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루어> 에디터들의 여행 가방 안에는 어떤 물건이 있을까? 줄이고 줄여야 하는 짐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남는 물건들의 속사정. 

이승우 소설 <욕조가 놓인 방>

방해 금지 모드로 모든 준비를 마친 내 여행은 조금의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는 데 목적이 있다. 끝없이 펼치는 공상이 지루해질 즈음이면 책을 꺼내 든다. 주로 센티멘털한 음울에 빠져들 토픽을 선호한다. 떠날 때마다 새로운 책을 찾지만, 늘 고르는 건 이승우의 소설 <욕조가 놓인 방>. 비 오는 날, 풀사이드 선베드에 누워 읽던 여유로운 어느 여행날의 추억이 빳빳해진 책장에 고스란히 남았다. – 최정윤(패션 에디터) 

 

바니스뉴욕 뷰티 데일리 에너지 부스트

아무리 좋은 풍경과 액티비티도 에너지가 있어야 즐길 수 있다. 여행이나 출장을 갔을 때는 더욱 강력하고 확실한 한 방이 필요하다. 약국에서 파는 피로 해소제부터 짜 먹는 홍삼 농축액까지 안 먹어본 것이 없지만, 요즘은 바니스뉴욕 뷰티의 에너지 부스트에 정착했다. 다양한 영양소가 액상과 알약에 함께 들어 있어 여행지에서도 물 없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 서혜원(디지털 디렉터) 

 

모슈 350ml 텀블러

일상에서도 여행에서도 외출 시 텀블러는 필수다. 조건이 있다면 어떤 크기의 가방에도 넣을 수 있는 미니 사이즈여야 한다는 것. 여행지에서는 도시의 상황, 분위기에 어울리는 술을 조금씩 넣어 다니고는 한다. 일종의 디캔터 역할을 하는 셈. 늦여름의 뉴욕에서는 잘 칠링된 화이트 와인을, 한겨울에 찾은 나고야에서는 따뜻하게 데운 사케를 담는 식으로. 여행지에서는 어쩐지 조금씩 취해 있고 싶으니까. – 황선미(디지털 에디터) 

 

코닥 필름 카메라

여행지에서 극적인 순간을 마주할 때는 늘 휴대폰 대신 필름 카메라를 든다. 노출값이 자동으로 설정되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찍는 식이다. 필름값이 무섭게 치솟고 있지만 에코백 하나 메고 떠나는 여행에도 필름 한 롤은 꼭 챙긴다. 일상으로 돌아와 여행의 기억이 흐릿해질 때가 되어서야 사진관으로 향한다. 사진의 퀄리티는 중요하지 않다. 뭘 찍었는지 모르겠는 망한 사진도 그럴듯한 추억이 되니까! – 고영진(피처 에디터) 

 

동전 지갑

몇 년 전 일본 여행에서 구매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전 지갑은 언젠가부터 내 모든 해외여행에 함께하고 있다. 동전 없는 사회가 도래한 지 오래지만 여행지에서는 꼭 현금을 쓰는 편이다. 현지 화폐 단위에 익숙지 않다면 계속 큰 지폐만 내다가 어느새 짤랑짤랑 거스름돈 부자가 되는 상황에 봉착하니 동전 지갑은 필수. 고리가 달려 있어 팬츠나 가방에 걸면 귀여운 키링의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 안서연(디지털 에디터) 

 

희녹 더 스프레이

여행지에 도착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캐리어에 갇힌 옷에 ‘희녹’의 탈취 스프레이를 뿌려 걸어두는 일이다. 제주의 천연 재료로 만든 편백 향이 캐리어 안의 냄새도, 낯선 숙소의 기운이나 낌새도 제거하니 일거양득. 잠시 침대에 누워 은은한 향을 느끼다 보면 긴 비행의 고단함은 사라지고 여행의 설렘이 다시 충전된다. 지속가능함을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플라스틱은 줄이고 리필형 제품을 늘리고 있어 더 반갑다. – 김지은(패션 디렉터) 

 

다이슨 슈퍼소닉 헤어드라이어

익숙하지 않은 물건과 향, 처음 맛보는 음식. 신선하기는 하지만 조금은 어색한 모든 것. 여행이 주는 맛이라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헤어드라이어만큼은 ‘다이슨’을 고집한다. 고작 1박 여행일지라도 말이다. 아직까지는 다이슨 슈퍼소닉만큼 속 시원하고 빠르게 모발을 말려주는 기기는 본 적이 없다. 여행지에서의 10분과 산뜻한 샤워의 마무리를 위해서라면 짐 가방이 조금 커지는 건 별문제 되지 않는다. – 이정혜(뷰티 디렉터) 

 

젠틀몬스터 선글라스

기내에 갖고 타는 작은 가방 안에는 계절을 막론하고 선글라스가 함께한다. 안대는 어딘가 불편해 선글라스로 대신하는 탓이다. 밤에 이륙해 동이 틀 때까지 비행을 해야 할 때, 뜨거운 태양 아래 있지만 창밖의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싶을 때. 어느 쪽이든 유용하다. 쉼 없이 소음이 나는 기차 안에서도 선글라스를 애용한다. 귀에는 에어팟을 끼고, 눈 위에는 선글라스를 얹어주면 어디서든 숙면이 가능해진다. – 장성실(디지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