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치&주얼리’와 함께하는 눈부신 여행길에 도난 방지 플랫폼이 든든히 곁을 지킨다. 

18K 화이트 골드 소재 케이스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63개를 베젤 및 버클에 세팅한 라임라이트 갈라 32mm 워치, 18K 화이트 골드 소재에 브릴리언트 컷 다이아몬드 30개를 세팅한 포제션 오픈 뱅글 브레이슬릿은 피아제(Piaget). 핑크 골드 소재 케이스에 다이아몬드 60개를 베젤 세팅한 랑데부 클래식 나잇&데이 34mm 워치는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지갑을 도둑맞았어요.’ ‘쇼핑 백을 차에 두고 잠깐 편의점에 다녀왔는데 유리창을 깨고 훔쳐 갔어요.’ ‘분명 발밑에 가방을 두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사라졌어요.’ 해외여행이 잦은 바캉스 시즌이면 소매치기 괴담이 심심찮게 들린다. 관광객 티가 풀풀 나는 행색 때문일까, 비교적 소매치기 청정 구역인 한국에서 나고 자란 탓에 무방비했던 자신을 자책해야 할까. 후회와 핑계도 잠시, ‘찾아야 한다!’라는 결심 하나만으로 경찰서나 대사관에 신고하지만 답답한 건 그들도 마찬가지. 낯선 하늘 아래서 당한 소매치기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눈물이 핑 돈다. 하지만 더 위험천만한 경우는 따로 있다. 바로 몸에 워치나 주얼리를 하고 있을 경우다. 쉽게 풀리지 않도록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정교한 잠금장치를 설계하는데, 한 방을 노리는 소매치기들의 경우 이조차도 철두철미하게 연구해 아주 빠르게 클래스프를 열어젖힌다고. 라이트 웰터급 세계 챔피언이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전 복싱 선수 아미르 칸은 지난해 런던 어느 한 레스토랑 앞에서 무장 강도에게 습격을 당했다. 코앞에 겨눠진 총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는 7만 파운드(약 1억원)짜리 프랭크 뮬러 파베 워치를 풀어서 건네줘야 했다. CCTV를 확인해 도둑 일당을 잡았지만 계속 부인한 까닭에 1년째 재판 중. 실제로 2015년 이후 경찰에 신고된 도난 시계가 영국 런던에서만 10만 개 이상이라고 한다.

착용해야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는 귀중품. 도난 위험 부담 때문에 집 안 금고에만 모셔둘 일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여럿 보유한 리치몬드 그룹은 도난 범죄에 휘말려 피해를 입은, 또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해 오랜 시간 방법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그 결실을 맺은 것이 자사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디지털 플랫폼 인쿼러스(Enquirus). 이 플랫폼이 가진 순기능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전 세계 경찰, 법 집행 기관을 지원하며 도난 사건의 신속한 추적이 가능하다. 피해자 대부분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대응이 즉각적이지 않은 탓에 직접 수소문하며 긴 시간을 도난 물품 찾기에 쏟아야 했다.

이제 인쿼러스 중앙 집중식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긴 프로세스였던 작업을 단축하고 국가 경계 없이 전방위로 빠르게 추적할 수 있다. 현재 모든 브랜드의 워치 제품과 피아제, 까르띠에, 반클리프 아펠, 부첼라티, 몽블랑 주얼리의 등록을 지원한다. 하지만 참여하는 글로벌 기업과 개인이 늘어날수록 더 많은 데이터가 쌓여 이로 하여금 범죄를 해결하는 시간이 단축될 것이라 전망한다. 인쿼러스의 프로세스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디지털 플랫폼(www.enquirus.com)에 접속한 뒤 계정을 만들고 소유하고 있는 시계, 주얼리(이미 분실되었거나 도난당한 경우도 포함)를 등록해야 한다. 컬렉션 등록은 해당 제품 브랜드와 고유한 일련번호를 입력하면 끝. 등록한 제품 중 도난 품목이 있다면 가장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 후 범죄 신고서를 발급받고 플랫폼에 업로드하면 된다.

둘째, 175개 이상 브랜드의 데이터베이스를 손쉽게 연동해 디지털 금고로 활용 가능하다. 한 계정에 등록할 수 있는 컬렉션 수는 제한이 없으며,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서 거래했거나 선물받은 제품이라도 정품이 확실하고 당신이 실소유주라면 별도 추가 금액 없이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소중한 제품을 손에 넣은 즉시 인쿼러스에 등록해두면 좋다. 등록한 제품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면 플랫폼에서 삭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작업을 완료하기 전까지 새로운 소유자는 그의 계정에 해당 제품을 등록할 수 없다. 인쿼러스에 등록하지 않은 브랜드라면 문의할 것. 플랫폼에서 브랜드를 조사하고 카탈로그에 추가해줄 것이다.

셋째, 사기 및 도난 품목의 2차 거래를 방지한다. 누군가의 눈물을 흘리게 한 시계라면 그 제품이 과연 올바른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을까? 중고 사이트에서 시계나 주얼리를 거래하려 할 때 인쿼러스를 통해 해당 제품이 혹 불법 거래되어 시장에 나온 장물이 아닐지 확인 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 검색 역시 해당 제품의 브랜드와 일련번호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미 소유하고 있는 제품이 분실, 도난당한 데이터베이스로 등록되어 있다면? 인쿼러스에서 요청하는 정보를 전달하고 추후 조치를 기다리면 된다. 거래 경로를 추적해 방법을 모색해줄 뿐 아니라 추후 도난 방지를 위해 요긴하게 쓰일 것. 또 제조 및 소매 업체, 보험사의 제휴 신청도 받기 때문에 그들이 이 플랫폼을 능동적으로 활용하면 고객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도난 품목 거래를 사전에 방지하고 공정한 거래에 대한 소비자의 의식을 높여간다면 더 나아가 소매치기들이 거래할 수 있는 채널이 줄어 도난 사례도 점차 사라지지 않을까.

리치몬드는 3월 30일 인쿼러스를 론칭한 이후 현재까지 고객 수천 명이 자신의 컬렉션을 업로드했으며, 그중 2만8000여 개의 시계와 주얼리가 분실 또는 도난 품목으로 등록됐다고 전한다. 혹자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누군가가 탐낼 고가의 귀중품을 지니고 다니는 것이야말로 도둑질을 부추기는 사치스러운 행실이 아니냐 비난할 수도 있다. 무장 강도에게 시계를 빼앗긴 아미르 칸은 사건에 비추어진 호화로운 삶에 대한 비난 여론에 이렇게 밝혔다. “해당 시계는 복싱 경기 승리 후 받은 선물로 세상에 오직 하나뿐인 소중한 시계입니다. 저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조금도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습니다. 비난을 거두어주세요.” 사치라 여길지도 모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아주 뜻깊고 소중한, 노력의 부산물일 수도 있다. 시세보다 값이 저렴하더라도 도난 물품인지부터 한 번 더 확인해 악순환을 끊고 정당하게 취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