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6월의 어느 날, 부산 하늘을 수놓은 아름다운 컬러와 패턴의 하모니.

파란 하늘 가득 펄럭이는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

테크니컬 캔버스 소재로 만든 연을 전시해놓은 실내 전경.

연을 부드럽게 공중에 안착시키는 숙련된 전문가.

(좌) 아케이드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스카프. (우) 즐거운 파티를 경험한 소녀의 이야기를 담은 스카프.

1950년대 미국 <보그>와 <하퍼스 바자>의 전설적 에디터였던 다이애나 브릴랜드(Diana Vreeland)는 바쁜 아침을 빗대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아침에 거울을 볼 필요도 없이 에르메스의 실크 스카프 하나만 목에 두르고 외출해 하루 종일 신경 쓰지 않은 듯 스카프를 만지작거리면 그만이다.” 이처럼 스카프를 한 사람의 움직임과 태도는 그 스카프에 귀속되기라도 하듯 우아하게 스며든다. 에르메스 그룹의 전 회장이자 5대 회장인 장-루이 뒤마-에르메스는 1978년, 그의 아버지인 로베르 뒤마- 에르메스의 뒤를 이어받아 스카프 컬렉션 창작 지도자의 일을 시작했다. 그는 3주마다 하나씩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낼 정도로 스카프에 대한 애착이 컸다. 90×90cm 크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크기와 소재를 소개한 것도 이즈음이다. 더욱이 에르메스 실크 능직 스카프의 무게는 고작 70g. 아주 빽빽이 짜여 있지만 깃털처럼 가벼워 하늘을 나는 상상이 현실로 실현되기에 제격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고? 

지난봄 에르메스 스카프가 하늘을 나는 듯한 사진 한 장과 함께 메일로 이티켓을 보냈다. ‘놀라움이 실현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현실화한 시점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6월 초. 행사장에 도착한 사람들을 가장 먼저 반긴 것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확 트인 곳에 길게 줄지어 날아오른 색색의 연이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화려한 색채와 패턴을 입은 연들이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하고 있었다. “진짜 에르메스 실크 스카프가 날고 있는 거야?” 여기저기서 놀라움과 걱정이 뒤섞인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이 연들은 이번 행사를 위해 특별히 만든 테크니컬 캔버스 소재의 연. ‘까레’ ‘반다나’ ‘로장지’와 ‘숄’ 등 다양한 형태의 스카프가 저마다의 움직임으로 하늘 속에서 구름을 넘나들며 춤추는 동안 많은 이들의 시선이 움직임을 따라가며 한동안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실내에서는 바람개비 만들기, 백 참 만들기, 연 만들기 등 다양한 워크숍이 마련되었다. 바람개비와 백 참 만들기는 평소 환경보호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브랜드 철학에 따라 액세서리를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천을 활용해 진행했다. 2인 1조로 테크니컬 캔버스 소재의 연 만들기 시간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고공비행 엔지니어를 체험(?)하는 뜻깊은 시간. 몇 번의 조립과 분해를 반복하는 사이 어느새 에르메스 스카프가 연이 되는 마법이 펼쳐졌다. 연을 만든 후에는 원하는 사람에 한해 연을 하늘 위로 띄우는 훈련을 할 수 있었다. 하늘 높이 연을 올리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며 고도와 바람을 다루는 어려움도 알게 되었다. 더불어 숙련된 전문가가 움직이는 연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배가되었다. 어둠이 깔린 후에는 루프톱에서 펼쳐진 DJ & 라이브 공연과 함께 초여름 저녁의 상쾌함을 만끽했다. 바람이 살랑일 때마다 목에 감기는 에르메스 스카프의 감촉이 더없이 좋았던 밤. 다음에는 에르메스 스카프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