케어가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증명하고 싶었어요. 마인들링이 나름의 거대 실험인 셈이죠. 숫자로 보면 증명되고 있어요.

다행히 한국 사회가 그 중요성을 조금씩 인지하기 시작했어요. 웰니스를 추구하는 사람이 많아졌잖아요.
오늘 촬영 기회도 너무 감사해요. 멘탈 웰빙을 추구하는 게 멋진 패션을 입는 것만큼이나 멋있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잖아요. 정신과를 찾고 마인들링과 같은 앱을 사용하는 게 수동적이거나 약해서가 아니라 삶의 자세 중 하나일 뿐이거든요. 여러 운동 중 골프를 치기로 결정한 것처럼 말이죠.

사업 초반과 달라진 생각도 있나요?
창업 당시만 해도 철저히 공급자 입장이었어요. 사업의 목표가 ‘누구나 내 마음의 전문가가 되게 하자’였죠. 의사로서 환자에게 많은 걸 알려줘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 앱을 전달하고 훈련시켜야겠다는 마음이 컸으니까요. 그런데 서비스를 하다 보니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는 무작정 주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위로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개인적으로는 저라는 사람의 한계와 강점에 대해 돌아보게 됐어요.

어떨 때 흔들려요?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최근 3년이 수십 년간 몰랐던 제 모습을 가장 많이 발견한 시기였어요. 저는 정신건강의학을 공부했고 사람에 관심이 커요. 사람을 믿으려는 편이고요. 뭐든 다 좋은 의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게 과하면 뭔가 잘못되었을 때 지나치게 자신을 탓하게 되더라고요. 때로는 어떤 기준을 근거로 단호해야 할 때가 있더라고요. 그 부분에 있어 고군분투했어요.

그럴 때 어떻게 극복하나요?
저는 완벽주의, 자극 추구형 인간이에요. 뭐든 쉽게 질리는 성향도 있고요. 그래서 다양한 것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완벽주의를 내려놓으려 노력해요. 팀원 중 한 분이 언제부터인가 제게 매일 3개의 칭찬을 해줘요. 자기 자신을 인지하는 역량이 부족하다고 하더군요. 퇴근할 때마다 메시지를 보내주는데 너무 고마워요.

일과 관련 없는 취미도 있나요?
웹툰 보기요. ‘생활툰’을 보면서 모든 잡생각을 지워요.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힘을 얻는 스타일이라 토요일에는 꾸준히 진료를 보고 있어요. 저한테는 에너지를 얻는 시간이에요. 최근에는 수영을 시작했는데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아이와 아무 생각 없이 뭐 만드는 시간도 좋아해요.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문제로부터 떨어져 보는 게 정말 중요해요.

커리어가 재미있어요. 의대 졸업 후 공중보건학과 MBA를 공부하고 맥킨지앤드컴퍼니의 경영 컨설턴트로 일했죠. 이후 다시 정신과 전문의로 돌아왔고요.
어릴 때부터 세상에 의미 있는 큰 영향을 주고 싶었어요. 그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고요. 제대로 꽂혀야 하는 스타일이라 재미가 무엇보다 중요해요. 재미있게 할 수 있으면서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 수 있는 일을 선택하다 보니 창업까지 했어요.

모든 동기에 ‘임팩트’라는 단어가 여러 번 등장해요. 언제부터 그 가치를 좇았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와 둘이 인도로 첫 해외여행을 떠났어요. 병원 진료도 어렵고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어요. 개인으로서 봉사도 중요하지만 큰 단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시스템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변화가 생겨야 세상이 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MBA 공부와 경영 컨설턴트 경력은 시스템을 익히기 위한 훈련이었나요?
MBA 진학은 운이 좋았어요. 장학금을 받을 기회가 생겨 공부를 시작했는데, 하다 보니 시스템적 접근이 더 큰 임팩트를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정책적 접근은 설득과 펀딩이 필요하지만, 비즈니스는 더 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덕분에 병원에 돌아와서도 시스템을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며 짧은 시간에 여러 환자를 봐야 했어요. 시간적 한계에 늘 아쉬움이 있었죠.

병원으로 돌아오기로 결심했을 때, 정신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의대를 졸업한 후 5년 정도 공부도 하고 맥킨지에서도 다양한 경험을 쌓았어요. 그러면서 느낀 게 어떤 사람과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사람이 전부예요. 넓은 세상을 보고 나니 더욱 더 사람을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포티파이의 최종 목표는 뭐가 될까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모두가 다름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사회를 만드는 거예요. 그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거나 궁금증이 생기면 저희가 언제든 도와드릴 거예요. 나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언제든 필요한 도구가 되는 게 목표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