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초원, 야생의 동물과 함께 어느새 자연의 일부가 되는 곳. 아프리카로 신혼여행을 떠난 사람이 있다. 

포시즌스 로지 앞 연못에서 목을 축이는 코끼리 떼.

드넓은 초원이 바라보이는 포시즌스 로지의 인피니티 풀.

나무 위에 앉은 사자는 영화 <라이온 킹> 속 심바를 연상시킨다.

세렝게티 초원을 누비는 기린.

SAFARI ADVENTURE 

경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상, 로지 주변에는 구경할 요소가 딱히 없다. 더구나 이곳은 언제 어디서 맹수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야생이 아닌가. 안전한 로지에 머무르거나,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사파리 투어가 답이다. 4일간 매일 눈뜨자마자 신나게 초원을 내달려 동물을 보러 나섰다. 로지에서 제공하는 투어 서비스 옵션은 하프데이와 올데이로 나뉜다. 우리 부부는 이른 아침에 출발해 4~5시간 체험하는 하프데이 코스를 택했다. 

“국립공원에는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초식동물 대부분이 살고 있어요. 6월 무렵부터 건기가 시작되니 신선한 풀을 찾아 초원 북쪽, 케냐의 국경을 향해 이동하는 초식동물의 무리를 많이 볼 수 있을 겁니다.” 사파리 투어를 함께한 드라이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저 멀리서 달려오는 수백 마리의 누 떼가 보였다. 맑은 하늘과 드넓은 벌판 위, 까만 점 같은 무리가 점차 가까워질수록 두렵다가 금세 벅차올랐다.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본능과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동물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무에 기대어 있는 사자는 영화 <라이온 킹> 그 자체였다. 마지막 날의 투어에서는 좀처럼 얼굴을 비추지 않던 치타도 만났다. 맹수의 당당한 걸음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8세 아이가 된 듯 넋 놓고 바라보는 일뿐. 나무 위, 먹다 만 임팔라의 다리를 걸쳐 두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앉아 있는 표범은 과연 포식자다웠다. 

 

포시즌스 로지는 아프리카 전통 양식으로 설계했다.

사파리 투어를 함께한 지프차에서 남긴 기념사진.

사파리 투어가 끝난 오후부터는 코끼리를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된다. 물을 많이 마시는 코끼리는 무리 지어 이동하다 목을 축이려고 포시즌스 로지 앞 연못에 들른다. 그 광경이 얼마나 귀했는지, 각 방의 TV를 통해 연못의 실시간 상황을 모니터링해줄 정도다. 연못이 한눈에 들어오는 수영장에서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던 나에게 파견 의사로 일한다는 독일인 숙박객이 말을 걸었다.
“이곳에 머문 지 2주가 되었지만 코끼리의 그림자도 보지 못했어요. 일단 오기만 한다면 다음 날도 올 확률이 높다지만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르죠.” 그와 대화를 나누고 기대를 접다시피 한 다음 날, 기적이 일어났다. 저녁 무렵 우리 부부는 10마리 남짓한 코끼리 떼가 연못에서 목을 축이는 장면을 목도했다. 숨죽여 호들갑을 떠는 사람들 따위는 개의치 않은 채 물을 마시는 데만 집중한 코끼리들의 평화로운 광경. 여행의 시작을 만들어준 사진 속 장면이 눈앞의 현실이 되어 펼쳐져 있다. 이번 여행의 행운을 곱씹어보던 마지막 날 밤에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았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더 바랄 것 없는, 완벽한 여행의 마무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