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명상만이 웰니스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더 과감하고 다채로워진 여행객을 위해 새롭게 단장한 호텔과 리조트에서 그 힌트를 찾았다. 

몰디브 보더푸시(Bodufushi) 섬의 럭셔리 웰니스 휴양지 조알리 빙(Joali Being).

현대인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일까? 출퇴근과 운동, 다이어트 등 반복되는 일상의 루틴에서 벗어나 휴식을 누릴 수 있는 시간? 분명한 건 이제 여행이 단순한 쉼에서 한발 더 나아간 뭔가를 좇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자기 계발과 웰빙을 중심으로 한 여행이 급성장하고 있다. 전 세계 유수의 호텔과 리조트가 웰니스 여행에 주목하는 것이 그 방증이다. 뉴욕 맨해튼에 새로 오픈한 호텔 ‘아만 뉴욕(Aman New York)’은 기억력, 추리력 및 언어 능력 같은 인지 건강검진 서비스를 제공한다. 병원 수준의 진단과 치료를 포함한 테라피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호텔과 리조트를 찾는 건 이제 어려운 일도 아니다.

지난한 팬데믹을 거친 여행객은 실내보다 바깥 내음을 흠뻑 마실 수 있는 야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친 마음을 챙기는 활동인 ‘마인드풀 무브먼트(Mindful Movement)’가 여행객 사이의 새 유행어로 자리 잡은 것 역시 자연스러운 일일 터. 새로운 등산로를 걷거나, 피클볼, 스키, 패들보트 등 다양한 육체 활동을 곁들인 여행으로 야외 활동의 갈증을 해소한다. 이에 발맞춰 운동 후 근육통을 예방하는 회복실을 마련한 호텔과 리조트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숨차고 땀 흘리는 것은 질색인 이들을 위해 도자기, 뜨개질, 페인팅 클래스 같은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어떤 쪽을 택하든 스마트폰 화면에서 떨어져 몸과 마음을 재충전할 수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런 환경을 갖춘 여행이라면 누구든 웰빙을 추구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을까? 내게 딱 맞는 리트리트 방법을 찾는 진정한 웰니스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지금 가장 주목받는 웰니스 여행 트렌드와 함께 눈여겨볼 리조트와 휴양지를 소개한다.

병원일까? 호텔일까?

요즘 스파 체크인은 병원 진료 접수를 방불케 한다. ‘예방’이 새로운 유행어로 자리매김한 스파 업계는 최신 과학기술과 진단 도구를 도입해 정신적, 육체적 건강 테라피를 포함한 맞춤형 숙박 옵션을 제공한다. 스위스 루체른호에 위치한 호텔 ‘셰노(Chenot)’의 스파는 내부에 분자 연구실까지 마련했다고. 이곳에서 노화에 관한 유전자를 분석한 뒤 나온 정보를 토대로 적절한 치료법을 처방한다. 미국 ‘카리용 마이애미 웰니스 리조트(Carillon Miami Wellness Resort)’의 바이오 스테이션에서는 혈당, 콜레스테롤 등 생체 지표 100여 가지를 활용해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로드맵을 도출한다.

앞서 언급한 ‘아만 뉴욕’은 병원 수준의 고급 진단 기술을 갖춘 대표적 호텔이다. 전신의 건강 상태를 살피는 진단 테스트 ‘SCANME’를 도입해 투숙객의 근골격계 상태와 심혈관 건강 등 주요 건강 지표를 측정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90분의 테라피 세션부터 크라이오테라피, LED적외선 디톡스가 포함된 12주 기간의 프로그램까지 다양한 맞춤형 치료 방식을 제안하는 식이다. 미국 오라클의 공동 창립자 래리 엘리슨과 암 전문의 데이비드 에이거스 박사가 창립한 휴양지 브랜드 ‘센세이 포큐파인 크릭(Sensei Porcupine Creek)’은 최근 캘리포니아주에 92만5000m²(약 28만 평) 규모에 달하는 두 번째 지점을 열었다. 투숙객은 숙박 전 각자의 집에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WHOOP 4.0’을 배송받는다. 사전에 수집한 투숙객의 피트니스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투숙 일정을 세우기 위함이다. 발리의 리조트 ‘식스센스(Six Senses)’는 발리의 모든 지점에서 마이 서케이디언 데이(My Circadian Day)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24시간 생체리듬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신체에 알맞은 수면 시간대를 설정하는가 하면, 어떤 종류의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운동하기 좋은 시간대는 언제인지, 어떨 때 카페인을 삼가야 하는지에 대한 밀도 높은 정보를 제공해 여행객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안티에이징 대신 프로에이징

“안티에이징(Anti-aging)은 지금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 표현이에요. 앞으로는 있는 그대로의 노화 과정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프로에이징(Pro-aging)’이라는 표현을 더 자주 듣게 될 거예요.” 글로벌 웰니스 서밋(Global Wellness Summit) 창립 이사이자 식스센스 호텔의 웰니스 프로그램 개발자 안나 비유스탐(Anna Bjurstam)이 한 말이다. 노화를 역행하기보다는 자연스럽되 건강한 모습으로 외모를 가꾸는 것이 지금의 뷰티 트렌드라는 얘기다.

스파 업계는 이런 흐름을 성실히 따라가는 중이다. 프랑스 칸의 ‘호텔 벨 플라주(Hotel Belle Plage)’는 피부의 잡티와 주름을 개선하는 하이드라페이셜(HydraFacial)이나 세포 회복을 촉진하는 헬라이트 프로(Helight Pro) 같은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스킨케어 전문 브랜드 겔랑은 스위스 제네바의 ‘우드워드(The Woodward)’와 협업해 콜라겐과 엘라스틴을 재생하는 혁신적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런던 ‘클라리지스(Claridge’s)’ 호텔의 스파는 디톡스 테라피 기기인 ‘MLX i3 Dome’을 들였다. 영국에서는 유일한 것으로, 돔 형태의 기기 안에 누워 원적외선과 플라스마를 결합한 빛을 쬐는 원리다. 신체 해독 작용은 물론 세포 재생을 촉진해 피부 건강에 효과적이다.

 

예술 체험 프로그램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모로코 마라케시의 로얄 만수르 호텔 스파.

프랑스 칸의 호텔 벨 플라주 객실 내부.

뉴욕 맨해튼에 문을 연 아만 뉴욕 호텔의 수영장.

먹고 마시고 들으며 즐기는 사우나

스칸디나비아인에게 사우나는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방법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도 증기, 얼음 등 다양한 형태의 물을 활용한 하이드로테라피 시설이 속속 등장하는 중. 지난겨울 세 번째 단장을 마친 ‘알래스카 리조트(Alyeska Resort)’의 노르딕 스파(Nordic Spa)가 대표적이다. 스팀이 뿜어져 나오는 수온 39℃의 수영장과 찬물에 몸을 담그는 폴라 플런지(Polar Plunge), 히말라야산맥의 미네랄 소금 사우나, 러시아식 사우나 반야(Banya), 삼나무 목욕탕과 이동식 사우나. 이 모든 곳을 레스토랑이나 바와 함께 오후 9시까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겨울 시즌 스키를 즐긴 뒤 피로를 풀고 일행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곳을 찾는 이들에게는 최고의 선택지가 아닐까?
캐나다 토론토에서 2시간 거리에 문을 연 ‘테르메아 스파 빌리지(Thermea Spa Village)’ 역시 다수의 사우나와 스팀 룸을 갖췄다. 야외 펍과 칵테일 라운지, 팜투테이블 레스토랑 등 먹고 마실 옵션도 다양하다. 콜로라도주 산후안산맥에 재개장한 ‘듀랑고 핫 스프링스 리조트&스파(Durango Hot Springs Resort&Spa)’는 라이브 음악 공연과 함께 일본식 목욕탕 오후로에서 몸을 푸는 이색 경험을 선사한다.

예술과 공예로 하는 명상

안정적 심리 상태를 유지하는 방법에는 앉아서 하는 명상만 있는 게 아니다. 스파 리조트는 창의력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에서 답을 찾았다. 예술적 감각을 발휘할 수 있는 각종 클래스를 도입해 투숙객이 온전히 현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도록 한 것. 모로코 마라케시의 ‘로얄 만수르(Royal Mansour)’ 호텔 아트 스튜디오 아틀리에 다르티스트(Atelier d’Artiste)에서는 장인에게 도자기 공예, 뜨개질, 비즈 공예 등을 배울 수 있다. 스마트폰은 멀리한 채 2시간 남짓한 시간에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나면 요가 수련을 마친 것 같은 개운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 산타페의 랜드마크로 통하는 ‘비숍스 로지(Bishop’s Lodge)’는 리조트 안팎에서 수채화부터 파스텔 페인팅까지 다양한 아트 워크숍을 진행한다. 크리스찬 루부탱, 뵈브 클리코 등과 협업하는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케이티 로저스(Katie Rodgers)를 비롯한 현지 예술가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다. 미국 테네시주의 웰니스 휴양 리조트 ‘블랙베리 마운틴(Blackberry Mountain)’은 팬데믹으로 인한 도예 열풍에 주목했다. 물레나 손을 활용한 수업뿐 아니라 16세기 일본의 도자 기법인 라쿠를 포함한 깊이 있는 클래스까지 선보인다. 이곳의 공방은 물레 6대와 가마 2대를 갖추고 있다. 수업은 2:1 형태로 2~4시간 진행되며, 투숙객 대부분이 하루에 한 개 정도의 수업을 듣는다. 

떠오르는 미국의 웰니스 성지, 업스테이트 뉴욕

지금껏 미국을 여행하며 웰니스 휴양지를 찾았던 이들은 십중팔구 서부로 향했을 것이다. ‘에살렌 인스티튜트(Esalen Institute)’, ‘칼라비 헬스 스파(Cal-a-Vie Health Spa)’, ‘골든 도어(Golden Door)’ 등 웰빙 문화를 선도하던 리조트가 주로 캘리포니아주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상황은 사뭇 다르다. 뉴욕 캣스킬과 허드슨 밸리에 하나둘 자리 잡은 차세대 스파 리조트가 여행객의 관심을 동부로 이끈다. 캘리포니아 말리부의 체중 관리 브랜드로 유명한 랜치(Ranch)는 올여름 뉴욕에 호수 뷰 객실 25개를 갖춘 지점을 개장한다. 바쁜 도시 생활에 지친 고객을 위해 3~4일간의 간소화된 체중 감량 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다. 비건 식단과 185m²(약 56평) 규모의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운동 수업, 해리맨과 링우드 공원에서 하는 하이킹도 기대할 만하다.

스위트룸 10개로 이뤄진 뉴욕 럭셔리 호텔 ‘채트월 로지(The Chatwal Lodge)’는 도시의 번잡함을 잊기에 최적화된 환경을 갖췄다. 오래된 숲길을 거닐고, 호수에서 낚시를 즐기는 시간은 그 자체로 명상의 역할을 해낸다. 뉴욕 가디너 마을에 오픈한 ‘와일드플라워 팜(Wildflower Farms)’ 리조트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가 리드하는 숲 체험 프로그램 등 자연적 요소를 뿌리 삼은 치료 요법을 스파의 메인 콘텐츠로 내세웠다. 이 외에 초원 위의 수영장, 허브 스팀 등 안온한 휴식을 취하는 장소는 다양하다. 뉴욕 어코드에 위치한 골프 클럽 ‘인네스(Inness)’는 요가 및 필라테스 프로그램, 하이킹과 러닝을 위한 드넓은 산책로를 자랑한다. 1869년에 개장한 업스테이트 스파의 터줏대감, ‘모혼크 마운틴 하우스(Mohonk Mountain House)’도 최근 2800m²(약 840평) 규모의 ‘마음 챙김’ 스파를 오픈하며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온수풀과 폴라 플런지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알래스카 리조트의 노르딕 스파.

뉴욕 와일드플라워 팜 리조트의 외관.

드넓은 초원 위 모닥불을 피운 벤치로 완성한 와일드플라워 팜 리조트의 휴식 스폿.

지금은 ‘회복’에 집중할 때

뛰어난 성적을 보유한 운동선수의 비결은 고강도 훈련이 아닌 충분한 회복에 있다. 올해 2월 스위스에 오픈한 ‘식스센스 크랜스 몬태나(Six Senses Crans Montana)’는 생체리듬을 추적해 몸의 회복을 촉진하는 라운지를 마련했다. 콜로라도주 베일에 위치한 럭셔리 컬렉션 호텔 ‘히스(The Hythe)’도 마찬가지. 산소 테라피, 온열 및 셀프 마사지 장비를 고루 갖추고 있다. 나파 밸리에 있는 ‘스탠리 랜치(Stanly Ranch)’는 몸의 재생과 회복에 초점을 맞춘 공간을 마련했다. 체내에 다량의 산소를 공급하는 고압 산소 테라피와 림프 순환을 돕는 소금방을 갖춰 지치고 상한 몸을 치료한다. 하이킹으로 무리한 근육을 풀어줌은 물론 숙취로 인한 피로를 해소하기에도 알맞다. 

MINDFUL MOVEMENT 

팬데믹 이후 현대인 대부분은 몸을 움직임으로써 ‘마음 챙김’을 실천한다. 캐나다 서부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리조트 ‘님모 베이(Nimmo Bay)’는 카약과 패들보트를 타고 부유하는 도크로 이동해 요가를 하거나 삼나무에 둘러싸여 따뜻한 목욕을 즐기는 웰니스 휴양지를 마련했다. 아이슬란드의 ‘데플라 팜(Deplar Farm)’과 미국 콜로라도주의 ‘테일러 리버 로지(Taylor River Lodge)’에서는 노르딕 스키 여행과 눈신을 신고 진행하는 삼림욕 세션이 포함된 리트리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몰디브의 럭셔리 웰니스 휴양지인 ‘조알리 빙(Joali Being)’에서는 소리로 몸을 씻는 사운드 배스(Sound Bath)를 경험할 수 있다. 악기 12개가 만들어내는 소리와 함께 정글 길을 거니는 동안 몸은 새롭게 정화된다. 팬데믹을 지나며 걷기의 즐거움을 재발견한 전 세계 트레킹 휴양지도 발 빠르게 움직이는 중이다. 진정한 트레커라면 최근 완공된 트랜스 부탄 트레일을 버킷 리스트에 추가할 것. 길이 약 402km의 트레일은 눈 덮인 히말라야산맥 정상을 포함해 문화유산 400여 곳을 지나는 순례길이나 다름없다. 오는 9월에는 부탄 푸나카 계곡에 ‘푸나카 리버 로지(Punakha River Lodge)’가 문을 연다. 캄슘 율리 남걀 초르텐(Khamsum Yulley Namgyal Chorten) 불교 사원과 괴승을 기리는 치미 라캉(Chimi Lhakhang) 사원을 하루 안에 트레킹할 수 있는 휴양지다. 8월에는 또 다른 트레킹 천국 네팔의 ‘신타 마니 무스탕(Shinta Mani Mustang)’이 오픈할 예정이다. 가이드와 함께하는 일일 트레킹 코스와 글램핑 스타일의 숙박 시설에 머물며 티베트 국경까지 걷는 멀티 데이 코스를 제공한다. 땀에 흠뻑 젖을 유산소운동을 찾는다면 피클볼이 답이다. 멕시코의 ‘란초 라 푸에르타(Rancho La Puerta)’는 코트 6개에서 특별 피클볼 주간을 개최한다. 최근 리모델링한 미국 플로리다주의 ‘보카 레이턴(Boca Raton)’ 호텔은 피클볼 관련 클리닉과 저녁 소셜 모임을 개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카멜 밸리 랜치(Carmel Valley Ranch)’는 연습 워크숍과 입문 과정도 주최하니 참고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