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크업 아티스트 고원혜는 늘 바다를 꿈꾼다. 깊고 깊은 물속에서 찾은 진정한 행복과 자유, 그리고 평화. 

다이버라고 하면 모두 놀라서 묻는다. “안 무섭나요?” 내가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건 5년 전. 이미 50대에 접어든 후다. 50세에도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아무래도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 까닭에 40대 다이버가 많은 편이다. 

SCUBA. 도움 없이 혼자(Self-Contained) 수중(Underwater)에서 숨을 쉴 수 있게 도와주는 장비(Breathing Apparatus)를 착용하고 다이빙(Diving)하는 것을 말한다. 나를 이 다이빙의 세계로 이끈 것은 배우 이하늬. 대학생 때부터 스쿠버다이빙을 해온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다이빙이 얼마나 신세계인지, 바닷속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말하고는 했다. 하늬를 따라 오픈워터와 어드밴스드 자격증을 따서 팔라우에서 다이빙을 경험한 게 시작이었다. 팔라우 바닷속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다이버의 세계에는 얼마나 많은 다이빙을 했는지를 뜻하는 로그수가 있는데, 5년 만인 올해 나의 로그수는 180회를 넘어섰다. 

이런 다이빙을 제대로 즐기려면 먼바다를 찾아야 한다. 다이빙 경험이 계속되면서 나 역시 먼바다를 찾게 되었다. 이유는 물론 바다다. 30m 아래 깊은 바닷속은 고요한 동시에 생명이 만드는 소리로 가득 차 있다. 빛에 따라, 깊이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낮의 바다도, 보트에서 띄운 램프와 달빛에 의존하는 밤의 바다도 제각기 아름답다. 수면에서는 볼 수 없던 바다의 밑바닥을 걷고 물개와 고래상어를 만나고 온갖 색을 입은 수많은 생물이 내 옆을 스쳐가는 경험은 경이롭다고밖에 표현할 수가 없다. 다이빙을 하면서 오히려 신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면 설명이 될까? 때로 사람을 위협하는 상어나 물뱀, 곰치 같은 위험한 생물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이버의 규칙을 따르고 가이드의 안내를 따른다면 위험할 일이 없다. 나 역시 조류에 휩쓸린 적이 있지만 동료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

그래서 다이빙은 함께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 이 점만 기억한다면 다이빙은 아름답고 안전한 스포츠다. 다만 이 바다를 보려면 멀고 먼 길을 가야 한다. 다이빙으로 유명한 멕시코의 라파스를 예로 들어보면 한국에서 LA로 떠나 그곳에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멕시코로 가서, 비포장도로를 약 2시간 동안 달려야 한다. 그 후에 다이빙 포인트를 위해 24시간 동안 배를 탈 수도 있다. 쉽지 않은 여행이지만 다이빙을 위해서는 그 긴 길을 마다하지 않게 된다. 그만큼 아름다운 바다가 거기 기다리고 있음을 알기에! 

팔라우, 코모도, 몰디브, 오키나와 등 세계에서 유명하다는 다이빙 스폿을 찾아다녔다. 요즘 내 다이빙 형태는 리브어보드 다이빙(Liveaboard Divng)으로 보트에서 며칠씩 머물면서 하는 다이빙이다. 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가 아닌 먼바다로 나가서, 하루 2~3회 다이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보트에서 1주일씩 먹고 자면서 좋은 다이빙 스폿을 찾아다니는 거다. 이런 보트는 저렴한 것부터 엄청나게 호화로운 것까지 있다. 몰디브에서 경험한 리브어보드는 매일 산해진미가 나오고 보트에 스파, 피트니스 센터, 네일 바까지 딸려 있을 정도로 호화로웠다. 같은 배에서 함께 먹고, 자고, 다이빙하다 보면 국적이나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다 같이 친구가 된다. 혼자 훌쩍 떠나도 어느덧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된다. 한 번은 다이빙을 통해 부부가 되었다는 커플을 만났다. 그들과는 이제 함께 여행 계획을 짜는 절친한 다이빙 동료가 되었다. 남편은 사진을, 아내는 영상을 찍는데, 내가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진 대부분을 이 친구들이 찍어주었다. 다이빙으로 새로운 세계를 만날 뿐 아니라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겼다. 다이빙을 알면서 뒤늦게 깨닫는 게 많다. 사람들이 왜 다이빙이 좋으냐고 물을 때마다 나는 말한다. 다이빙은 스코어도 없고 경쟁도 없는 스포츠라고. 

 

물속으로 가라앉아 바다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그러면서도 동시에 혼자가 아닌, 항상 버디와 함께해야 하는 스포츠다. 다이빙에는 ‘버디’가 있다. 함께 바닷속에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바닷속에서 버디와 눈을 마주치면 서로 오케이 사인을 주고받는다. 내가 30분 정도 호흡할 공기가 남아 있더라도 버디의 공기가 적게 남았다면 바로 다이빙을 종료해야 하지만, 그럴 때도 서로 불만을 갖거나 원망하는 일은 전혀 없다. 미련 없이 위로 올라와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물속에 들어가면 된다. 다이빙을 하면서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알게 됐다. 끝없이 펼쳐지는 깊은 물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다. 무중력 속에서 그야말로 ‘무’로 돌아감을 느낀다. 다이빙을 통해 나는 겸손함을 배웠다. 

팬데믹 기간에는 해외에 갈 수 없어 국내를 다녔다. 고성, 제주 등에 다이빙 스폿이 있는데 한국 바다의 수온은 매우 차가운 편이다. 열선 조끼나 드라이 슈트를 입어도 매우 춥다. 다이버에게는 쉽지 않은 바다지만 다이빙에 대한 즐거움과 감각을 유지하고 목마름을 해소할 수는 있었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 접어들면서 나 같은 다이버는 다시 신이 났다. 가까운 곳으로는 오키나와, 팔라우가 다이빙하기 좋은 곳이다. 오키나와 인근의 작은 섬이 다이빙 포인트로 유명하다. 물속도 아기자기하다.

팔라우는 물가가 다소 비싼 편이지만 한국에서 멀지 않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기에 추천한다. 나 역시 팔라우의 바다에서 다이빙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세상은 넓고 다이빙 포인트는 많지만, 나이가 적지 않은 나는 체력이 허락할 때 오히려 먼 곳을 가야 한다고 믿고 있다. 약 20kg의 장비를 지고, 물속에서 40~50분을 버티면서 킥을 해야 하는 다이빙은 체력이 필수다. 수십 년 해온 필라테스를 그만두고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이유다. 다이빙을 하지 않을 때는 다이빙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여행이 정상화되고, 다시 세계 곳곳을 여행할 수 있는 지금, 올해는 물론 내년 다이빙 여행까지 이미 예약을 마쳤다. 모든 다이버가 꿈꾸는 갈라파고스, 라자암팟, 세인트헬레나섬에도 어서 가고 싶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 모든 걸 함께하는 사람이 더 늘어나면 좋겠다는 것. 기회 닿을 때마다 다이빙의 즐거움과 행복함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선뜻 함께하자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다이빙을 하면서 내 삶은 더욱 행복해지고 즐거워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