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의 열기를 경쾌하게 전환시킬 전시.

김환기, ‘하늘과 땅 24–Ⅸ–73 #320’, 1973, 캔버스에 유채, 263.4×206.2cm. 개인 소장. ©Whanki Foundation-Whanki Museum

한국의 추상

긴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암미술관이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 <한 점 하늘_김환기>를 열었다. 작가의 초기작, 대표작, 미공개작과 더불어 조각, 스케치, 드로잉까지 12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편지와 유품, 화구 등 자료 100여 건도 함께 공개된다. 1부에서는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을 모티프로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그린 작업을 소개한다. 이어지는 2부에서는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 후 국제 무대에서 통할 추상 형식을 찾는 과정과 점화의 발견을 조명한다. 약 30년간 이어온 작품 속 풍경적 요소를 점과 선으로 흡수해 추상성을 높이고, 점과 선, 면을 활용해 점화를 다채롭게 구성했다. 9월 10일까지, 호암미술관.

 

권오상, ‘Orchid and Stool’, 2013, C-print, Mixed Media, 43×33×80cm.

권오상, ‘Forsythias of 28 Temenggong’, 2013-2022, Pigment Print, Mixed Media, 47×35×80cm.

바람이 지나간 자리

에르메스, BMW 등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조각가 권오상은 콜라주 기법을 활용한 조각을 전개한다. 개인전 <AIR MASS: 바람이 다니는 길>은 공기 주입이라는 새로운 제작 방식으로 완성한 볼륨 조각 ‘에어-매스’ 연작 6점과 ‘데오도란트 타입’ 12점을 공개하는 자리다. ‘에어-매스’ 시리즈는 영국 추상 조각가 헨리 무어의 청동 조각에서 영감 받았다. 높이 3m, 너비 6m가 넘는 거대한 조각은 면적 330m²(100평)의 전시장을 가득 채운다. 작품 사이 배치된 거울 기둥은 공간이 무한히 확장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관람객에게 마치 미로 정원을 걷는 것 같은 환상적 경험을 선사한다. 7월 16일까지, 롯데갤러리.

 

정강자, ‘키스미’, 1967(2001), 혼합 매체, 120×200×50cm. 아라리오갤러리 소장. ©정강자 유족

격동의 시대

한국전쟁 이후 국가 재건을 위한 근대화와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기, 한국의 실험미술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었을까? 국립현대미술관이 구겐하임 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전시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는 한국의 급격한 사회 변화 속 입체미술, 해프닝, 실험영화 같은 전위적 실험미술을 다룬다. 김구림, 성능경, 이강소 등 청년 작가 29명의 작품 약 95점을 선보인다. 6개의 소주제로 구성된 전시는 예술가의 실험적 시도를 조명하고 한국의 전위미술과 전통 사이의 관계를 다루거나 한국 실험미술의 국제적 위치를 되짚기도 한다. 전시는 서울을 거쳐 9월 1일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내년 2월 11일 LA 해머 미술관 순으로 열린다. 7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Shem, ‘Collapsed Society’, 2023, Acrylic Spray Paint, Paint Pen and Oil Crayon on Canvas, 110×99cm.

FANFARE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쉠(Shem)이 아시아 최초로 신작 20점을 개인전 <The Loser Wins>에서 선보인다. 바스키아를 연상시키는 듯한 자유로운 상상력과 거침없는 표현은 그의 작업에 담긴 저항 정신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작가는 예술(Art), 힙합(Hiphop), 삶(Life)을 의미하는 ‘AHL Head’를 전달자로서 작품에 등장시켜 사회에 메시지를 전한다. 캔버스 위에는 글씨, 기호, 색채, 그림 같은 다양한 모티프가 혼합되어 교차한다. 개성 있는 요소가 결합된 독특한 화면은 예술이 가진 형식적 틀을 허문다. 유색인으로서 느끼는 정체성과 현실의 부조리함 속 좌절과 희망, 무관심과 사랑, 폭력과 포용 등의 감정을 녹여냈다. 7월 23일까지, 스페이스 파운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